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그 이름이 무색한 어스름한 불빛에 골목을 걷다보면 뉘집에서 들려오는 지 모를 개 짖는 소리에 화들짝 놀래던 옛 기억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도심 사방팔방에서 개짖는 소리가 끊김이 없는데 떼로 합창을 하기도 하고 한 두마리가 사납게 짖기도 한다.
오늘은 한 배 새끼인줄 알았던 두 마리 개가 서로 으르릉거리며 이빨을 드러내는 꼴을 다 본다. 시간이 아깝긴 하지만 차씨 동네 개와 진가놈 개가 잡아먹을듯이 짖어댄 글을 읽던 중인데 카톡이 연방 울어댄다. 가족톡방이다. 뭔일인가 싶어 들여다보니 보이스 피싱과 스미싱도 구분못하는 아내가 사기에 말릴 뻔 했다는 얘기다. 딸아이가(사칭해서) 폰이 고장나 피씨방에서 연락한다면서 구글기프트카드 20만원권을 급히 사달라고 한거다. 자식 일이라면 양잿물도 마실 아내지만 기지를 발휘해 확인하려드는 통에 무사히 넘겼다.
딸아이가 지 엄마한테 "만약에 또 저런게 오면..." 1.연락온 번호말고 원래 번호로 걸어본다. 2. 보이스톡을 해본다 3.다른 이름으로 불러본다 ex)수철이니? 등등 지침을 내려주면서 "놀랄겠수~"위로를 건넨다. 아내는 "신고할까?" 묻고 딸아이는 소용없을거라고 답한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작디 작은 간의 소유자 아내의 모습이 눈 앞에 보이는 것만 같다. "지금도 가슴이 떨려.... 협박 받는 줄 알았어... 눈물이 날려고 해..." 그런 엄마가 안쓰러웠는지 딸아이가 아내있는 곳으로 가겠가고 하고 아내는 그러라고 한다. 딸아이의 친구 엄마는 딸이 납치됐다며 비명소리까지 들려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이 얘기를 들려줬더니 한 직원이 "우리집 식구들이 그 정도는 아닌데..."라며 누나가 해외출장 간 동생의 연락인 줄 알고 돈을 부쳐서 사기 당한 얘기, 평소 야무지고 똑소리나는 여직원은 자신이 당한 얘기를 꺼내놓는다. "정말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면서.....
세상 참 살기 험난하다. 코로나역병에 역대급 태풍이 물러가니 왠 잔챙이들이 장마 끝 물에 뭍에 오른 망둥이처럼 날뛴다. 조심하고 살펴가며 살아야겠다. 미친 개에 물려도 내 손해고 개미한테 뭣을 물려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