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을 보면서 웃는다. 문신을 한 야쿠자의 무리다. 꽤 공들인 컬러풀한 문신들인데 상체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나를 웃게 한 것은 대부분 팔 소매를 걷어올리는 지점까지 그리고 앞섶 일부를 풀어헤칠 때 드러나는 부위에는 문신을 새기지않은 때문이고 팬티 대신 입은 훈도시 때문이다.
문신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과 함께 했다고 할만큼 오래됐다. 기원전 4만년전 구석기 시대에서 문신을 새기던 도구로 추정되는 유물이 발견되고 5000년전 미이라에서도 문신은 발견된다. 당시 주술적 의미를 담았던 문신은 이후 아프리카 부족에게서는 용맹을 드러내거나 성인의 상징으로 혹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폴리네시아에서는 자신의 신분과 혈통을 나타내는 기호로서 다양하게 새겨져 왔다. '신체발부 수지부모'의 유교사상이 지배했던 중국문화권에 속한 한국과 일본에서의 문신은 오랫동안 부정적으로 인식됐다. 고대중국에서 형벌의 하나로 새겼던 문신이고보면 최근 미용목적으로 그리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예술 행위로까지 근접하고 있는 걸 보면 시대의 변화를 실감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반인에게 문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한데는 범죄자들이 주로 했기 때문이다. 일본 야쿠자로 대표되는 그들 세계에서의 문신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흔히 조폭으로 불리는 이에게 직접 물어봤던 적이 있다. 그의 대답은 "문신이 다섯명 몫을 한다"였다. 위협과 공포를 자아낸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유럽의 범죄자들은 조직간의 결속 그리고 전적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야쿠자의 문신이 마피아의 문신보다 세련되고 화려하다.
야쿠자들의 사진을 보고 웃었던 것은 위협의 수단이라면서 옷으로 가려지는 부위에만 빼곡히 새겨서다. 그들도 일반인들과 섞여있을 때는 평상복 차림의 보통사람이고 싶은 바램이 숨겨져 있어서가 아닐까. 그런데 왜 훈도시 차림일까. 조상때부터 이어져 온 정통성이라도 말하고 싶은 걸까. 현대 젊은이들 사이에 성행하는 미용으로서의 문신은 신체의 드러나는 부위에 새긴다. 자랑하고 싶고 그로써 자신을 감각과 개성을 나타내려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가지는 유추해볼 수 있다. 밤으로 상징되는 숨기고 싶은 어둠 속의 문신, 밝은 낮을 활보하는 드러내고 싶은 문신. 그래서 옷 안에 감추기도 하고 노출부위에 새기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문신이건 한번 새기면 다시 지울 수는 없다. 거기에 덧칠을 하거나 여백만 있다면 더 새길 수는 있다.
일을 하는 사람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문신은 명함이다. 소속된 회사나 기관이 로고로 새겨져 있고 무슨 일을 맡고 있는지, 지위는 어떻게 되는지 일목요연하게 명시되어있다.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명함의 디자인이나 재질로도 회사의 규모나 사업영역 그리고 대표자일 경우는 회사의 성향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기억에 남는 세 장의 명함이 있다. 하나는 조기축구회 회장, OO아파트 동대표까지 열 줄이상의 직함이 팜플렛처럼 적혀있던 명함이고 또 하나는 무슨 큰 시혜라도 주는 듯이 건네던 순금이 입혀진 명함이다. 마지막 하나는 핸드폰 번호와 직함도 없이 이름만 적힌 명함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대단한 사람의 명함이었다. 그렇게 명함은 어떤 식으로건 그 사람을 나타내기 마련이다. 제대로 알아차리는 것은 받는 사람의 몫이다.
일을 하건 안하건 명함이 없더라도 부지불식간에 드러나는 문신이 있다. 인상과 언행이다. 첫 만남에서 받은 인상과 만남이 거듭되거나 시간을 함께 하면서 보여지는 쓰는 어휘, 말투 그리고 무의식적인 행동을 비교해서 일치가 된다면 거의 틀림없다. 그야말로 지워지지도 바뀌지도 않는 문신이다. 우러나기 때문이다. 문신의 물감이 세포에 침착되듯 살아온 배경과 인성이 몸 구석구석에 배여져 있기 때문이다.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옷으로 가리더라도 어딘가에는 새겨져 있다.
대화를 나누다 호칭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제 이름을 읾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왜요?" "항상 O과장, O부장으로만 불리니 막상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은 잘 없거든요" 전업주부라면 이름보다는 OO엄마로 불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OOO호 아줌마로도 불리지 않는가. 하지만 그다지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누구나 유일무이한 자신만의 문신이 새겨져 있으므로.... 누구에게나 그렇게 명함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