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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May 04. 2019

그녀들의 은밀한 사생활

양변기

회장님은 아주 밝고 쾌적한 그래서 오래 머물 수 있는 화장실을 원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가 소유한 대저택 인테리어에 있어 언급한 유일한 요구사항이기도 했다.

대개 홈인테리어에서 결정권이 주부에게 있음은 통례지만, 계약당사자 또는 결제권을 맡은 가장이 서재나 거실이 아닌 화장실을 언급하는 경우는 의외라서 그 이유를 물으니
"혼자 가장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니 책도 읽고 시간도 보낼 수 있게 해달라"는 이유였다. 나보다 많은 건을  가졌고 원하는 것은 뭐든 누릴 수 있어 보였던 그가 왠지 짠했다.
천창을 내 채광을 들이고 바리솔조명으로 티끌도 보이는 히노끼향이 은은한 욕실과 크고 안락한 수입 양변기를 앉혔다.
그랬었다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

전직 여성대통령에 이어 총애받던 전직 여성 장관의 화장실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국 근대사에 이렇듯 화장실이나 변기문제가 세인들의 주목을 받고 인구에 회자되었던 적이 있던가.
그녀들의 화장실 또는 변기에 대한 집착이 어디서 유래됐는지 무척 궁금해졌다.

현대 인테리어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화장실이지만 이런 지위나 관심은 그다지 오래된 역사를 지니지 않았다.
특히, 동양문화권에서는 '매화틀'이라는 이동식 변기를 쓰던 왕을 제외하고는 요강을 쓰거나 민가에서는 측간으로 불리던 대개 헛간에 딸린 여물로 쓸 짚단 쌓인 짜투리 공간이 할애될 뿐이었다.
아마, 그녀들이 뜯어 고치고 자신들만이 사용하려했던 화장실과 양변기는 서양에서 유래된 생활 양식에 기인한 바가 클 것이다.

그런데 최초의 양변기가 여왕을 위해 제작됐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현대 양변기의 시초가 1596년에 영국의 귀족이자 실력자인 존 해링턴 경이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을 위해 고안하였다고 알려져 있는데 지금의 U자트랩을 쓰지않아 고약한 냄새를 감출수 없었던 이 양변기는 대중화되지는 못했고 19세기들어 미국 상류층으로 부터 보급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우리나라에 양변기가 보급된 것은 1970년대 이후로 1957년 서울 행촌아파트에 외국인 전용으로 양변기가 최초로 설치된 이후 1970년 서울 종로 세운상가에 건설된 진양아파트에 최초로 도입되어 일반에도 널리 보급된다.

그렇다면 뭔가 좀 이상하다 기껏해야 한국에서는 70~80년대 보급이 시작됐다면
66년생 장관과 특히 52년생 대통령은 용변을 가리고 제 혼자 변기를 쓸때까지 자라면서 그토록 집착하는 양변기를 써보지는 못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니 말이다.

나는 감히 그 화장실과 양변기에 대한 그녀들의 강박증이 다른 데서 기인한다고 본다.
양변기와 하이힐(이 둘은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의 나라 프랑스.
그들이 자랑하는 베르사유 궁에는 무려 2000여 개의 방이 있었다. 본관 전면 길이가 580m에 창문만 375개가 된다. 그러나,아이러니하게도 화장실은 없었다. 궁안에서 생활하는 왕과 시종,군인들은 나름대로(?) 각자의 방법을 찾았다 하더라도 접견을 원해 찾아온 그 많은 귀족들. 특히 여성들은 어땠을까?
국왕과의 접견은 몇 시간에 걸쳐 이뤄졌기 때문에 귀족 여성들은 선 채로 생리적 욕구를 해결했다한다. 몇 겹짜리 풍성한 스커트가 모든 것을 가려주었다. 아마 스커트안 가는 발목 아래는 하이힐이 신겨있었을거다.

문란한 사생활,  천박한 지적사고,사치와 향락에 물든 그녀들이 아무리 식민지 피고름이 맺힌 귀금속으로 치장하고 온갖 향수를 뿌리며 제 오물이 튈까 하이힐을 신었다 하더라도 그 고약한 악취는 감출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 모든 걸 풍성한 스커트를 펼쳐 숨길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여러모로 그들의 후예인 그녀들이고보니 지금처럼 화장실에, 변기에 더 집착하게되지 않았을까?

더구나 전직 대통령은 프랑스 국왕을 코스프레한 유력한 증거를 남겼다.
루이 14세는 요강 위에 앉아 있을 때 신하들의 알현을 받았다. 그가 대변을 보는 일을 돕는 것은 궁정에서 가장 신뢰를 얻은 신하의 일이었다.
즉, 관저에서 볼 일(?)을 보며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측근의 보고을 받았으니 그녀의 신임이 유별난건 당연하지 않을까.

그 3인방이 붙잡고 있던건 필시 "화장실 문고리"였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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