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지 전학의 효용성(ft.워킹맘)

- 나의 '어쩌다 다多 주택자' 포지션

by 아로하

“애들이 그러는데, 급식맛이 우리 학교가 최고래!

진짜 맛있어! 오늘 샤베트도 나왔어!

맛있는 학교급식은 매일의 등교를 설레게 했다.



신축 10년 차, 4년 차의 브랜드 단지 각각 3천2백 세대, 3천6백 세대에 둘러싸인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 수는 과밀한 정도가 (내 본 중) 역대급이었다.

이전에 다니던 초등학교도 나름 지역 내에서는

과밀하기로 소문이 나 있는 곳이었지만,

한 반에 27~28명 정원에 10개 반(학년별) 수준이 있었다.


헌데, 이곳 초등학교는 한 반에 36~37명 정도로 평균 10명 이상 많아,

실제 참관 수업 때 가보면 교실이 꽉 찬 느낌이었다.

학교 건물도 방학마다 증축에 증축.

한 반 인원수가 너무 많다 보니, 선생님의 관심과 지도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건 아닐까...

잠시 서울로의 이사를 후회하던 그때,

전학한 지 두어 달쯤 될 무렵,


“엄마, 전학 안 왔으면 어쩔 뻔했어!

여긴 컴퓨터실도 3개나 되고, 컴퓨터, 스마트패드도 완전 새것이고 너무 좋아!


그리고 전에 학교는 급식실을 이제 막 짓고 있었잖아.

근데 여긴 이미 급식실이 있는데, 급식 맛이 매일매일 환상적이야!”

학교에 대한 만족감은 아이가 먼저 느끼고 있었다.

엄마 입장에서 좋은 점은 아무래도 더 많은 수의 학부모들이 지켜보는 학교인 만큼(입김이 센-_-),

학부모와 학생의 입장을 배려하려는 학교의 다양한 제도와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이전 학교는 2학년까지만 이용할 수 있는 돌봄 교실을

이곳에서는 6학년 전 학년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이용가능 학년을 확대시킴),

방과 후 프로그램은 다채로우면서도 시간대도 학년별로 균형 있게 짜여 있었다.


외벌이 가구가 주류라는 소문은 있었지만,

학사일정에 있어서 맞벌이 가정을 고려했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실제 교장선생님 학보 말씀글 가운데 "일하는 학부모를 위해"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함)


아이를 키우고 일하는 여성으로서

배려받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무엇보다 왕따나 학교폭력으로 상당히 보호되고 있다는 분위기도 인상적이었는데,

일단 아이들 대부분이 다양한 체험과 학습들로 스케줄이 채워져 있었기에,

친구 관계에 문제를 일으킬 시간이 일단 부족했고 -_-


<사진 설명> 2020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어느날 등굣길


왕따와 같은 교내 크고 작은 폭력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노력들이 돋보였다.

만약 문제가 발생될 소지가 있으면,

(아주 사소한 다툼일지라도)

교사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수시로 부모에 연락하는 경우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1. 학교를 믿을 수 있다는 것,

2. 다양한 교육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건,

거주지에 대한 만족감을 상당히 끌어올리는 주요 요소였다.


급식이 집밥보다 맛있다고 매일 노래하니,

출근하느라 밥과 간식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워킹맘의 마음에 위로가 되기도 했다.


물론, 많은 수의 다양한 아이들이 모여있다 보니,

착하고 모범적인 아이들도 많지만,

특이하고 상대하기 어려운 난이도 높은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 학습에 대한 관심이 평균이상으로 높았다.

장래 직업이 매우 구체적인 경우도 많았다.

(ex. 그냥 의사 아니고 안과의사 랄지,

웹툰작가 아니고 웹툰스토리 기획자 랄지)

그 직업을 갖기 위한 준비 학습을 하느라 교과 외로 일상이 바쁜 모습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몇몇 나쁜 애들이 나보고 ‘감자’래.”


“감자라니? 그게 무슨 뜻이야?”


“경기도 시골에서 전학 왔다고, 나보고 감자라고 불러....”


“그냥 몇몇 아이들이 너와 네가 살던 지역에 대해서 잘 모르고 하는 말인데,

전학생에 대한 관심표현일 수 있으니까 지켜봐~

계속 그러면 엄마한테 꼭 다시 얘기하고”


그러고 보니, 친정엄마로부터 경기도 살 때 들은 말이 있었다.

“경기도 살다 서울 오면 ‘감자’된다”

그땐 이게 뭔 소린가 했다.


서울에 30년을 살고, 결혼 후 10년 넘게 계속 서울 지역에서 직장을 다닌 서울살이 40년차 나로서는

60-70년대 시골 산골짜기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다.

