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보내며...

by 문성훈

언제부터인가 목적 없는 만남을 좋아하게 되고, 목표 없는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현대문명 속에서 우리는 세상을 알게되고 배움이 많아질 수록 목적없는 만남은 시간낭비에 불과하고, 목표가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는 말을 신봉하며 살아간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바라는 것이 많아지고 올라야 할 지점이 높아질 수록 더 철저하고 맹렬하게 지키고 쫒는다.

현대인은 태어나면서부터 죽는 날까지 보이지 않는 채찍에 휘둘리며 살아간다. 성적, 성과, 지위, 명성,재산, 수명 어느 레인에서 달리고 있는지만 다를 뿐이다.
모두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잠재적 위협과 눈 앞의 위험으로부터 그리고 현실의 차갑고 냉혹한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고 발버둥치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외풍을 막을 겉옷을 겹쳐 입어가며 세상의 변화와 환경에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약속받은 적도 없는 미지의 땅을 향해 고단한 걸음을 옮기는 중이다.

형님으로 모시는 절친한 한의사가 계시다. 그 분이 한의학과를 가게 된 계기가 남다르다. 병약해서 고교를 중퇴하고 절망한 끝에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생을 마감하려고 탄 기찻간에서 은인을 만나게 됐다. 그 분을 따라간 시골집에서 한약으로 병을 다스리게 된 것이 평생 한의학에 몸담게 된 계기가 됐다.
지금은 빅데이터 분야로 대학 강단에 서는 지인이 있다. 누구보다 치열한 젊은 날을 보내고 정치권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는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괴리를 느끼던 중이었다. 대학로 찻집에서 친구가 자신의 눈을 응시하며 한 말이 늦은 유학을 결행한 계기가 됐다고 했다. "'진짜 한국 땅 밖에서 한국을 들여다봐봐. 그게 잠깐의 여행이라도 좋으니..." 이후 그의 인생 행로는 바뀌었다.
인생을 흔들고 생각을 변화시킨 의미있는 만남은 대개 사소하고 우연하게 찾아온다.

나는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그리 열광적인 편은 아니다. 다만 스포츠가 비교적 짧은 기간동안 한 사람이 발전하고 성취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뿐이다.
야구선수 스즈키 이치로의 목표는 51세까지 현역으로 뛴다는 것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철저한 관리와 신앙에 가까운 루틴으로 자신의 목표를 거의 달성했지만 사람들은 그가 만들어 낸 세계적인 기록에 감탄하고 환호한다.
국내 야구선수로는 박정태가 있다. 역시 레전드라 불릴 만큼 대단한 선수였지만 프로구단에 입단한 이후로 갖은 부상과 좌절을 딛고 일어선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그런 그의 목표는 '내가 연습을 얼마나 하겠다"라고 했다. 모두가 예상했던 기록도, 골든 글로브도 한국 최고의 2루수도 아니었던 것이다.

우연한 만남과 사소한 인연조차 소홀히 하지 않는, 어제는 잊고 오늘을 허수히 보내지 않은 자세야말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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