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 약한마음 - 산보
오랜만이다.
앨범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일이 이렇게 즐거웠던 게 언제였나 싶다. 내게는 언니네 이발관의 5집 ‘가장 보통의 존재’ 이후로는 좀처럼 없었던 경험이다. 친구들과의 이야기를 하나의 앨범으로 엮어낸 밴드 산보의 정규 2집 ‘아니카’는 그래서 더 귀하게 들린다. 어린 시절 TV에서 보던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에서 삐삐 옆집에 살던 아이의 이름이 바로 ‘아니카!’ 네 명의 멤버가 서로의 삐삐이자 아니카라는 설명으로 앨범을 소개하더라. 얼마 전 첫 공연을 마치고 이제야 1집 앨범을 실물로 현장에서 받아볼 수 있었다는데, 아직 2집은 언제쯤 손에 넣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1번 트랙 ‘산마루’부터 9번 트랙 ‘그 사람’까지 이어 듣는 동안 음악의 결은 일관되게 흐르면서도, 그 안에서 다양한 변주와 템포, 다른 표정들이 자연스럽게 재미를 만든다. 오랜만에 ‘앨범을 듣는 맛’을 제대로 느꼈다.
요즘 음악들이 대체로 명도가 높은 쨍한 사운드이거나, 혹은 비슷한 몽환적인 질감으로 서로 닮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소박한 질감의 록 밴드 사운드를 듣는 일은 생각보다 큰 즐거움이다. 젊은 밴드, 이제 막 시작하는 밴드의 호흡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언니네 이발관이 떠올랐고, 또 제주소년도 많이 생각났다. 특히 제주소년 1집을 처음 들었을 때의 공기가 스쳐 지나갔다. 여러 밴드의 기억을 함께 불러오는 팀, 그런 밴드라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를 지나 지금의 밴드에 이르기까지, 멤버들이 오랜 친구 들이라서일까. 역시 오래 함께한 친구들로 이루어진 밴드는 자연스럽게 믿고 듣게 된다.
앨범을 찬찬히 듣고 있자니, 친구들과 농구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함께 집으로 돌아오던 하굣길이 떠올랐다.
https://youtu.be/3iqVVmMQou0?si=8p1SbvMaqsU1CI_l
https://youtu.be/XZD46IagE54?si=rpiZ97fJkQMcR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