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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May 04. 2019

서사가 없는 아름다움은 없다

아파트에 관하여...

의식주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의 삶은 진정한 가치와 고유한 아름다움을 품으려 하는가?

'서양건축사'를 배우며 건축은 그것이 전부인양 바로크,로코코를 외우던 학창시절은 어쩔 수 없었다손 치더라도 이렇게 건축의 한 귀퉁이를 파먹고 살면서도 무엇하나 딱 맞춤이다 싶은게 없는 아파트에 그리고 사무실에 제 몸 하나 숨기고 내 것을 그리고 우리 것을 주창하고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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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수천 년을 지탱한 고유하고도 아름다운 정주의 풍경이 있었다.
마당을 품은 기와집들과 자연을 닮은 초가들이 섞여 평화하던 마을, 이게 일거에 무너진 게 1960년대 말부터였으니 ‘불란서 미니 2층집’ ‘비둘기집’이니 하는 짝퉁 서양집과 아파트로 우리의 주거방식은 혁명적 상황이 된 것이다.
바둑판식으로 조성된 택지 위에 등장한 집들은 죄다 담벼락에 날카로운 쇳조각과 유리조각을 박으며 서로를 적대했고 길은 공동의 삶을 확인하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를 분리하는 경계가 되어 동네를 붕괴시켰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아파트는 공동주거이기에는 공동의 삶이 너무 없으며, 의무적으로 지은 임대아파트는 불가촉 집단처럼 간주하며 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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