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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Nov 30. 2021

국어공부는 반듯이 필요하다

복잡한 출근길 지하철을 탔다.  등뒤에 한 무리의 험상궂은 패거리들이 있다. 기분이 싸하다.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 내 뒷통수를 때렸다. 아침부터 별이 보였다.
돌아보며 항의했다. "누가 때렸습니까? 당신들 중에 누군가가... 혹시 당신이....?" 나는 내 등 뒤에 바짝 붙어있던 패거리 중 안경 쓴 한 사람을 지명했다.
사건이 커졌다. 자잘못을 가리게 된 것이다. 험상궂은 그의 일행들이 증언에 나섰다. "우리 일행 중 아무도 저 사람을 때리지 않았다"
CCTV사각지대라 증거를 댈수 없어 난감했던 내가 사과했다. "착각한 모양입니다. 미안합니다"

사과를 하자 지명 당했던 안경잡이가 나를 명예훼손으로 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소송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지하철 승객 중 한 사람이 당시 동영상을 제공한 것이다. 그 패거리 중 하나가 내 뒷통수를 때리는 장면이 담겼다.
그랬더니 아무도 때리지 않았다고 증언했던 패거리들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  '손바닥'으로 때리지 않았다고 했을 뿐이다. 동영상을 봐라. '팔꿈치'로 때렸다."

자 당신이 당한 일이라면 어떨 것 같은가?
이 상황을 지금 유시민이 겪고 있다. 나는 초등학교 국어시간에 졸지않은 사람답게 이 사건을 "기-승-전-결"에 입각해 순서대로 나열해 보겠다.

#기
2019년 12월24일 :
• 유시민 "검찰이 노무현재단의 주거래은행 계좌를 들여다봤다..... 한동훈 검사가 대검 반부패부 쪽에서 (노무현재단 계좌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당시 재단측의 금융거래정보 제공 사실 확인 요청에 주거래은행에서는 ‘통지유예가 걸려 있어 확인할 수 없다’는 답만이 돌아온다.

#승  
• 검찰 : " “금융조사1부가 신라젠 사건과 관련해 노무현재단의 국민은행 계좌에 대해 금융정보 제공 요청 및 통보유예 요청을 한 사실이 없다”
• 유시민: "그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판단한다.... 사실이 아닌 의혹 제기로 검찰이 저를 사찰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검찰의 모든 관계자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
이후 한동훈 검사는 명예훼손과 5억원 손해배상 청구하고 검찰은 유시민을 불구속 기소한다.  

#전 / 반전
• 유시민 : “서울남부지검이 신라젠 수사 이후 다른 사안으로 노무현재단 금융거래 정보를 제공받았다.
서울남부지검이 “신라젠 사건 관련으로 재단 금융계좌를 조회한 적이 없다”고 공식 답변해 사과까지 했으나, 검찰이 ‘신라젠 사건 관련’이라는 단서를 달아 계좌 조회가 아예 없었던 것처럼 답변했다.”
법정에 2021년 1월 은행에서 받은 확인서를  제출한다.

#결 / 예상
• 검찰 : "재단의 금융계좌 조회를 안했다고 하지는 않았다. 분명 '신라젠 사건'으로 금융계좌를 조회한 적이 없다고 했을 뿐이다."
• 한동훈 검사 : "난 그건 잘 모르겠고.... (우리끼리 짜고 한건지, 내가 시켰는지 증거 없잖아) 여하튼 5억 내놔"
• 유시민 : "너희들이 인간이고, 자칭 검사들이냐? 국어시간에 뭐하고... 사법고시는 나이롱 뽕쳐서 땄니? 오야붕이나 꼬붕들이나 수준하며 어째 하는 짓거리가...ㅉㅉ "
• 법관 : .....................?

       
2021년 11월 18일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재판부에서 유 전 이사장 변호인은 남부지검이 은행에 금융정보 제공 통지유예를 요청한 사실이 있음을 노무현재단에 회신한 문건과 올해 1월 국민은행으로부터 받은 확인서를 공개하고 그 내용을 설명했다.
■ 관련기사:
https://m.edaily.co.kr/news/Read?newsId=01279206629247360&mediaCodeNo=257&OutLnkChk=Y

윤석열도 검사 출신이다. 인간은 말과 글을 지녔다. 말과 글로 소통하는 핵심은 '맥락'과 '행간'이다.
남이 혼삿말하는데 짐짓 장삿말하는 게 검찰의 전통이고, 얄팍한 잔머리와 꼼수가 업무지침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수준은 딱 레거시 언론의 그것과 같다.

'오월정신을 반듯이 세우겠다 '는 검사출신 대선후보에게 “무운을 빈다는 것은 운이 없기를 바란다는 것이다”라고 한 언론사 기자만큼 잘 어울리는 궁합은 없다.  
'유유상종' '초록은 동색'이라고 그래서 검찰과 언론이 유착할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검언상종' '검언유착'이 국어사전에 오를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다행히 아직 우리 바다는 시리도록 맑고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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