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아는가-2

더 포스트 2017

by 문성훈

권력의 정점에 있는 현직 대통령 그것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을 낙마시킨 '워터게이트사건' 특종을 보도한 편집국장이 있다.
기자들로부터 '존재 그 자체였고, 힘 그 자체였다'는 평가를 받는 워싱턴 포스트의 밴 브래들리다.

권력의 외압과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언론의 존립하는 이유를 알린 또 하나의 특종 '펜타콘 페이퍼사건'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가 <더 포스트 The Post 2017>이다.
내가 좋아하는 두 명배우 톰 행크스(밴 브래들리 역)와 메릴 스트립(캐서린 그레이엄 역)이 주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믿고 볼 수 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서 흔히 볼 수있는 윤색을 걷어낸 각본과 연출도 훌륭하다.

워싱턴포스트가 미국 역사에 기록된 두 특종을 할 수 있었던건 경영도 고려해야하는 관리자이기보다는 언론인이기를 고집하는 밴 브래들리를 발탁해서 이해해주고 편집권을 존중해 준 캐서린 그레이엄이라는 발행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편집국장이 최종 결정을 한다지만 발행인의 허가 없이는 신문이 나올 수 없다.

캐서린은 발행인이었던 남편의 죽음으로 아버지가 물려 준 신문사를 경영하게된다. 이전까지 사교계의 여왕이자 전업주부였던 그녀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존립을 걸고서도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용기를 지닌 언론사 발행인이자, 여성의 사회진출이 드물었던 1960년대에 성공한 사업가이자 시민사회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나는 우리나라에 애꾸눈 기자 '마리 콜빈((Marie Colvin, 1956. 1. 12 ~ 2012. 2. 22)과 영원한 편집국장 밴 브래들리(Ben Bradlee, 1921. 8. 26 ~ 2014. 10. 21) 그리고 진정한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Katharine Meyer Graham, 1917. 6. 16 ~ 2001. 7. 17) 이 보이지 않음을 한탄하지는 않겠다.
그때에도 어둠은 존재했고 별빛이 되어 준 이들이 있었기에 사람들이 길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다.

그들은 우리가 절망하지 않도록 이런 말을 남긴 것인지도 모른다.

"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은 스스로에게 물어 왔거나 지금 묻고 있을 겁니다.
그게 목숨을 걸 만한, 비통한 일과 손실을 감당할 만한 일인가? 그렇게 해서 무엇이 달라지나? 저 또한 부상당했을 때 이런 질문과 마주했습니다.
당시 한 신문은 머리기사 제목을 '마리 콜빈, 이번에는 너무 멀리 나간 걸까?' 이렇게 달았더군요." <마리 콜빈>

“신문은 다양한 상황 하에서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신문이 진실을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진실을 모르는 취재원에 의존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아가 중요한 세부사항을 빼먹거나 빙빙 돌려 진실에 접근하기 어렵게 얘기하거나 작심하고 거짓말하는 취재원을 인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면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바로 그 질문이 우리를 이 업계로 이끈 것이다. 마치 디오게네스가 정직한 사람을 찾기 위해 아테네 시내를 거닌 것처럼. 진실을 찾는 우리 노력이 더 공격적이 될수록 일부 사람들은 언론에 더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사안이 더 복잡할수록, 진실을 감추는 방식이 더 교묘해질수록 진실을 찾는 우리 노력은 더 공격적이어야 하고, 일부 사람들을 더 불쾌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이따금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진실은 결국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언론이 조금이라도 안주하면 민주주의는 엄청난 비용을 치를 것이다." <밴 브래들리>

“(사주와 편집국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편집자에게 무엇을 하라, 하지 말라는 것은 발행인의 권리가 아니다. 그러나 발행인의 분명한 책임은 신문이 완벽하게, 정확하게, 공정하게, 탁월하게 발행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다." <캐서린 그레이엄>

나는 지금 우리 밤하늘에는 짙은 구름이 별빛을 가리고 있을 뿐이라고 믿는다.

그래도 진짜 중요한 건 놓치거나 외면하고, 의미없는 숫자에만 매달려 전광판 놀이만 하는 자존심없는 한국의 기자들이, 천상 월급장이인 데스크가 그리고 탐욕스런 언론 사주들이 조금은 부끄러워했으면 좋겠다.

전시(戰時)나 다름없다고해서 사상자의 수나 헤아리는 건 결코 그들이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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