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중요한 걸 셀 수 없다면, 셀 수 있는 걸 중요시하게 된다"
(If you can't count what's important, you make what you can count important.)
- 넷플릭스 다큐 <베트남전쟁 10부작> 중에서
베트남전에서 미군이 승리의 지표로 적군의 시신 수로 판단하게 되자 민간인 희생자가 늘어나기 시작한 이유다.
우리 역사에도 '귀무덤'이 있었다. 정유재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공의 증거로 조선인의 코나 귀를 베어 소금에 절여 본국으로 보내도록 한데서 유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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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시대를 막론하고 문명을 파괴하고 인간의 이성마저 마비시킨다.
이렇듯 '셀 수 있는 것'에만 혈안이 된 야만이 꿈틀대는 전쟁터에서 '진짜 중요한 것'을 찾고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선을 넘으며 총대신 카메라와 수첩을 들고 전쟁터를 누비는 종군기자들이다. 더 먼 과거에 우리나라에도 탁월한 종군기자가 있었다.
언론이란 말조차 없던 시절의 '난중일기'가 그 기록이고, 이순신은 절망과 폭력이 난무하던 시대를 몸으로 헤쳐가며 '진짜 중요한 것'을 더운 피와 차가운 시선으로 써내려간 탁월한 종군기자였다.
지금 우리나라는 또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다.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로 전선도 화염도 없는 치열하고 조용한 전쟁이다.
기아와 질병, 난민과 사상자가 속출하는 전쟁터의 참상을 보이는 숫자가 아닌 시민의 공포어린 눈동자로 보여주고, 소리죽인 비명으로 들려주려 했던 종군기자가 있다.
영화 <프라이빗 워 Private War 2019>에서 로자먼드 파이크가 연기한 마리 콜빈이다.
그녀는 걸프 전쟁, 체첸 분쟁, 코소보 내전, 스리랑카 내전, 동티모르, 아프리카 살점이 날아가고 피가 튀는 지옥을 주저없이 뛰어든다.
스리랑카 내전을 취재하면서 날아온 총탄에 한쪽 눈을 잃었지만 그보다 파괴력 강한 폭탄도, 야만적인 폭력도 참혹한 전쟁의 민낯을 편견없이 담으려는 그녀의 남은 한 쪽 눈마저 감기지는 못했다.
"어려운 소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쟁터에서의 객관적 보도에 대한 필요는 더욱 강렬했습니다. ..... 우리의 사명은 이런 전쟁의 참혹한 모습을 편견없이 정확하게 보도하는 것입니다.
근대 이후 첫 종군기자 러셀의 보도가 있기까지 전쟁은 초급 장교들이 언론사에 파견돼 불러지는 방식으로 보도됐습니다. 누군가는 현장에 가서 무슨일이 벌어지는 봐야 합니다...... 현장에 가지 않고서는 그런 정보을 얻을 수 없습니다...... 진실을 추구하다가 숨진 그들을 기립니다.
그들은 살아 남은 우리가 가진 것과 같은 신념을 지녔습니다. 우리의 일이 계속돼야 한다는 신념 말입니다."
이 재능있고 존경받던 베테랑 기자는 2012년 시리아 유혈사태 취재중 폭격으로 숨진다. 그녀가 치른 우리의 전쟁을 다큐멘터리로 담은 영화가 <프라이빗 워>다.
불의와 편견에 굴하지 않는 보도의 최전선에 마리 콜빈같은 기자가 있다면 야전사령부라고 할 수있는 편집국에는 소위 데스크라 불리는 각 부서장들이 있다.
그 정점에 사령관격인 편집국장이 있다. 이미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선배기자이자 사실상 신문사의 논지를 좌우하는 최종 결정권자다.
이들이 외부 권력과 사주의 외압으로부터 언론의 사명과 기자의 자긍심을 지켜내는 최후 보루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