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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May 04. 2019

알지만 안되는 일

'…그대가 쓰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
"쓰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야 한다."
니체가 말한 것처럼,
'글이 생각을 요구하지 않고,
생각이 글을 요구해야 한다'
우리는 흘러 넘친 것만 쓸 수 있다…'

작가인 페친의 글을 읽다 이 대목에서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맴돈다.
그야말로 내가 하는 일이 그러하지 않은가. 오랜 사색과 고민끝에 라인 한줄을 긋고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에서 돌려본 결과로 재료를 선정해왔다.
하지만,평생동안 나를 번민에 빠트리고 좌절감을 느끼게 한 말은 따로 있었다.
대체로 이렇게 세가지 유형이지 싶다.
A
1."예산은 최소로하고 디자인은 정말 잘 뽑아주셔야돼요. 그래서 일부러 소개받고 온겁니다"
2."자재는 싼 걸로 해도 소장님은 아이디어가 좋으시니까 견적은 적게 나오겠죠?"
[세상에 싸고 좋은 물건은 없습니다. 머리 쓰는 일에는 지불 안하실 요량이십니까? 오히려 좋은 재료로 초보디자이너를 쓰는게 더 싸게 먹힐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생각이고 디자인의 힘입니다. 적당히 싸고 훌륭한 디자이너를 만난 것으로 자족하세요]

B
1."뭐 그렇게 오래 걸려요. 다른 데는 일주일이면 설계,견적 다 받아볼 수 있다는데…다른 일이 많아서 그러세요?"
2."오랫동안 하셨으니 얼마정도 나올지 딱 보시면 아시잖아요. 얼마 정도 들까요? 하셨던 것중에 비슷한 것도 많던데…"
[시안작업이 오래 걸릴 수록 회사는 손해입니다. 촉박하면 한번 스케치 해보고 스스로 펜을 내려놓습니다.저는 긴 시간을 구상하고 공사는 전광석화로 해치우는 방식을 선호합니다.그리고, 오랫동안 비슷한 작업을 해왔지만 당신은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처음이이거든요]

C
1."공사기간은 다른 데보다 짧은데 전체적인 일정은 비슷한데요. 착공을 앞당기면 안될까요? 급한데…"
2."이렇게 몇번씩 사전 미팅을 해야 되나요? 공사하시면서 나눠서 하든가 웬만한건 알아서 해주세요"
[당신의 성격,감성 심지어 성장배경까지… 머릿속에 든 생각과 욕구가 내것처럼 받아들이려고 자주 사전미팅을  갖는 것이고 그 자신감이 생겨야 그림을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견적과 착공을 하는 거랍니다. 공사기간은 숙련되고 좋은 작업자들로 꾸리면 단축이 가능하지요.제가 못을 박고 톱질을 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인지 졸업 후 곁눈질 않고 이 인을 해오면서 찬사와 고마움의 표현은 많이 받았건만 항상 주머니는 비어있는 날이 많았다.
스스로 그 이유를 알고 있어도 부정하고 싶었고 언젠가 그 신념이 옳음을 증명해보이고도 싶었다. 하지만 그런 바램이 요원한 것임을 지금은 잘 알고 있다.
왜냐면 이 같은 방식을 회사대표로서 사업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어야 함에도
즉,사업가로서 사업 전략을 펼치는 시간보다 구상하는 시간이 길어야 하는데도 그 보다는 프로젝트에만 함몰되어 디자이너로서 구상하는 시간만 길고 완성단계에서도 마음에 들지않는 부분은 예산과 무관하게 주저없이 재작업을 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히 디자이너가 회사를 운영해서 가장 마이너한 영향을 끼치는 극명한 사례다.
알고도 못하는 일. 아니 안되는 일이 너무 많다. 내 경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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