그런데, 2020년대의 실화라니 -_-


조금 황당했지만, 전학생들에게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며칠 아이는 마음을 다치는 경험을 했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그리고 적응을 해갈수록 걱정과는 달리 딸아이는

“정말 학교 안 옮겼으면 큰일 날 뻔~

이렇게 크고 좋은 학교에 다닐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사진 설명> 2021년 동네 산책길


MBTI 극 E성향인 아이는 2학년 2학기부터 6학년까지

매년 회장 또는 부회장을 놓치지 않고 도맡으며

학교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인 아이로 성장해 나아갔다.

글쓰기와 발표에 관심이 높아 '어린이기자' 활동도 하면서,

자신이 사는 지역과 동네에 대한 정보력과 애정을 높여갔다.


우리 아파트는 신축 사이에 낀 구축아파트 30평대로 깔끔하게

내부 리모델링이 되어있는 임대사업자 매물이었다.

학교 정문까지 걸어서 3~5분이면 도착할 정도로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동이다.

들어올 때 만해도 2년 정도 살면서 갈아타기를 해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이사직후인 2020~2022년 예측하기 어려웠던 부동산 폭등장으로

실거래가의 변동 폭이 컸기에 조금 지켜보기로 했다.

또, 이사 전부터 둔촌주공(현 올림픽파크포레온) 청약을 넣어보자는

계획이 있었기에 무리한 갈아타기는 하지는 않기로 했다.

이사 후 한 달 남은 육아휴직 기간,

아이의 학원일정까지 맞춰놓고 업무에 복귀했다.


학원 선택지가 많았기 때문에 복귀일정에 문제는 없었다.

<사진 설명> 동네 드로잉 1 (2024.12월 어느날)


덕분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회사 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야간대학원을 다니며, 이전보다 업무능력을 키우고, 자리 잡아보자는 새 목표도 생겼다.

이사한 지역 내 체육시설도 다양해서, 온 가족의 운동량도 늘었다.

나는 10년 만에 수영을 다시 시작했고, 필라테스에 도전했다. 현재도 진행 중.

남편은 이전부터 하던 운동을 보다 전문적으로 하며,

함께 운동하는 클럽에서 소속돼 활동하게 됐다.

달리기, 수영, 자전거 전 종목의 국가대표 선수급으로 열심이다.


딸아이도 6살부터 하던 수영을 주2회 이상 꾸준히 이어가는 중이다.

강동구는 운동하지 않는 이에게는 손해인 동네.

체육시설(자전거도로 외 공공 체육기관) 등 관련 인프라가 잘 되어있고,

관련 지원 정책도 소식지를 통해 자주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사진 설명> 남편 생일 2021년 4월


날로 좋아지는 환경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아이와 엄마 모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첫 주택이사 이후 다시 한번 더 느꼈다.

물론 간혹 가족 간 부침이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돌이켜보면,

생활 속에서 시간과 공간의 여유를 가져보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했던 과정들이 떠오른다.

아이가 성장해 가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여유시간과 더불어,

가족간 불편함이나 부족함을 줄여가려고 했기에,

모든 갈등은 대화와 함께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갔다.


갈등을 흘려보낼 수 있는 근본에는 '마음의 여유'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서로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고자 했고, 하루하루의 생활에 만족하는 습관이 바탕이 되었던 듯싶다.


그렇게 이 집에서 만 2년을 보내고 나니,

둔촌주공 청약 일정이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고등학생 때 만든 청약통장,

거치기간 만점의 청약통장은 1주택자에 1자녀라는 한계 상황으로

30점대를 겨우 넘어선 점수(33점)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사 직전에 그동안 쌓인 청약통장 이자도 포기하고,

경기도→서울시로 신청가능지역까지 변경해 가며

둔촌주공 청약 당첨을 내심 기대했다.


이사 전까지만 해도 둔촌동 아파트가

수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단지라는 사실은 예상치도 못했다.

‘나는 강동구 출신이니까 관심 있는 거지, 외부 사람들은 잘 모를 거야.’라는 건

나의 자만이자 착각이었다.

온라인 정보 홍수 시대를 살면서도

부동산 정보가 얼마나 빠르게 퍼지고 있는지

간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다행스럽게도 2023년은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도 무섭게 떨어지며,

최저가 급매 거래가 이뤄질 정도로 공포장이 이어지고 있었다.

둔촌주공의 분양가가 턱없이 비싸다는 여론 또한 급속도로 퍼졌다.

청약점수 33점의 1주택자인 나로서는 호재라고 생각했다.

25평형 청약에 접수하며, '정말 운이 좋다면, 당첨될 수도 있겠구나', 했다.


그해(2023년) 나의 '문서운'은 거의 최고점이었다. ㅎㅎㅎ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사진 설명> 대학원 줌 수업 중

"위대한 도시는 항상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였다. 도시가 중심이 되어 온 분명하면서도 미묘한 상호작용으로부터 새로운 인간과 사회유형이 나타났다." _로버트 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