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개골 탈구'랍니다.
어제 동네 동물병원 다녀온 따느님이 훌쩍이며 엄마한테 그랬답니다.
감히 내게는 말도 못꺼내겠지요.
2주전 데려온 그날 밤.
"생명을 맡는다는 건 그 대상이 사람이건 동물이건 일생을 책임진다는 것인데 어쩌면 이렇게 철없고 무모한 짓을 저지를 수 있냐"며 저한테 호된 꾸지람을 들었으니 제놈에겐 엎친데 겹친 격인게지요.
아내의 반응이 오히려 부화를 돋굽니다.
"쟤를 어떡해야 하나. 착한 녀석인데...병을 알면서도 모른 척 남에게 입양시킬 수도 없고..."
이렇게 제 눈치만 살핍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요?
이럴땐 갱상도 방언으로 '아나 콩'입니다.
따느님은 오늘 아침까지 제 방에서 '망고'와 두문불출 껴안고 울고를 반복했는지 오전11시가 되도록 깨질 않습니다.
아내에게 서둘러 깨우라고 했습니다.
"왜 더 자게 두지"
"동물병원 일요일이라 오전 진료래"
"? ? ?"
"○○형 조카가 수의산데 근처에 개업하고 있어. 말 넣어두라 했으니 가보려고..."
어젯밤 카오스상태에서도 용케 기억해내고는 ○○형에게 연락을 해뒀거든요.
외출하자고 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따느님이 후다닥 화장실로 뛰어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옆모습을 보니 모자에 마스크를 썼어도 퉁퉁 부은 눈이 보이는 것만 같습니다,
동물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침. . . . . .묵!
뭔일인가? 망고 눈만 돌아갑니다.
집안에 판검사, 경찰, 의사는 있어야된다는 어른들 말씀에는 수'의사'도 들어간다는 걸 오늘에사 깨달았습니다.
신분을 밝히니 모델했어도 될만한 훈남이 반갑게 맞이합니다.
"아 네 그 유기견...?"
그렇게 시작된 검사와 진단. 그리고...소형견은 대부분 선천적으로 ....하루라도 빨리 수술시키는 게.... 나중에는 십자 인대가 끊어질 수도....등등
"키우실거죠?"
"아뇨. 입양해서 잘 키울 분을 찾는 중입니다"
"아. . . . 네."
"그런데 수술시간은? 그러면 얼마나 입원을? ....비용은?"
"하루전 입원해서 다음날 수술하고 시간은 2시간에서 2시간 30분 걸리지만 이후에도 일주일 정도 입원해있다 퇴원합니다. 근본적인 수술방법은 뼈를 잘라서.... 실로 당기는 쉬운 수술법도 있지만 이 방법이 영구적이고 훨씬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비용은 좀 비싸서..170만원..."
"(아...!) 그렇군요"
"네 시간도 꽤 걸리지만 비용도 만만찮아서...입양할 분을 찾는 유기견이라니...결심이 섰을 때 수술시키시는 게..."
"그럼 오늘 입원시키겠습니다"
"네? 오늘요? 그래도..."
"하루라도 빠른게 낫다고하니 고통도 덜하고... 그럼 지금 하는게 낫겠죠"
여지껏 말없이 옆에 앉아 오가는 대화를 듣던 딸아이의 부은 눈이 더 커지는 걸 느꼈습니다.
'망고'를 입원시키고 돌아오는 차 안.
또, 침 . . . . . .묵
<에필로그, epilogue>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만남, 성숙하지 못한 사랑은 괴롭습니다.
본인도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주변도 고통스럽게 합니다.
그런 만남도 이별은 더없이 아프고 오래가기 마련입니다.
미혼모가 그러합니다.
최근 평생교육사업에 골몰하는 아내는 요즘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 그리고 재활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집에는 미혼모에 관심을 가진 나이 든 여자,
미혼모견의 자식일 것 같은 유기견에 정신을 뺏긴 젊은 여자 아이,
그들 곁에서 전정긍긍 한숨 짓는 늙은 아비가 삽니다.
.....아무 생각없이 해맑은 고3 어린 남자 놈 하나 추가입니다.
아. 평소에도 신실하지 못한 날나리 신자지만, 당신께서는 언제나 자애롭고 사랑이 충만하신 분이시라 특히, 오늘만큼은 저간의 사정을 감안해서 너그럽게 용서해주실 것을 믿습니다.
이렇게 천금같은 일요일이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