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활약상이 놀랍다. 한국이 낳은 가장 세계적인 축구선수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니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섰는지도 모른다. 그는 세계 최고 리그인 EPL에서 득점 1위를 달리고 있고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다. 하루가 다르게 키가 크는 대나무처럼....
한국 사회는 수능 만점자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그의 부모가 누구인지 어떻게 키웠는지 궁금해한다. 매 경기마다 인터뷰를 하는 손흥민이고 보면 이런 축구천재를 길러낸 부모의 남다른 교육철학이나 비결을 궁금하다. 지금의 손흥민을 있게 한데는 아버지 송웅정 감독(그는 지방 유소년 축구클럽을 육성하고 있다)의 역할이 지대하다. 역시 국가대표 출신으로 부상으로 이른 나이에 꿈을 접었던 그의 교육 지론은 남다르다. “나와 정반대의 시스템으로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축구선수는 공에 비밀이 있는데 공을 못 다루고 어떻게 축구를 하겠느냐. 그걸 극복하는 것은 기본기밖에 없다. 대나무가 땅 위에 싹을 틔우기 위해서 5년 동안 땅속에서 뿌리를 내려야 한다. 뿌리를 뻗을 수 있는 거리를 다 확보하고, 뿌리 뻗는 기간이 5년이다. 그런데 그 대나무가 지상에 딱 올라오면, 하루에 70cm씩 큰다. 그런 생각으로 기본기에 충실하도록 훈련시켰다”고 말했다. 그런 아버지의 지도로 손흥민은 어린 시절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왼발로만 한바퀴, 오른발로 한바퀴 그리고 양발을 써서 한바퀴를 돌아야 했다. 초,중,고를 선수로 뛰는 일반적인 코스를 밟지 않았다.
손흥민은 올해 푸스카스상이란 걸 수상했다. 한 해 가장 아름다운 골을 터뜨린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번리전에서 8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70m이상을 단독드리블해서 만들어낸 골이다. 그의 리그 5호골이자 이번 수상으로 인생골이 됐다. 그와 가족들은 코로나로 인해 직접 수상을 못하고 화상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는데 그 화면에 처음으로 손흥민의 어머니가 비춰졌다. 지금은 월드클래스인 손흥민도 벤치 워머였던 시절이 있었다. 손흥민이 선발 출장하지 않는 토트넘의 경기를 상상할 수 없게 됐지만 그는 지금도 팀훈련 시간이 되면 최소한 1시간 전에 나가서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린 뒤에 감독과 코치들을 만난다고 했다. 최상의 상태를 보여주지 않으면 경기에 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으로 보장된 것은 없다. 그들에게 축구란 공식경기 90분 동안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는 일이고 운동장은 선수 생명을 건 전장의 다른 말이다. 그렇게 한 경기를 마치면 너무 피곤해서 '항문 근육이 열린다'고 했다. 지금은 별도로 마사지 전문가를 고용했지만 예전에는 가족들이 그 일을 도맡았다고 했다. 세 시간씩 주물렀다는 것이다. 손흥민의 어머니가 했다는 이야기다. 어머니에게 손흥민은 그저 애처럽고 사랑스러운 아들에 다름 아니다.
손흥민에게는 함께 축구를 시작한 형이 있다. 재능을 보였지만 동생만큼 빛을 보지 못하고 지금은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 그는 손흥민이 자신과는 달리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혹독하고 반복적인 지도 방식을 잘 따랐다고 했다. 한때는 태극마크를 가슴에 다는 것이 목표였지만, 꿈을 접고 축구화를 모두 버렸다. 축구 선수의 길을 포기한 후에는 가족과 마찰도 있었다. 소위 ‘잘 나가는 동생’ 손흥민과 비교하는 주위의 시선도 편치 않았다. 축구장 근처에도 가기 싫었다. 게다가 다른 가족들이 동생 뒷바라지를 위해 떠나있는 동안 중3시절부터 혼자 지내야했다.
푸스카스상은 축구팬들의 투표가 큰 영향을 끼친다. 팬들은 5호골을 선택했지만 선수출신이나 전문가들은 아스널전에서 올린 그의 시즌 10호골에 주목하고 높은 점수를 주는 것 같다. 스피드와 파워까지 실린 그의 감아차기는 환상적일 뿐만 아니라 고난도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멈춰 있거나 패스로 연결된 공을 감아차는 것은 쉽지만 드리볼하다가 그런 각도로 스핀을 먹여 슛을 쏘기란 무척 어렵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그런데 이 골을 분석하는 전문가마다의 해설이 조금씩 다른 점이 흥미롭다. 공격수 출신의 해설자는 손흥민이 쏜 공의 궤적과 많은 연습량을 언급하며 팀동료인 공격수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골키퍼출신의 해설자는 상대팀인 아스널의 전진 수비위치 그리고 손흥민의 벼락같은 슛에 물러서면서 막아내는 동작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골키퍼의 중심이동을 얘기했다. 그런 수비와 골키퍼의 위치를 파악하고 슛을 날린 손흥민의 넓은 시야를 칭찬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팬들과 직접 축구 경기를 뛰어보지 않았던 일반인과는 사뭇 다른 시각이고 그마저도 자신의 경험에 비춰 조금씩 다른 견해를 펼치는 것이다.
토트넘의 팬들은 손흥민의 플레이에 열광하며 찬사를 보내고 상대팀 선수들과 팬들은 그를 경계하고 부재를 아쉬워한다. 최근 성적이 좋지않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축구 클럽인 맨유는 그의 영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맨유 팬들의 극성도 한 몫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팀의 상황도 그다지 달라보이지 않는다.
손흥민에게 아버지는 엄한 지도자이자 선배이기도 하다. 어머니에게 그는 안쓰러운 아들이고 형에게는 자랑스러우면서도 부담스런 동생일 수도 있다. 토트넘의 무리뉴감독이나 팬들에게는 소중한 보물이고, 상대해야하는 팀으로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허들같은 존재다. 손흥민 한사람을 두고 이렇듯 사람마다 각기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그가 펼치는 플레이, 단 한 번의 슛을 두고도 일반인과 전문가의 평가가 다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입장, 경험을 비춰 다른 해설을 하는 것이다.
한국은 축구 경기장보다 광활한 무대다. 22명이 뛰는 축구와 비교도 안될만큼 많은 사람들이 펼치는 경기가 펼쳐진다. 수많은 이슈가 양산되고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주목받는 사건이 있고 시선을 빼앗는 플레이어들이 있다. 손흥민 한 사람, 그의 몸동작 하나에도 다른 생각과 시각이 있다. 하물며 한 나라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일거수 일투족이고 수많은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며 거미줄처럼 서로 엮여있는 일들이다.
그나마 좀더 실체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고 냉철한 판단을 하고 싶다면 제일 먼저 자신이 어느 위치, 어떤 입장과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좀더 넓고 다양한 정보와 의견들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게하지 않으면 알고싶은 실체와는 영원히 멀어지고 편협한 사고와 감정에만 휘둘려 진정 원하는 바도 이룰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때로 사건의 본질이나 해결과는 상관없이 스스로 망가지기도 하는데 축구에서는 이를 홀리건이라고 부른다. 세간에 오르내리는 무슨 빠니 부대니 하는 부류가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