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과 오만

by 문성훈

검정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아뿔싸 곧 후회했다. 어제까지 썼던 흰색 대신 검정 마스크를 쓰고 나온 것은 옷을 갈아입어서다.
검은 셔츠에는 검은 마스크가 더 어울리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이 마스크는 KF94 기준에 너무나 충실해서 두텁고 숨쉬기 불편했다. 어제까지 썼던 흰 마스크는 의사용처럼 더 얇고 편했다. 컬러 매칭에만 주목한 결과다.

이전에 아들이 추천해준 김치찌게집이 기억나서 거기에서 점심을 먹었다. 주방 상단에 씌여진 '고기를 아끼면 망한다'란 문구에 어울리게 고기덩어리가 실하다.
불판에 냄비를 얹어주며 끓기 전에 가위로 자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밑반찬은 아무것도 없다. 넓은 밥그릇에 뿌려 먹는 김가루가 전부다. 나름 만족하고 식당을 나오는데 베너의 문구가 시선을 붙든다. '노마진 이벤트'' '14000 -> 9900' '2~3인용' 요즘 코로나로 지치고 힘든 시민들을 위해 한달간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디자인도 카피도 심플하고 전달력 좋은 광고다.
14000 숫자를 ×가 크게 덮었다. 당연히 9900 숫자 크기가 배로 크다. 2와 3에서도 3이 훨씬 큰 것처럼... 가장 하단에 (포장주문에 한함)이란 글이 조금 간격을 두고 적혀있다.
나는 실은 '3'이라 숫자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3인이 먹을 수 있는 양인데 9000원(대)이네' 아니다. 정확히는 9900원 즉 10000원에서 겨우 100원이 빠졌다.
그래도 싼 것은 맞다. 정확히 4100원이 싼데 테이크아웃이란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4500원짜리 커피도 테이크아웃일땐 2500원이다. '2~3인용'이라지만 원래 2인분 찌게도 남았지 모자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가 컬러를 중요시해서 두꺼운 검정 마스크를 고른 것, '3'인용 찌게의 '3'에 현혹된 것과 같은 현상은 우리의 일상에 깊숙히 파고들어있고 일반화되어 있다.
그렇다면 두께 때문에 흰 마스크를 쓰고나왔을까? 글쎄다.
김치찌게집이 과장된 광고를 한 걸까? 아니다.
왜냐하면 오늘 마스크 선택에서 우선 순위는 컬러였다. 그리고 베너광고의 내용은 거짓이 잆었다. 내가 아주 싸게, 푸짐하다 연상했을 뿐이다. 적어도 '코로나로 손님이 줄었다 + 힘든데 서로 상생하자'는 진심은 담겨있기 때문이다.

정말 사회에 문제가 되고 해악을 미치는 언동은 악의에 품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거짓말을 서슴치않고 해대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에 번지는 코로나 괴담으로 마스크를 안쓰게 만드는 것이 그렇다. 직접적으로 마스크를 쓰지말라고는 안했지만 외부활동으로는 전염안된다라든지. 이 괴질을 현정부가 이용하고 있다. 거기에 하나님이 지켜준다는 따위 말을 입에 담는 것은 마스크를 쓰지말라고 충동질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내 기호에 맞춰 마스크 컬러를 골랐지만, 그들은 남들을 마스크 자체를 쓰지말라 선동하고 있고 이기심과 탐욕으로 국가 방역체계를 흔들고 있다.

가장 악질적인 선동, 선전 그리고 거짓말은 한국 언론이 하고 있다. 교묘하고 적반하장격인데다 마침내 자기부정을 할 정도에 이르렀다.
그 논조는 다른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만 같고, 예견하는 한국의 미래는 그야말로 종말에 가깝다. 큰 거짓과 허물은 덮고 티끌을 잡아 전 지면을 할애하고 온 자원을 쏟는다.
반성과 자정은 있을 수 없고 오로지 한줌도 안되는 권력에 심취해 무소불위한데다 안하무인이다. 그리고 마침내 자아도취에 빠졌다.
'고기를 아끼면 망한다'는 모토를 내건 식당 앞 배너광고에도 견줄 수 없는 거짓, 과장 기사에 진정성이라고는 한 톨도 찾아볼 수 없다. 내용없고 과장된 선전만 일삼는 가게는 문을 닫는다.
'무조건 반대하기 위한 반대'를 하기위해 사실을 호도하고 거짓 기사만 올리는 언론사가 망하지 않는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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