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유감

by 문성훈

딸은 국어를 좋아했고 아들은 수학을 잘했다. 딸은 수학이 어렵다며 예고를 나와 서양학과에 다니고 아들은 기계공학을 전공한다. 한 아비에 한 뱃속에서 났는데 어쩌면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신기할 때가 많다.
아들의 고교시절 국어 성적이 잘 안나온다길래 내가 물었다.
"너는 국어가 어렵냐?"
"네"
"어떤 게 어렵는데?"
"선생님은 답이 1번이고 하시는데 저는 이해가 안되거든요. 아무리 생각해도 4번도 답일 수가 있는데..."
"넌 그럼 무슨 과목이 좋냐?"
"수학요"
"왜?"
"정확한 답이 있잖아요. 답은 하나니까...."
딸에게는 이 질문을 안해봤었지만 책읽기를 좋아하는 딸로서는 국어문제를 이해하기가 더 쉽다고 할 것이고, 수학의 공식과 해법은 외계어처럼 복잡하고 난해해서 싫다고 하지 않았을까.

바야흐르 한국은 인문학의 부흥기를 맞고 있는 것만 같다.
간혹 버스안에서 책을 읽는 사람의 책 제목을 유심히 보곤 하는데 대부분 인문학이거나 어학 서적이다. 아직 물리, 화학, 천문학등의 자연과학 서적을 보고있는 경우는 보지못했다. 전공자가 아니라면 어렵고 복잡하다고 여겨지는 그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반인을 만나기란 힘들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는 자연과학의 발전 없이는 불가능했고 지금의 과학문명을 누릴 수도 없었다. 자연과학이 일반인 심지어 학생들과도 유리된 현실은 우려스러움을 넘어 불안해지는 상황에 이른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수학만 해도 그렇다. 인류문명은 수학이 탄생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꽃을 피운다. 실은 인도의 것이지만 아라비아 숫자로 불리는 표기법에서부터 천문학자에 의한 '0'의 발견, 이집트에서 발원해서 그리스 유클리드로 이어지는 기하학이 문명의 발전을 가져왔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은 뛰어난 수학자였고, 레온하르트 오일러는 오랜 연구로 눈을 혹사시킨 탓에 맹인이 된 후로도 17년간 연구에 매진했다. 그래서 동시대에 활약했던 청력을 잃은 베토벤과 비견되기도 한다.
뉴턴과 오일러는 물리학자이기도 했다지만 독일이 낳은 위대한 수학자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와 프랑스의 르네 데카르트가 저명한 철학자였다는 사실로써 수학과 철학이 한 뿌리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학이 십자낱말풀이처럼 취미가 될 수 있을까? 최초로 미분을 했고 '페르마의 정리'로 유명한 프랑스의 수학자 페르마(1601~1665)의 본업은 판사였다. 그에게 수학은 취미활동이었다. 산책을 하며 혹은 여분의 시간에 수학 문제를 다룬 아마츄어 수학자였음에도 그의 업적은 위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그는 시인이기도 했다.

수학 문제는 단 몇 분만에도 수백년동안에 걸쳐 풀기도 한다. 수세기에 걸쳐 풀리지 않던 '페르마의 정리'를 1993년에 증명한 사람은 영국의 앤드루 존 와일스(1953~)다.
그런데 와일스가 수학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이자 처음으로 '페르마의 정리'를 접한 것은 10살 때였다. 우연히 들린 작은 지역 도서관의 서가에 꽂힌 책 한 권이 와일스를 수학의 세계로 이끈 것이다.

와일스와 함께 언급하고 싶은 수학자는 러시아의 그레고리 페렐만(1966~)이다.
2000년 한 수학연구소가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세계 7대 난제를 발표했다. 은둔자였던 페렐만이 겨우 3년만에 그 문제들 중 가장 어렵다는 '푸엥카레의 추측'을 풀었다. 그런데 페렐만은 100만달러의 상금을 거부한다. 그 이유가 걸작이다.
"내가 우주의 비밀을 쫓고 있는데 어떻게 100만달러를 쫓겠는가"
그는 이후로도 세계 유명대학의 임용도 이어지는 각종 상의 수상도 거부한다. 그는 지금도 고향에 은둔한 채 연금으로 생활하며 우주의 비밀을 쫓고 있다.

나는 한국에 취미로 수학을 하는 페르마같은 인물이 많아지길 바란다. 그리고 어린 와일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책이 꽂혀있던 지역 도서관이 한국에도 더 많이 세워지고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마침내 페렐만같은 천재 수학자가 한국에서 나오는 날이 앞당겨지길 바란다.

대학마다 순수학문보다 응용학문이 각광받고 인문학만이 유달리 강조되는 한국 풍토에서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저력이 생겨날 리 만무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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