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戀書)

by 문성훈

사무실에 혼자 나와 있어 다행입니다.
이제 담담해질 때도 됐건만 당신의 서툰 기타반주에 맞춰 상록수를 따라 부르다 기어이 울컥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낮은 사람으로 겸손한 권력이 되어 강한 나라를 이루고자했던 평소의 염원처럼 땅속 깊이 뿌리 박은 너럭바위가 된 당신이 당부했습니다.
"독선과 부패의 역사 분열의 역사, 굴욕의 역사로부터 물려받은 패배주의와 기회주의 문화를 민주주의 시민사회, 민주주의의 시민문화로 전환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제사 깨닫습니다. 바위는 내 가슴에 그리고 우리들 심장에 뿌리박혀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반성을 모르는 수구적폐세력이 그토록 캐내려 애썼고 마침내 당신 등을 떠밀어 벼랑으로 밀쳤지만 당신은 여전히 그리고 영원히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당신이 우리와 함께 이루고자했던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 사람사는 세상, 법과 원칙이 바로서는 사회, 일반인이 법에 복종하는 사회가 아니라 권력있는 사람들이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사회"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경계했던 것처럼 한국에서 모든 좌절의 역사는 다 분열로 부터 비롯됐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분열을 획책하는 무리들이 기승을 부립니다.

당신이 외쳤지요. "민주주의든 진보든 국민이 생각하고 행동하는만큼만 나아갑니다. 지금 여러분의 생각과 실천이 바로 내일의 역사입니다.
민주주의의 완성은 없을 것입니다. 역사에는 완결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탐욕과 본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시련과 투쟁, 진보는 계속될 것입니다"
당신이 사랑했던 시민들인 우리는 잊지도 머물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모였고 걸었으며 외쳤습니다. 그것이 전부라고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우리들 중에 없습니다. 첫 걸음에 불과하고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자상하고 따뜻한 당신은 혹여 우리가 지칠까봐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의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시민혁명은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함께 하겠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믿습니다. 여러분 함께 합시다.
제가 함께 하겠습니다. 더 좋은 세상을 위해서 더 훌륭한 역사을 위해서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당신은 함께 하자는 약속을 못지키셨지만 원망은 하지 않겠습니다.

주먹을 불끈 쥔 당신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루고 싶은 것은 민주주의의 진보입니다. '당신'으로 한 시대를 끝내고 새롭게 진보하십시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협량한 저는 용서하지 못하겠습니다. 당신을 우리 곁에서 너무 빨리 앗아간 그들을, 그리고 우리를 발걸음을 붙들려는 그 손길을 뿌리치고 자를 겁니다. 제게 있어 용서는 사람에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고 하셨지요?
네. 잘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슬픔이 눈물로 떨구어지게는 하지 않겠습니다. 뜨거운 용암으로 흘러내리게 하겠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불순물을 다 삼키고 태운 다음에서야 바다가 된 당신에게 닿아 식겠습니다.
저는 기꺼이 강물이기보다 용암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은 낮은 바위가 되어 편안히 누웠지만 당신을 에워 싼 박석에 새겨진 시민들의 소망, 그리고 당신을 함박웃음 짓게했던 우리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있어 그리 외롭지는 않으실 겁니다.

내년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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