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어머니들께...

by 문성훈

세상을 향한 외침도 있고 스스로에게 잊지말라 다시 들려주려 기록에 남기는 경우도 있다.
이 얘기는 후자에 해당한다.

청렴하고 올곧은 공직생활을 하신 분이고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인품을 지니셨다.
드문 삶을 대할 때면 그 연유가 궁금해서 캐고 싶어진다. 성장 과정에서 그 단초를 얻을 수 있을까해서 동행한 그 분의 학교 후배인 내 지인이 여쭤봤다.
"쉽지않은 길이셨을텐데.... 성인이 된 이후 삶은 이전에도 좀 들어서 짐작이 됩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은 어떠셨습니까?"


"나는 말이야 아무래도 어머니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 대단하신 분이셨거든.... 엄하셨지. 어릴 적에는 우리집이 면에서 제일 가는 부자였는데... 국민학교에 입학하니까 어머니께서 나한테 소를 맡기시더라고... 집에 큰 머슴, 작은 머슴 둘이나 있었는데 어머니 서슬에 어쩌지도 못했어...
그래서 내가 전담해서 소 꼴을 먹여야 했는데 보통 때야 산에 풀어놓으면 됐지만 이 놈이 어디 나뭇가지에 줄이 엉겨서 제대로 못먹은 날이 있어. 그런 날은 집앞 개울에서 물을 먹였지... 근데 물은 얼마 못먹어... 무슨 수를 써도 소가 제대로 꼴을 못먹은 걸 어머니는 귀신처럼 아셨지.
그런 날은 밥을 안주셨어 "소가 굶었으니 너도 굶어야 한다"시면서... 그런데 어떤 식이었냐면 밥상에 내 밥공기를 올려놓으셨다가 바로 가져가셨단 말이야.... 그러면 나는 방에 가사 일찌감치 잤어. 형제들 먹는 걸 흘깃거렸다간 더 혼이 나니까... 또 그래야 다음날 새벽에 소를 끌고가서 배를 채워주고는 나도 밥을 먹어야했고..
그런데 정작 문제는 비가 내려서 소를 데리고 나갈 수 없을 때지. 어휴~ 말이 그렇지 비오는 날 어린 게 풀을 벤다는게 서툴고 어설플밖에...국민학생이었단 말이지... 이 손에 흉터가 다 그때 생긴거야....


중학교때 가세가 기울었지. 그래서 형님댁에서 중학교를 다녔는데 형님부부와 조카까지 해서 한 방을 쓰니 그 사정이 어땠겠어? 게다가 야간학습까지 하는데 형수님이 점심, 저녁을 한 도시락을 담아주시는거야. 나눠서 먹으라고...찬이랄 것도 없고... 자존심은 상하고... 그래 반 친구들 몰래 숨겨가며 먹었는데 늘 배가 고픈거야.
그런데 그 형님댁 옆집에 부자가 살았는데 내가 공부를 좀 하는 걸 아시고선.... 그 집 애들이 내 또래다 보니 같이 공부하라해서 그 집에서 배불리 먹기도 하고 거기서 자주 잤어. 좋았지.
그런데 정작 나는 공부를 하고 그 집 애들은 자고... 뭐 그런 걸 본 날은 그 양반이 애들을 말도 못하게 엄청 혼내키는 거야... 그 집 애들도 애들인데 마음이 어쨌겠어... 그런 날은 어김없이 그 애들이 문을 안 열어줘.
그러면 야밤에 갈데도 없고 할수없이 혼자 방을 쓰는 친구집을 찾았지. 그 방 창을 두드리는 거지.
어느 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그 부잣집 애들은 문을 안열어주고... 추녀밑에서 가로등 불빛에 책을 보다가 비에 흠쩍 젖어서는 그 친구를 찾아갔지. 그 친구네도 잘 살아서 이불이 참 좋았거든.... 친구는 젖은 옷을 벗고 자라고 하는데 나는 그냥 구석에서 웅크리고 잤어.
왜 그랬는지 알아? 팬티가... 하하 오래 입기도 했고 꼬질꼬질한데다 찢어진 걸 친구한테도 보이고 싶지 않더라구...


어찌어찌해서 고등학교를 들어가면서 하숙을 했는데 방학이라고 집에 가면 어머니는 제일 먼저 내 교복을 베옷으로 갈아입게 하시는 거야...
면 전체에서 내 또래 중에 고등학교를 다니는게 나 뿐이니 동무들 마음을 염려하신거지.... "


더 이상 내가 토를 다는 건 무례이고 사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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