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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이면 어때

아메리칸 셰프 2014

by 문성훈

"다정하신 분일 거라 짐작은 했는데.... 이런 말씀까지 듣게 될 줄은.... 감사합니다."

늘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뉘앙스는 하나다. 겉보기와 다르다는 말이다. 아마 내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지난 두 주간 일로써 두 사람과의 만남을 가졌다.

한 사람은 소개를 받았고 이 말을 했던 사람은 모임에서 알던 사이다.

둘 다 젊은 CEO고, 사무실 인테리어를 의뢰하고 싶어했다. 묘하게 시기가 살짝 겹쳤다.


친지의 소개를 받은 사람이 먼저였다. 평소와 다름없이 무엇을 하는 회사이고 구성원은 어떤 사람들인지 원하는 공간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다.

그는 이미 인테리어 관련해서 여러 팀을 만나고 있는데 그런 질문은 처음 받는다고 했다. 내게 카페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구성원들이 그런 분위기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웹드라마를 만드는 회사여서 작가. PD, 디자이너 등 캐릭터가 분명한 사람들이 창의적인 작업을 한다. 구성원들과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들의 얘기를 듣고 메모했다.

미팅이 끝나고 내가 물었다. "제게 얼마나 시간을 줄 수 있습니까?" 자료를 찾고 구상을 하면서 일주일이 흘렀다. 중간미팅을 잡으려고 전화를 했더니 다른 회사들에게서 견적을 제출받아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착오가 있었던 것 같군요. 그런 방식이라면...." 미련없이 마음을 접었다.


"어. 제 전화인줄 아시네요.... 상의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토요일도 괜찮으실까요?" 두번째 의뢰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때까지 무슨 일인지 몰랐다.

두 사람이 찾아왔다. 함께 일할 다른 한 사람도 모임에서 만났었다. 역시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다. 지금은 창업 교육 사업을 하는데 독서관련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하려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끼리 한달 가까이 고민하다 찾아왔다고 했다. '내가 그토록 어렵고 대단한 사람인가?' 작은 규모인데다 예산도 적어서 주저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저 이런 작업을 재미있게 좋아하면서 해요." 내가 작업했던 작은 떡볶이 가게를 보여줬다. 흔쾌히 그들의 사무실 작업을 맡겠다고도 했다.

그들의 계획과 고민을 들으면서 나름의 조언과 떠오르는 구상을 얘기했다.

"짐작만 했지... 이런 분이실 줄은..." '다정'이란 말이 생소했다. 내게 걸맞지 않는 오글거리는 단어같기만 했다. 오후 1시 30분에 만났는데 저녁 식사까지 이어지면서 자정 무렵 헤어졌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다시 사무실로 올라갔다. 많은 생각들이 겹쳤다. 그들은 깊숙히는 아니지만 낯선 사람들도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비치는 내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건 내가 원한 건가 아니면 극복하지 못해서인가? '

일하면서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던 숙제다. 장점이라고 내세운 적도 없지만 약점이어서 딱히 바꾸려 노력한 것 같지도 않다. 누구나 문제란 걸 알면서 안고 살아가는 것들이 있다.


사무실 조명을 모두 끄고 영화 한 편을 틀었다. <아메리칸 셰프 / 2014>를 다시 봤다. 이 대사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난 내 일을 사랑해. 내 인생의 좋은 일들은 다 이 일 덕에 생겼어. 내가 뭐든지 잘하는 건 아냐. 난 완벽하지 않아. 최고의 남편도 아니고 미안하지만 최고의 아빠도 아니었어. 하지만 이건 잘해.

그래서 이걸 너와 나누고 싶고 내가 깨달은 걸 가르치고 싶어. 요리로 사람들의 삶을 위로하고 나고 거기서 힘을 얻어. 너도 해보면 빠지게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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