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한무 거북이와 드루미 삼천갑자 동방삭...'로 시작되는 주문같은 긴 이름을 알고 있다.
오래된 코미디프로에 나온 귀하디귀한 5대 독자의 장수를 빌면서 지은 이름이다. 오래 사는 물상의 대표 격인 십장생 중에서도 맨 앞을 장식한 거북이가 죽었다.
그보다 오래가고 영원할 플라스틱을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고 그렇게 굶어 죽었다.
조물주가 창조한 거북이를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이 이긴 결과다.
망고가 우리 집에 온 지 4개월이 돼간다.
산책하러 나가는 걸 좋아하는 녀석이니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이 녀석과 동행한다.
현관에서 망고에게 하네스를 채우고, 산책 전용 파우치를 들면 산책준비는 끝난 거다.
전용 파우치에는 수첩, 1회용 비닐장갑, 휴지, 비닐봉투가 들어있다. 한동안 나 역시 파우치를 들고 나섰다.
지금은 휴지만 몇 장 뜯어서 뒷주머니에 넣고 나간다.
공원길을 걸으면 망고는 어김없이 대소변을 본다. 아내와 애들은 비닐장갑을 끼고 휴지로 똥을 싼 다음 비닐에 담아 휴지통에 버린다. 처음 며칠 동안 나 역시 비닐장갑만 안 꼈지 이런 순서를 밟았다.
그러다 문득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1 이뻐하는 제 강아지 똥도 만지기 꺼려지는 데 휴지통을 비우는 분이 똥이 들어간 비닐을 만졌을 때의 뭉클한 기분이 어떨까 그리고 내용물이라도 확인한다면....
그래서 한동안 비닐 한 장만 들고 나섰다.
비닐을 뒤집어 똥을 집어서 담고는 공원 화장실을 찾아 똥은 변기에 내리고 비닐은 휴지통에 버렸다.
한결 가벼웠다.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났다.
#2 매주 돌아오는 재활용품 수거일이다. 언제나처럼 쌓인 플라스틱과 비닐이 거슬렸다.
그 폐기물의 종착지가 어딜까 생각하면 꺼림칙하기 그지없다. 하치장을 거쳐 어딘가 매몰되거나 태워질 건데 그 어떤 경우든 플라스틱과 비닐은 공해가 되고 지구상에 남게 된다. 형체를 가지든 공기 중에 떠돌든...
그래서, 지금은 휴지만 들고 나선다.
휴지로 싸서 들고 화장실을 찾는다. 그래서 변기에 물을 내거나 그마저 여의치 않으면 공원 화단에 묻는다. 물론 휴지는 버려지지만 비닐에 비할 바는 못된다. 게다가 잘 썩기까지 한다.
아내에게 망고 똥 때문에 버려지는 비닐장갑과 봉투가 너무 찜찜하다고 했다. 아내 역시 동감했다.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 더는 무리다.
드디어 오늘 기온이 40도를 넘겼다. 110년 만이라고 했던가?
라오스에선 상상도 안 되는 폭우로 댐이 무너졌고,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한 화재가 그리스를 삼켜 서울 면적의 절반이 잿더미로 변했으며 북유럽은 전례 없는 가뭄에 시달린다. 인간을 나게 하고 살 수 있게 했던 건 자연이다. 그 자연과 환경에 손을 댄 결과는 참혹할 수 밖에 없다. 패륜은 인간으로만 내려오는 죄가 아니다. 자연과 사람간에, 동물과 인간사이에도 통용된다.
굳이 녹색당에 가입하고, 그린피스 활동에 참여하지 않아도 할 수 있다.
나비효과가 별건가. 나도 일으킬 수 있다.
작은 것부터 소소한 일상에서 시작하고 번져가는 것만큼 은밀하고 효과적인 건 없다.
수첩을 찾다 파우치를 열어보니 비닐 장갑이 사라졌다. 언젠가 비닐 봉투마저도 없어질 거란 희망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