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그대에게...

by 문성훈

하루동안 나를 에워싸고 돌아가는 세계를 찬찬히 둘러봐야 한다.
하나의 사건이 두고 불과 몇시간만에 전혀 다르게 펼쳐지는 양상, 빼곡히 서가를 채운 책들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과 매일 쏟아지는 신간 서적 그리고 쉴새없이 울리는 휴대폰의 톡 알람과 안내문자. 그 모든 것들이 한시도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이미 우리는 정보와 지식 그리고 소통없는 세계를 상상할 수 없다,

자연의 변화를 읽고 본능만 총족되면 만족하던 과거 우리 조상들에 비해 변덕스러운 자연 변화에도 일정한 환경을 유지하고 본능 외에도 다른 욕구를 충족하기 쉬워진 현대의 우리는 이전보다 윤택해졌고 행복하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가.

기본적으로 변화는 즐겁다.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어제가 되는 삶이라면 더이상 바랄 것도 아쉬움도 없이 그저 죽어가는 자신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현대를 사는 우리는 빠른 변화의 속도에 어지럼증을 느끼는 중이다.
마치 여행을 떠나면서 무궁화호 대신 KTX를 타게 된 것과 같다. 덕분에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됐고 편안하게 위치이동을 하지만 기차여행의 본질인 바뀌는 바깥 풍경을 즐기거나 시원한 바람에 머리가 휘날리는 경험은 차단된 것이다.
알맹이는 빠지고 껍데기를 벗기니 씨앗만 드러나는 열매를 두고 '이 씨앗이 나무가 될거니 전부다'라고 말한다. 실은 과육이 맛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느끼는 불안의 대부분은 쏟아지는 지식과 정보를 감당할 수 없는 데서 기인한다.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차안에서는 바깥 풍경을 정확히 볼 수도, 현재 위치를 가늠하지도 못한다. 이전에 다녀왔던 기억과 미리 봐두었던 지도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기껏해야 네비게이션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은 도로와 방향만 일러주고 속도위반에만 최적화되어있다.
거기에 날씨마저 궂다보면 비를 걷어내는 바쁜 와이퍼와 차창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에 혼이 나갈지도 모른다.
지금이 그렇다. 전 세계의 급박한 뉴스들이 우박처럼 쏟아지고 넘치는 정보와 지식이 소나기처럼 내리는 도로를 속도도 줄이지 못하고 달려야 하는 꼴이다. 속도를 줄이든지 잠시 갓길에 세울 필요가 있다. 질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을 가는 것이다.

정보는 껍질에 불과하다. 생김새를 보여줄 뿐이다. 진짜는 내 손으로 그 껍질을 까서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알 수 있다. 그래서 생김새만으로 속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지식은 진리에 다가가는 과정이고 열매의 과육이다. 천천히 베어 먹는 잘 익은 과육처럼 달콤하고 내 몸에 저장된다. 이전 사람들이 일러준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정보와 지식을 탑재해서 현실과 맞서고 부딪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론과 실재, 가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 공유된 정보나 지식과 현장의 다양한 상황에서의 대처를 익힌다. 이것이 경험이다.
경험은 실재화된 지식이라서 비로소 유용한 정보가 되어 자신의 것으로 체화된다. 고유하고 실체화된 경험이 누적될 수록 설득력을 갖게 되고 유용한 지식과 정보로써 가치를 더하게 되는 것이다.
경험은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게 윤색되고 변형된다. 그렇지만 본질적인 가치와 유용성이 변화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를 서로 나누고 각자의 것으로 다듬어야한 다. 이 과정이 없었다면 문명의 진화라든지 문화 발전은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 역사에서 지극히 개인적이고 제한적인 경험이 도태되고 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삶이 아무런 의미없이, 존재했던 흔적도 없이 사라짐은 물론 무의미하고 무가치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존재의 의미를 서로를 비춰보는 데서 찾아야 한다. 내 것을 나누고 상대방의 것을 내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전은 시작된다. 소통이 중요한 이유다.
온전히 나만의 것이라면 세상의 변화와 발전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고 사멸한다.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언어로 가장 근본적이고 사실적인 근거로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소통해서 그것을 모두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무척 중요하다.
사람은 태생적으로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이고, 한 사람이 모두를 이끌 수 있게끔 허락되지도 않았다.
우리는 이제껏 정보와 지식의 습득은 지극히 개인적인 역량에 따라 차별적이고, 경험은 사람마다 각각 다를 수 밖에 없고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와 지식 그리고 경험에 의해 세상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소통에서 제외한 사람만이 자신의 세계에 고립되고 방치된다.

우리는 정보와 지식, 경험을 서로 소통해서 공유해야만 한다. 쏟아지는 정보와 지식, 각기 다른 경험, 그리고 소통은 각기 분리해서는 그 생명력을 지니지 못한다. 이를 연결하고 화학적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생각의 힘이다.
생각의 힘은 그릇이다. 사람마다 성찰과 사유를 통해 더 깊어지고 넓어진 그릇을 가졌을 수록 더 많은 정보와 지식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담을 수 있다.
성찰은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는데서 비롯된다. 사유는 의문과 호기심을 가져야 할 수 있다.
성찰과 사유의 본질은 질문이고 이 질문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 생각의 힘이다. 생각의 힘이 없다면 빗길을 질주하는 차안에서 두려움에 떨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조수석에 앉은 자신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네비게이션은 제 할 바를 다하고, 자동차는 출력이 넘치지만 결국 운전자는 당신이 되어야만 갓길에 멈출 수도, 속도를 늦춰서 창을 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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