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외동딸이 국악 그 중에서도 가야금을 전공했다. 재주가 남다랐던지 국악고등학교를 다니는동안 늘 수위권에 머물렀던데다 무형문화재인 예인의 수제자로 촉망을 받았다. 그 세계에 몸담지도, 자식 둘이 대학을 갔어도 입시에 관해서는 까막눈이라 잘 모르지만 최고 명문대학 입학은 따논 당상이라 했다. 가야금이 ㅇㅇ류, ㅁㅁ류라 해서 갈래가 나뉘는데 그 아이는 ㅇㅇ류의 최고 명인에게서 사사받은데다 수제자로 실력이 출중했기 때문이라 했다.
마침내 대학 입시를 치르게돼서 실기시험을 치르려고 꿈에 그리던 그 대학을 찾았는데... 막상 입시장에는 적막만 흐르고 덩그러니 혼자뿐이었다지. 사연인즉 모교의 행정착오로 실기시험 날짜를 잘못 공지했던 것이다. 실기시험이 이미 하루 전날 치뤄졌다는 사실을 안 딸과 가족은 기함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눈물 콧물을 쏟은 들 어찌 할 것이며, 그렇다고 모교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도 없는 노릇. 실수한 모교도 안타까운 스승도 재수를 강권했지만 그 딸은 그 해에 지방에 있는 대학을 지원했고 지금도 다니고 있다. 다음 해가 되어 부모가 다시 입시를 치르라 권했지만 정작 본인이 대학이 목표가 아니라 진정한 예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으니 그대로 학업을 이어가겠다고 했다한다.
지인이라 했지만 아내의 절친한 친구 딸이자, 그 아이의 아빠는 내 고교 후배이기도 하다. 나는 당사자의 속내를 들은 바가 없지만 그 부모의 아쉬움은 들을 수 있었다. 세상 돌아가는 사정은 알기에 한국 예술 교육의 특성상 초등학교 때부터 고교시절까지 가야금을 탄 그 아이에게 솔찮은 돈이 들었다는 것쯤은 안다. 아내의 말처럼 그리 풍족한 집이 아니어서 속깊은 딸이 쓰린 속을 삭힌 것인지 아니면 정말 본인의 말대로 괘념치 않았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본인의 실수도 잘못도 아니지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절차를 밞지못한 사실만을 직시하고 그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인 어른스러움이 오늘따라 대단해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