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

by 문성훈

말수가 적은 망고가 안방문을 긁거나 낑낑대는 경우는 두가지다. 딸아이가 집 밖으로 나갔거나 배가 고플 때다.
"누나가 나를 내버려두고 나갔어요"라고 고자질하러 온 거거나 배고프니 사료를 달라는 것이다.
딸아이가 제 방에 있더라도 자고 있다면 밥 차려달라고 재촉하는 건 다른 식구들에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부부는 딸아이의 부재를 망고때문에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신기해하다가 이제는 그러려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어차피 따로 훈련시키지도 않았는데 왠만한 의사소통은 되는 녀석이니 처음에는 그저 영리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했었다.

의리를 신조로 내걸다시피하는 배우가 있던데 동물에게도 의리가 있는게 분명하다.
망고는 딸아이가 집밖을 나간 시간부터 다시 돌아올 때까지 물을 마시거나 볼 일을 보거나 할때 그리고 제 놈을 부를 때를 빼놓고는 같은 자리, 같은 자세를 유지한다.
쇼파의 팔걸이다. 키작은 녀석이 현관문을 바라보기에 그만한 자리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하염없이 현관문 방향을 바라보고 앉아있다. 안쓰러운 마음에 불러서 놀아주다가 그치면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제는 분리불안증이 있을 나이도 지났는데도 그렇다. 그렇게 좋아하는 산책도 딸아이가 집에 있으면 나가려 하지 않는다. 아니 산책가고 싶어 안달을 하면서도 현관 앞과 딸 방을 오갈 뿐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언제가 실험을 해 본 적이 있는데 나와 딸아이가 망고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나는 멈춰서도 딸아이와 함께 걷는데 딸아이가 멈추면 꼼짝하지 않았다. 내가 아닌 다른 식구 누구라도 마찬가지다.
희안한 일이다. 사실 자는 시간을 빼고는 딸아이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놀아주는 것은 다른 식구들인데 오로지 딸만 바라본다.

우리 식구는 이를 두고 '의리'를 빼고는 설명하지 못한다. 생명의 은인이자 자신에게 처음으로 사랑을 준 인간인 딸에 대한 무한 신뢰와 의리인 것이다. 동물에게도 의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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