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이 무척 좋아졌다. 모든 것이 자동으로 설정된 상태에서 셔터를 누르기만 하던 것에서 지금은 일반카메라의 기능 대부분을 소화하기에 이르렀다.
그 대표적인 기능 중 하나가 촛점을 어디에 두는냐에 따라 배경이 흐려지게 하는 아웃포커싱이다.
가령 파도를 타는 서퍼를 명료한 이미지로 담고 싶다면 배경이 되는 파도와 등대는 주의를 흐트리지 않도록 날려버리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촛점을 배경이 됐던 바다나 등대에 두면 전경인 인물은 흐려지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장면전환 같은 것이다.
'라떼 이즈 호스(Latte is Horse 나 때는 말이야)'라는 신조어는 고릿적 사고나 인식을 비틀거나 자조하듯 쓰는 말이다.
과거 자신의 경험이나 환경, 사고방식을 현재의 그것들과 비교하려 들거나 우위를 강조하려 들 때 구세대로 몰리기 십상이다. 그럴 때 관용구처럼 자주 쓰는 말인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사실은 시간을 되돌릴 수 없거니와 과거에 천착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미미하다.
과거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평균 수명이 마흔 정도라고 했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본다면 100년은 조손간 3 세대 정도가 된다. 그런데 현대에 이르러 100세 시대를 맞았다. 두 세대 정도는 너끈히 한 몸으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상을 소화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혼란과 마찰을 겪지 않고 살아가는 관건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라떼 이즈 호스'는 변화된 시대상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소화불량 증세에서 오는 불쾌한 트림같은 것이다.
최근들어 시대착오적인 사고가 용인되거나 시대착오적인 인물이 각광받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구성원들의 '인식의 전환'이 안됐을 때 일어난다. 즉 촛점 이동이 안되는 자동카메라가 많은 것이다.
자신이 거쳐온 시대의 전경과 배경이 지금에 이르러 바뀌었음을 깨닫지 못하면서 겪는 착시가 우리 사이에 널리 퍼져있는 것이다.
머리는 과거에 두고 몸은 현재를 살면서 다가올 미래가 불안하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과거 할아버지 세대에는 목숨을 부지하는데 촛점이 맞춰져 있었고, 아버지 세대에는 먹고 사는데 전념했다면 우리 세대에 이르러서는 무엇을 먹느냐가 관건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전경과 배경이 바뀐 것이다. 전쟁과 기아를 겪거나 급격한 경제성장 시대에는 배경에 불과했던 '삶의 질'이 촛점이 되고 전경으로 부각된 것이다.
그렇다면 세상을 보는 시각도 유연하게 전환해야 될텐데 의외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른바 '꼰대'다.
코로나 백신을 맞았어도 돌파감염이 더 무섭다고 한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와는 무관하다는 안도감으로 마스크 쓰기를 소홀히 하니 감염이 쉽게되고, 본인은 무증상이 대부분이니 무심코 바이러스 전파자가 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라떼 이즈 호스'나 '꼰대'보다 더 위험하고 경계해야 할 것은 말은 삼가하고 속내는 드러내지 않지만 여전히 건재하고 강고한 시대착오적 인식에 젖어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퇴행적 사회현상을 일으키는 주범이고, 변화와 개혁을 가로막는 걸림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