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끊은 지는 꽤 되는데 요즘은 뉴스도 잘 보지 않는다. SNS의 반복되는 불편하고 불쾌한 소식들은 지나친다. 가을을 심하게 타는데 독감주사를 맞듯 예방조치가 필요하다. 그렇다고해서 세상과 담 쌓고 살 수도 없으려니와 시중에 떠도는 애기들이 들리지 않을 리 만무하다. 되도록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부정적인 소식에는 귀와 입을 닫으려 한다. 불안하고 불쾌한 감정의 전파속도는 전염병보다 빠르다. 부정적인 생각은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도 잠식한다.
인류의 역사는 생존을 떼어놓고는 말할 수 없다. 과거 척박한 환경속에서 잠재적 위협과 눈 앞의 위험과 맞서면서 축적된 생존본능은 오늘날 인간의 유전자 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희망보다는 불안을, 긍정보다는 부정을, 믿기보다는 의심하게되는 데는 분명한 연원이 있다. 생리적 작용 역시 평온을 느낄 때보다 공포를 느낄 때 더 격렬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인류 문명을 가져다 준 언어와 문자에서도 그런 경향은 도드라진다. 영어에서 감정을 나타내는 어휘가 600개에 가깝지만 그중 대다수(62퍼센트)가 부정적 감정을 묘사하는 단어다. 따라서 사람들이 보통 긍정적인 단어보다 부정적인 단어를 더 많이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골라 쓸 단어 중에 부정적 단어가 더 많기 때문이다. 한국어라고해서 다를바 없다. 서울대 국문학과에서 한국어 어휘 중 감정상태를 표현하는 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434개 단어들을 분석했다. 부정과 긍정의 비율이 7대 3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감동하다, 감탄하다, 공감하다, 상큼하다, 설레다, 그립다는 긍정적인 감정 표현어다. 화나다, 황당하다, 지겹다, 의심하다, 우울하다는 부정적인 표현어들이다. 감정상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난다.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의 지속기간이 훨씬 길다.
우리가 일상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뉴스를 접할 때 설득보다는 반론에 언성이 높아지고,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에 더 신랄한 표현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현대에 이르러 우리 사회는 희망보다는 좌절을 부추키고 긍정보다는 부정을 강조한다. 급격한 사회적 변화를 겪고 있는 한국의 경우는 더 심하다. 유전적으로나 주어진 환경이 그렇다보니 물질적으로는 예전보다 안전하고 풍요해졌을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로는 피폐해지고 감정은 메말라간다.
의식적으로라도 스스로를 추스리지 않으면 그 격랑에 휩쓸려 전혀 원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격려, 사랑, 희망의 메세지를 전하고 배려, 이해, 설득의 언어 구사는 자신을 구하려는 노력이다. 긍정적인 감정의 지속시간은 짧다는 것을 명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