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by 문성훈

바보로 불리는 연예인이 있다. 가수인지 개그맨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지만 TV에 자주 나오는 것을 보면 대중이 좋아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억지스럽다거나 의도적으로 보이지 않는데 그의 말과 행동에 나 또한 웃을 때가 많다. 말도 어눌하고 상식도 모자라 보이고 순발력도 딸리는데 여느 슬랙스틱 코미디언을를 볼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나를 기분좋게 하는 것은 그의 표정이고 가식없는 말이다.

글쟁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문학가들이나 학자다.
나는 그 중에서도 시인을 가장 높이 사는 편이다. 짧은 문장으로 수많은 이야기와 사연을 담아내는데다 그 어떤 문학 장르보다 오랫동안 향기를 잃지 않는다. 오랜 성찰과 깊은 사유가 담긴 어휘를 쓰기 때문이다.
시의 구조는 흥미롭다. 운율과 리듬이 있고 행마다 운을 맞춰야 한다. 이런 조건을 갖춘 시는 낱말퍼즐같은 재미를 줄 때도 있고 어려운 수수께끼같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은 시인이야말로 천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지적 수준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은 60,000개정도를 단어를 알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일상에서의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800~1,000개의 기본 어휘만 구사하면 된다. 나머지 59,000개는 시인처럼 감동을 위해 선별되어 쓰여지기도 하지만 같은 내용을 달리 표현하고 복잡하게 말하는데 쓰이는데 이는 대부분 말하는 사람의 재능과 지능을 과시하기 위해 쓰여진다.

우리의 일상 대화에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하나지만 말하는 사람의 지적 수준, 의도나 성격에 따라 다른 단어가 쓰여지고 길거나 짧아진다.
그런데 그 연예인의 말에는 여과없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당황했는지 기쁜지 싫은지 그의 말은 무채색에 가깝다. 우리는 자주 컬러 사진에서보다 흑백 사진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낀다. 농담으로 그리는 수묵화다. 그에게서 높은 지식과 많은 얘기를 기대하지 않는 대중에게 그리 화려한 언변는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쉬고 있거나 움직일 때, 죽음과도 같은 순간, 침묵하거나 말할 때, 혹은 내면을 바라보거나 느낄 때, 실제로 표정을 짓거나 예술적으로 표현되거나 기록될 때, 압도적으로 복잡하고 때로는 혼란스러운 정보를 가장 잘 드러내는 곳이 바로 인간의 얼굴이다. - 폴 에크먼"
누구나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살아간다. 인간의 얼굴에는 희노애락애오욕의 인간사가 담겨 있다.
심리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얼굴은 행복, 기쁨, 분노, 공포, 놀라움, 혐오의 기본감정을 표현한다고 한다. 오랫동안 감정의 절제를 미덕으로 삼았던 동양인의 굳은 표정에서 감정을 읽어내기란 다소 모호할 때도 있지만 현대에 와서는 보편타당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 연예인의 얼굴은 늘 웃고 있다. 화가 나거나 놀라야 할 상황에서도 금새 웃는 표정으로 바뀐다. 주변 사람들을 밝고 유쾌하게 하는 재능을 타고 난 것이다. 가식적이 아닌 자신이 살아온 방식 평소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의 웃는 얼굴에서 대중은 안도감과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거기에 어눌한 말투는 오히려 진심을 더해주고, 부족한 어휘구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표정은 목소리톤, 보디랭귀지와 같은 비언어적 신호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이러한 비언어적 신호를 읽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언어가 생기기 전부터 본능적으로 위험과 친밀감을 알아채지 못했다면 지금의 인류는 없었을 것이다. 가장 동물에 가까운 갓난아기일 수록 비언어적 신호를 더 잘 읽는다. 심지어 표정으로 상대의 마음을 바꿔놓기도 한다. 마음 그대로를 투명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표정을 읽는 것은 모든 인간관계의 기초가 된다. 문화권이 달라 구사하는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인간은 표정으로 상대를 파악하고 감정을 읽어낸다.

공식석상에서 정치인들이 혹은 법정에 선 검사나 변호사가 상대를 지칭하며 항상 '존경하는...'이란 수식어를 붙인다. 그런데 정작 상대가 그렇게 느끼는 지는 의문이다. 그들의 표정과 행동 어디에서고 진심이 묻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의례적으로 또는 상대의 호감을 얻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는 걸 사람들은 이미 눈치채고 있다. 그들의 화려한 언변에서 시에서 받는 감동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지능을 과시하고 의도를 감추려는 속내를 이미 감지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는 데는 말보다 목소리의 톤, 보디랭귀지, 표정과 같은 비언어적인 기호를 읽어내는 것이 더 주효하다. 우리는 비언어적인 신호를 읽어냄으로써 상대의 감정을 읽어내고 진짜 메시지를 받아들인다.
이러한 타고난 감각으로 진실과 거짓, 신뢰와 불신을 판단하고 그 결과와 행동의 경험을 축적되면서 확신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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