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 / 2021

by 문성훈

4시 50분 영화인데 영화관을 나서니 7시다.

"어떠셨어요?"
"마음이 아프네요."
"그렇죠? 저도... 저녁은 어떡할까요?"
"사무실 가서 드시죠..."
"그러시죠."
추적추적 비가 온다. 저녁부터 빗발이 쎄진다고 예보가 있었다. 내심 각오를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 도보 거리에 있는 영화관인데 처음 가봤다. 샌들에 흙탕물이 튕겨져 발가락 사이가 껄끄럽다. 내 기분이 딱 그랬다.

"막걸리... 늘 편의점에서 사오세요?"
"그렇죠. 뭐... 사서 갈까요?. 그럼 나는 밥이 안들어갈텐데... "
왠일로 그가 먼저 술을 청한다.
"그럼 한그릇으로 나눠드시죠."
"그럴까요"
큰 길가 편의점 냉장고에 월매 1병이 남았다. 패쓰... 월매는 병맥주 같은 거다. 효모가 죽어있어 보존기간이 1년이다.

늘 사던 편의점으로 갔다. 쇼케이스의 막걸리 칸 두 줄이 텅텅 비었다. '비가 와서 누가 아도 쳤나?'
"여기도 없네요. 슈퍼로 가시죠"
가짓수 자체가 비교가 안된다. 진작에 이리로 방향을 잡을 걸 그랬다. 못보던 막걸리도 있다. 괜한 모험은 안한다. 장수막걸리 1명을 쥐었다.
"1병 가지고 될까요? 1병 더 하시죠"
"어... 막걸리가 땡기시나보죠. 그럼 안되는데..."
그는 이제껏 막걸리 1잔 정도로 조절했었는데 최근에는 좀 더 늘렸다. 얼마전 의사에게서 긍정적인 소견을 들었다고는 했다. 10여년전 우리는 통음을 하면 새벽이 되어서야 일어섰다.

"얼마만에 본 영환지 기억도 안나네요. 한 2년...."
"그러시죠? 그럴 것 같았습니다. 보길 잘했죠?"
"네. 저야 감사하죠. 좋은 영화 잘 봤습니다."
"유승완 감독 무르익은 것 같네요."
"저는 잘 몰랐었는데.... 그 감독 영화는 안 본 것 같은데요"
"베를린, 부당거래... 최근엔 군함도.... 군함도가 그리 흥행이 돼진 않아서 꽤 오래 걸릴 것 같았는데... "
"그 전에도 유승완 감독 영화 많이 보셨던가 봅니다."
"가만 있어보자.....( 스마트폰 검색을 해본다.) 흠.... 거진 다 본거 같네요 한 두편 빼고.... 특별히 좋아하진 않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봤네요"
"김윤석이 좋아서 보자고 하신건가요?" 영화관을 가면서 나는 김윤석을 좋아한다고 했었다.
"꼭 그런 건 아니고... 평이 좋길래... 실은 어제 집에 쉬면서 보려고 했는데 일부러 미뤘습니다."
"아이쿠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떠셨습니까? 이전에 유승완 감독 영화를 많이 보셨으니...."
"그의 인생작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흠... 예전의 그 같았으면 엔딩 신에서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고개를 돌려서 봤겠죠. 서로 시선이 마주치거나... 시나리오를 직접 썼을텐데 '살다보니 진실이 두 개일 때도 있더라'란 말은 여운이 꽤 오래 갈 것 같기도 하고... 훌륭하던데요."
"그러셨군요. 그럼 어떤 영화가 잘 된 영화라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배우가 극중 역할로만 기억되는 영화가 아닐까 싶긴 하네요. 그래서 김윤석을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고.... 허준호 역시 그랬고... 아니 배우 전부가... 꼬맹이들까지"
"예. 저도 어디선가 영화를 보고 난 후 영화배우 이름이 생각나면 잘 된 영화가 아니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좋은 영화 봤습니다."
"그런데 말이 나온 김에.... PD, NL, ND...어떻게 다르죠? 그냥 인터넷 검색으로 알 수 있는 내용 말고...."
그는 학창시절 안기부 주요수배자 명단에 올랐었고 수년동안 복역했었다.
"제가 입학했을 때 저희 학교는.... ... ....."

차처럼 아껴 마셨는데 어느새 막걸리 병이 바닥을 보인다.
"그만 가실까요"
"어이쿠 벌써 10시가 넘었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어둠은 더 깊게 내려왔다. 아무리 짙고 깊은 어둠이라도 새벽이 밀어낼 것이다. 그리고 아침이 밝겠지.

림대사(허준호)가 그랬다. "이제부터 우리의 투쟁목표는 '생존'이다"
우리도 매일매일이 생존이다. 깨끗하고 총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 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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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이고, 류승완이기에 가능했던 프로젝트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한국영화의 힘 아닐까 싶다. 오랜 경험과 경험에 의한 판단, 열린 귀 등 모든 것들이.... 큰 프로젝트, 프로덕션을 운영하면서 느낀 경험들이 집약적으로 뽑혔던 현장이었다고 생각한다."

“김윤석 선배님은 감히 평가할 수 없는 배우예요. 참 대단한 분이지 않나요? 물론 제가 이 영화에 출연하면서 개런티를 받지만, 돈을 받고 연기 수업을 받는 느낌이었어요. 선배님이 직접 가르쳐주는 건 아니어도 선배님의 연기를 보는 것 자체가 기회였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후배들이 그랬죠. 또 허준호 선배님을 보면서 배우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손해일 거예요. 모든 후배들이 보고 많이 배웠어요.”

" 이번 작품은 김윤석·허준호 선배가 중심을 잡아주고 우리는 그 안에서 각자의 롤대로 움직이면 됐다. 전술과 전략을 바탕으로 각개전투했다고 해야 할까? "

ㆍㆍㆍㆍㆍ<조인성의 인터뷰에서 발췌>

#Tip: 김재화와 박경혜 (대사관 직원), 윤경호 (케냐 참사관) 모두 tvn 차태현+조인성의 <어쩌다 사장>에서 조인성 절친으로 초대된 배우들이다.
호흡이 안맞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다.

#영화내용은_하나도_안나오는_감상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