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 50분 영화인데 영화관을 나서니 7시다.
"어떠셨어요?"
"마음이 아프네요."
"그렇죠? 저도... 저녁은 어떡할까요?"
"사무실 가서 드시죠..."
"그러시죠."
추적추적 비가 온다. 저녁부터 빗발이 쎄진다고 예보가 있었다. 내심 각오를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 도보 거리에 있는 영화관인데 처음 가봤다. 샌들에 흙탕물이 튕겨져 발가락 사이가 껄끄럽다. 내 기분이 딱 그랬다.
"막걸리... 늘 편의점에서 사오세요?"
"그렇죠. 뭐... 사서 갈까요?. 그럼 나는 밥이 안들어갈텐데... "
왠일로 그가 먼저 술을 청한다.
"그럼 한그릇으로 나눠드시죠."
"그럴까요"
큰 길가 편의점 냉장고에 월매 1병이 남았다. 패쓰... 월매는 병맥주 같은 거다. 효모가 죽어있어 보존기간이 1년이다.
늘 사던 편의점으로 갔다. 쇼케이스의 막걸리 칸 두 줄이 텅텅 비었다. '비가 와서 누가 아도 쳤나?'
"여기도 없네요. 슈퍼로 가시죠"
가짓수 자체가 비교가 안된다. 진작에 이리로 방향을 잡을 걸 그랬다. 못보던 막걸리도 있다. 괜한 모험은 안한다. 장수막걸리 1명을 쥐었다.
"1병 가지고 될까요? 1병 더 하시죠"
"어... 막걸리가 땡기시나보죠. 그럼 안되는데..."
그는 이제껏 막걸리 1잔 정도로 조절했었는데 최근에는 좀 더 늘렸다. 얼마전 의사에게서 긍정적인 소견을 들었다고는 했다. 10여년전 우리는 통음을 하면 새벽이 되어서야 일어섰다.
"얼마만에 본 영환지 기억도 안나네요. 한 2년...."
"그러시죠? 그럴 것 같았습니다. 보길 잘했죠?"
"네. 저야 감사하죠. 좋은 영화 잘 봤습니다."
"유승완 감독 무르익은 것 같네요."
"저는 잘 몰랐었는데.... 그 감독 영화는 안 본 것 같은데요"
"베를린, 부당거래... 최근엔 군함도.... 군함도가 그리 흥행이 돼진 않아서 꽤 오래 걸릴 것 같았는데... "
"그 전에도 유승완 감독 영화 많이 보셨던가 봅니다."
"가만 있어보자.....( 스마트폰 검색을 해본다.) 흠.... 거진 다 본거 같네요 한 두편 빼고.... 특별히 좋아하진 않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봤네요"
"김윤석이 좋아서 보자고 하신건가요?" 영화관을 가면서 나는 김윤석을 좋아한다고 했었다.
"꼭 그런 건 아니고... 평이 좋길래... 실은 어제 집에 쉬면서 보려고 했는데 일부러 미뤘습니다."
"아이쿠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떠셨습니까? 이전에 유승완 감독 영화를 많이 보셨으니...."
"그의 인생작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흠... 예전의 그 같았으면 엔딩 신에서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고개를 돌려서 봤겠죠. 서로 시선이 마주치거나... 시나리오를 직접 썼을텐데 '살다보니 진실이 두 개일 때도 있더라'란 말은 여운이 꽤 오래 갈 것 같기도 하고... 훌륭하던데요."
"그러셨군요. 그럼 어떤 영화가 잘 된 영화라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배우가 극중 역할로만 기억되는 영화가 아닐까 싶긴 하네요. 그래서 김윤석을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고.... 허준호 역시 그랬고... 아니 배우 전부가... 꼬맹이들까지"
"예. 저도 어디선가 영화를 보고 난 후 영화배우 이름이 생각나면 잘 된 영화가 아니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좋은 영화 봤습니다."
"그런데 말이 나온 김에.... PD, NL, ND...어떻게 다르죠? 그냥 인터넷 검색으로 알 수 있는 내용 말고...."
그는 학창시절 안기부 주요수배자 명단에 올랐었고 수년동안 복역했었다.
"제가 입학했을 때 저희 학교는.... ... ....."
차처럼 아껴 마셨는데 어느새 막걸리 병이 바닥을 보인다.
"그만 가실까요"
"어이쿠 벌써 10시가 넘었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어둠은 더 깊게 내려왔다. 아무리 짙고 깊은 어둠이라도 새벽이 밀어낼 것이다. 그리고 아침이 밝겠지.
림대사(허준호)가 그랬다. "이제부터 우리의 투쟁목표는 '생존'이다"
우리도 매일매일이 생존이다. 깨끗하고 총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 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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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이고, 류승완이기에 가능했던 프로젝트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한국영화의 힘 아닐까 싶다. 오랜 경험과 경험에 의한 판단, 열린 귀 등 모든 것들이.... 큰 프로젝트, 프로덕션을 운영하면서 느낀 경험들이 집약적으로 뽑혔던 현장이었다고 생각한다."
“김윤석 선배님은 감히 평가할 수 없는 배우예요. 참 대단한 분이지 않나요? 물론 제가 이 영화에 출연하면서 개런티를 받지만, 돈을 받고 연기 수업을 받는 느낌이었어요. 선배님이 직접 가르쳐주는 건 아니어도 선배님의 연기를 보는 것 자체가 기회였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후배들이 그랬죠. 또 허준호 선배님을 보면서 배우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손해일 거예요. 모든 후배들이 보고 많이 배웠어요.”
" 이번 작품은 김윤석·허준호 선배가 중심을 잡아주고 우리는 그 안에서 각자의 롤대로 움직이면 됐다. 전술과 전략을 바탕으로 각개전투했다고 해야 할까? "
ㆍㆍㆍㆍㆍ<조인성의 인터뷰에서 발췌>
#Tip: 김재화와 박경혜 (대사관 직원), 윤경호 (케냐 참사관) 모두 tvn 차태현+조인성의 <어쩌다 사장>에서 조인성 절친으로 초대된 배우들이다.
호흡이 안맞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다.
#영화내용은_하나도_안나오는_감상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