백설공주를 영화화한 '스노우화이트 앤 헌츠맨(Snow White And Huntsman 2012)은 이야기 전개의 주요한 소품을 '사과'에서 '거울'로 바꿔놓았다. 샤를리즈 테론의 미모와 연기력만 확인시킨 영화라는 평을 받는데 그녀가 분한 마녀의 대화상대인 거울은 인간의 욕망을 알지만 거짓을 말하지는 않는다.
거울을 만드는 소재는 윤이 나는 흑요석같은 돌에서 부터 시작됐다고 하는데 제대로 된 형태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청동거울부터라고 한다. 청동이 나오기 전 고대인들은 자신의 모습을 호수나 연못에 비춰볼 수 밖에 없었다. 물이 거울 역할을 한 셈이다. 그리스신화에는 나르시시즘의 어원이 된 나르시서스(Narcissus)의 얘기가 나온다. 나르시서스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호수에 비친 잘생긴 자신의 모습이다. 호수에 잔물결만 일렁거렸어도 나르시서스의 비극은 없었다.
결국 백설공주의 고난이 시작된 것도 거울이 진실을 말했기 때문이고, 나르시서스의 불행도 자신의 참모습을 비추는 거울을 대신한 물이었다. 이렇듯 거울은 예로부터 진실을 비추는 물건으로 상징되고 거울은 곧 물(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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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감어수(無鑑於水)'란 글귀가 새삼스러운 요즘이다. 이 글귀에서 수(水)는 거울을 말한다. 뜻풀이를 하자면 "물에 비추어 보지마라"가 될텐데 보다 심오한 철학이 숨어있다. 거울에 비춰 본 자신의 모습은 외모에 불과하니 내면을 드러내 보이지 못한다. 자신의 인간적 품성을 비출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사람들 속에서 내 모습을 찾고 성찰해야 한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자면 "사람에게 비춰 자신을 보라"정도가 되겠다. 마음을 비추는 거울은 결국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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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한 달도 안되는 짧은 기간동안 우리 사회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만 취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 검뎅이가 묻지 않았다고 해서 마음까지 깨끗할 수는 없다. 주름잡힌 단정한 모습이 전부인냥 착각해서는 더욱 안될 말이다. 주변을 둘러보고 사람 속으로 들어가 그들에게서 내 모습을 비춰야 한다. 그래야 나를 알 수 있다. 고요히 자신을 비춰볼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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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의 생명은 깨끗함이다. 우그러지거나 흠집이 나서도 안되거니와 탁해져서는 그 가치를 잃고만다. 물건이 가치를 잃는다는 것은 생명을 다했다는 뜻이고 생명이 다한 물건은 잊혀지고 버림받게 마련이다.
흔히 언론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언론은 말과 글을 도구로 쓴다. 거울은 모든 것을 그대로 담아내지만 글자만큼은 거꾸로 새긴다. 누구도 읽어내지 못하게 뒤집어 놓은 것은 아니었는지, 좌우를 혼돈하지는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과연 세상 그대로를 비추는 거울이었지 언론인들은 자성해야 한다.
혼탁한 세상에 모두가 정의를 부르짖고 갈구하기에 우리는 뜻을 모아 법을 만들고 경찰과 검찰을 세웠다. 검찰은 '정의 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런데 그 거울이 얼어있는 호수만큼이나 깨끗하고 평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들은 바람에, 무심코 던진 돌덩이에 물결이 일렁일까봐 그리고 어두운 밤을 걱정해 거울을 만들었다. 그런데 깨끗한 호수의 물보다도 못한 거울이 되고 말았다. 파국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임에도 진실을 얘기할 수 밖에 없었던 영화 속 마법의 거울만큼도 못한 검찰이다. 여러 사람의 손때가 묻어 더러워질대로 더러워지고 어딘가에서 우그러지고 흠집투성이가 된 검찰이 여전히 강고한 권력이라는 '마법'에만 심취해 조각난 거울을 휘두르는 위험한 장면들을 보고있다.
가치를 잃은 물건은 결국 잊혀지고 버림받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거울은 차갑고 예리한만큼 깨지기도 쉬운 물건이다. 거울이 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