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라도 끄집어내야

by 문성훈

덴마크였나 노르웨이였나 아니면 스웨덴이었는지도 모른다. 몇년전 웨건에 전기밥통까지 싸들고 온 가족이 북유럽을 돌았을 때 얘기다.

늘 그래왔듯 오가는 항공편만 끊었을 뿐 아무런 계획없이 기분 내키는대로 발 닿는대로 쏘다녔다. 그러니 어디서 자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차량에 구비된 네비게이션과 구글맵을 켜놓은 랩탑 그리고 그 나라 캠핑장 안내서만이 유일한 길잡이였다.
교통 표지판에 성곽 그림이 있어 호기심이 생기면 핸들을 꺾었고, 멀리서 보이는 마을 정경이 아름다우면 거기로 향했다. 오후가 되어서야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예정이 잡혔다. 그제서야 아내는 도착 지점 인근의 캠핑장들마다 전화를 돌렸다.

한번은 통화를 끊낸 아내가 빙그레 웃는다.
"왜? 예약은 됐어? 어디야 네비 찍어"
"응. 근데 재미있네. 여기는....ㅎㅎ"
"왜? 뭐래는데?"
"글쎄. 캐빈 호실 알려주면서 키는 현관 발털이개 밑에 뒀으니 계산은 주방싱크 첫번째 서랍에 넣어두고 가래. 자기는 거기 없다면서...."
"그래? 샤워실하고 공동주방 안내는 받았어?"
"응. 상세하게 다 말해줬어. 무슨 불편한 거 있으면 연락하래"
정말 도착하니 방갈로같은 통나무집 현관 그 장소에 열쇠가 있었고, 우리는 하루를 묵고 알려준 서랍 안에 돈을 두고 나왔다.

또 한번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니다 늦게 숙박지를 물색하게 됐다. 밤 11시가 되어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바닷가이기도 했지만 사진상으로도 멋진 풍경이어서 꼭 가고 싶었다. 다행히 오라고 했다. 경험상으로 그쪽 사람들은 10시면 잠드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아마 예정했던 시간쯤이거나 좀 더 늦었을 것이다.
거기는 한 가족이 살고 있으면서 운영하는 캠핑장이었다. 그런데 도착하고보니 그 가족이 애들까지 다 깨어있으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림같은 밤바다의 정취에 취해 몇 시에 잠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내는 모기가 많았다고 침구 청소가 잘 안되어 있었다고 툴툴거렸지만 나는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언젠가 딸아이에게 물었다.
"너는 여행중에 뭐가 제일 기억에 남았니?"
"음... 스페인에서 그 왜 오래된 동네... 거기서 아침마다 줄 서있던 그 빵집 있잖아 조그만... 그 빵 사들고 먹으면서 걷고, 버스타서 돌아다녔잖아... 그 빵 냄새 아직도 기억이 나... 다시 가보고 싶다. 그 빵 또 먹고 싶은데..."

아들에게 물었다.
"아빠 나는 그 섬. 필리핀의 섬 거기.... 우리 가족밖에 없었잖아. 스노클링해서 본 고기들... 물도 엄청 맑고.... 그리고 이스탄불 길거리 고등어케찹 맛있었는데..."

아내는 다 좋았다고 했다. 지역마다 장소마다 가장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내 생각에는 우리 가족이 함께라면 그토록 손사래를 치는 인도라든지, 사막이나 아프리카 밀림을 갔어도 좋아할 지 모른다.

여행은 누구에게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냄새로, 맛으로 남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그 시간을 함께 한 것만으로 행복해하는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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