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화 읽기

내가 바로 매버릭이다

탑건 매버릭 2022

by 문성훈

내가 바로 매버릭이다

날은 궂고, 머릿속은 수채로 흘러드는 흙탕물이다.(차리리 숙취 때문이라면 낫겠다) 전봇대 아래에 쏟아낸 토사물 피자같은 망신남녀의 국제적 뻘짓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자랑스러워하고 찬양일색인 언론과 국민도 있지만...)


오전 약속이 있어 아침부터 서둘렀더니 아내가 묻는다. "떡실신이던데 괜찮아?"

어제는 숙취에 있어 최악의 조합 중 하나인 막걸리 + 맥주였는데 조금 피곤할 뿐이다. 좋은 사람과의 술자리는 알라딘의 양탄자같은 마법을 부린다는 걸 알고 있다. (싫은 사람과는 눈길도 마주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와 바이든은 닮았다. 미국이라면 '내가 대통령이 될 상인가?' 아 물론 나는 악수도 안할테지만.... 그럼 장갑을 끼고 ....아니 그건 에티켓이 아닌데다 김건희 흉내내는 것 같기도 해서)


이런 구질구질한 날은 빈대떡이 아니라 매버릭이다.

전작 탑건을 떠올리니 4DX가 제격일 것 같다. '아마 비싸겠지?' 아니나 다를까 22,000원이다.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이번주 토요일이 좋겠단다. 인근 CGV를 뒤져봤더니 일요일 자정 마지막 상영이나 담주 월요일 그것도 자정시간에나 명당 자리(D열~F열 중앙이 명당이라고 해서...)가 난다.


차라리 오늘 자정에 C열 중앙자리가 비어있다. '목이 좀 아플 수도 있겠지만.....' 쇠뿔도 단숨에, 생각이 들면 바로 실행해야지 미루고 재다보면 식은 밥처럼 맛이 덜하다.

그런데 애들한테 좀 켕긴다. 게다가 4DX는 의자 4개가 한 묶음으로 돌아간다.


은근슬쩍 단톡방에 면피용 톡을 올린다. "오늘밤 12시 매버릭 4DX 관람 가능한가?"

실수였다. '4DX'란 말은 뺐어야 했다.

물반 고기반인 실내 낚시터에서 너무 고급 크릴미끼를 썼다. 던지자마자 입질이다.

"저요"

"ㅇㅋ"

"나도 괜찮아"

청춘들이 늙은 아베크족 데이트에 눈치없이 끼어든다. 낚시바늘에 제대로 꿰인 물고기는 줄을 끊기전엔 떨쳐내지 못한다. 영화 때문에 천륜을 끊을 수는 없지 않은가. (실은 티켓값이 비싸서...)


명백한 내 실수다. 이것들이 방학이란 걸 간과했다. 게다가 유전적으로 올빼미족들이지 않은가.

"오늘밤 12시 영화(제목과 4DX란 단어 빼고) 관람 너무 갑작스러워서 안되겠지?(부정형으로 바꿔서)"라고 올렸어야 했다. 이제와서 후회해도 할 수 없다.


오늘 자정에 '탑건 매버릭'을, 그것도 '4DX'로(나도 처음이다),

마치 아랍 왕족 가족처럼 엄청난 거금(?)을 들여서 볼 거라는 자랑질을 장구하게도 썼다. ('보다 죽은 귀신이 때깔도 총천연색이다'란 옛말이 있잖은가) 아무래도 영화평은 안쓰게 될 것 같아서...... 영화관 나서면서 다 잊어버릴테니까(이런 영화는 그 맛에, 그러자고 보는 것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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