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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Apr 10. 2020

환기시키는 날

"형 뭐 좀 물어보려고,..."  
주말. 간만에 늦잠을 자려던 계획을 무산시킨 후배의 전화는 곰팡이때문이다.
아파트 베란다 창틀에 곰팡이가 펴서 살펴보니 창틀과 벽 틈 사이를 메꾼 충진재와 실리콘도 드문드문한데다 실리콘도 삭아서 다 떨어졌다는 것이다.무엇으로 메꾸면 좋겠냐는 거다.

결로다. 아파트 베란다 난간은 기본적으로 단열이 되어있질 않다.
거기다 창틀을 세운들 외풍은 막아줄지 모르겠지만 찬 외기와 내부 온기 만나는 지점에서 자주 곰팡이가 슬기 마련이다. 이런 저런 조언 끝에 정 해결이 안되면 자주 환기를 시키든지 작은 선풍기에 타이머를 장착해서 설치해 두는 방법도 있다고 일러줬다.
"선풍기? ..."  금시초문인 눈치다.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우려되는 지하에는 기존 벽과 간격을 띄워 벽 하나를 새로 설치한다. 그리고 반드시 통풍구를 설치한다. 곰팡이의 원인은 습기지만 생존 요건은 정체된 공기다. 바람이 상시로 들락거리면 곰팡이는 피지 않는다.
그래서 바람 길을 내는 것이다. 햇볓이 내리쬐지않는 실내에서 환기는 공팡이제거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대책인것이다.

머무는 공기. 정체된 분위기는 한 사회를 좀 먹는 곰팡이를 키운다.
한 나라의 비약적인 발전을 저해하고 인간적인 삶을 추구하는 흐름을 막아 썩게 만든다.
과거로의 회귀, 일부 계층에게 편중된 부도덕과 불공평한 제도로의 복귀를 도모함으로써 보다 안락하고 대우받는 삶을 연장하고 싶다는 부질없는 갈망이 이 나라를 썩게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수십년동안 반복되는 정치구호와 언론플레이에 놀아나고, 정부의 공허한 약속에 실망하는 동안 공정하고 정직한 사회는 커녕 철옹성같이 버티는 부당한 부의 세습과 권력의 편중에서조차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제나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영화를 지속하려는 정치, 언론, 경제 , 학계에 포진한 권력을 가진 반대 세력의 끈질기고 은근한 저항에 동력을 잃거나 좌표를 잊고 헤매곤 한다. 그만큼 집요하고 강건한 세력이다.

곰팡이가 그렇다. 약점을 찾는데 집요하고 그 생명력은  끈질기다. 포자는 공기 중에 머물며 어디든 안착할 조건만 갖춰지면 번성하기 마련이다.
세상에 떠도는 곰팡이 포자를를, 습기를 완벽히 제거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물며 따뜻하고 편안한 집에 머무려고 바깥의 찬 공기와의 완벽한 차단을 하고자한다면 어딘가는 결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거부할 수 없는 섭리다.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가 최근의 건축경향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열을 완벽에 가깝게 끌어올린 에너지 절감 주택인데 그에 따른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환기문제다. 환기를 하려다보니 내부 온기를 뺏기지않는 또 다른 장치 '폐열 회수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내,외부 온기를 교차시켜 최소한의 열손실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다.
에너지 절감을 하려는데 새로운 장치를 필요로 하고 그만큼의 비용이 더 들게 된다. 패시브하우스의 장점을 살린다면 창문을 여는 일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자연과 호흡한다며, 건강에 좋다면서 한옥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사계절이 분명한 우리나라에서 창호지 한장으로 내 외부가 단절되는 건축양식은 사뭇 불합리해보이는데도 수천년을 이어왔다. 외부의 한기는 온돌이라는 우리만의 독특하고 과학적인 취사겸 난방장치로 극복했다.

그래도 창호지 한겹은 이해하기 어렵다.
창호지. 즉 한지에는 몇겹 유리나 실크 벽지가 해내지 못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내,외부의 온도차를 교차하는 역할도 할 뿐더러 습도가 높을 때는 이를 머금었다 내 뱉는 가습기 역할도 한다. 실로 놀라운 일이다. 한옥 창호에 곰팡이가 슬었다는 얘기는 여지껏 들어보지 못했다. 얇은 창호지의 호흡력, 벌어진 창호틈으로 들락거리는 공기의 흐름이 사람을 살린다.
안락함만을 추구할 때 우리는 자연과 멀어지고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닫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선조들은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멀끔한 현대 주택을 철거하다보면 화려한 실크벽지를 뜯고 난 자리에 넓고 거뭇하게 핀 곰팡이 자국를 자주 발견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니 알아챌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실크벽지가 종이인줄로 안다. 정확하게 말하면 종이위에 PVC비닐을 입힌것이니 비닐의 성질을 가졌다고 말하는 게 옳다, 그러니 벽과 벽지 사이에서 숨을 쉴 수가 없고 아무런 공기 흐름이 없는 가운데 습기마저 맞춰지면 곰팡이가 슬게 된다.

지금의 우리나라가 그렇지 않은가 싶다.
세계가 주목할만한 경제 성장을 이뤘고, 민주주의도 꽃피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코로나19에 대한 대한 대처는 세계 표준이 됐다.
그야말로 멀끔한 현대주택이다.
그런데 실은 군데군데 곰팡이가 슬어있다. 한꺼풀만 벗겨내면 시꺼멓게 핀 곰팡이 투성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대로 덮어두자고 한다. 새로운 벽지로 덧붙여 생활하면 그만아니냐는 투다. 그런데 곰팡이 포자가 공기 중을 채우고 있다, 어디든 습도만 맞다면 자리잡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이 사회를 떠다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 집에 사는 사람, 그 사회에 속한 국민은 병들기 십상이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와  모두가 만족하는 사회를 이룬 나라를 본적도 없거니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세상 어디에고 곰팡이 포자는 상존한다. 습도가 얼마나 높은지, 곰팡이의 생존 조건을 얼마나 잘 맞추느냐의 문제다.
바람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더욱 그러하다. 몸에 좋은 황토집에 오랫동안 적응된 우리민족이 세련된 콘크리트 아파트에 살게되면서 많은 새로운 질병을 앓고 있다. 습도 높은 장마철이 지났어도 곰팡이 슨 자리를 뜯어내 바람을 쐰 적도 없거니와 그대로 덮어두고 이중 삼중으로 덧붙여 두텁게만 해왔으니 이제는 뜯어내기마저 힘겨울 지경에 이르렀다.

바람은 시민의식이다. 온 나라 구석구석에 바람이 닿게해야 한다. 안락한 생활만을 꿈꾸는 자들은 이대로 온기를 뺏기길 두려워한다. 환기는 해서는 안되는 일로 여긴다. 그렇게 우리모두 알맞은 온도에 적응해서 다같이 곰팡이 포자를 호흡하며 병들기만을 기다린다.
선풍기 바람은 국소적인 처방이다. 선풍기는 언론이다. 그마저 스위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고장난 상태다,  깨어있는 시민의식, 건전한 비판만이 선선한 바람을 일으킨다. 이 나라 어디든 국민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습도는 계절따라 바뀌고 필요하다. 잔잔하지만 끊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만이 곰팡이의 번성을 막을 수 있다.

오늘은 창을 열어 세상을 환기시키는 날이다.
4월 10일 사전선거 투표시작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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