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점수 33점, 별내역세권 당첨기

- 나의 '어쩌다 인내 자본' 키우기

by 아로하

예비 번호 660번

문자가 찍힌 그날의 좌절이란.


아무리 긍정적인 나라고 해도, 660번째 예비자의 결말을 모를 리 없었다.

25평형은 새로운 국민평형으로 떠오르는 강자였고

아무리 하락기, 공포장이라고 해도

60세대 모집(25D형)에 660명이 포기하려면

예비번호 10바퀴는 돌아야 했다.

<사진 설명> 둔촌주공(현 올림픽파크포레온) 부감도

그럼에도 예비당첨 발표 끝까지 기다렸다.

최종 결과는

(예상대로) 탈락!

그리고 날아든 소식은

인기 낮은 소형 평형인 13평, 18평형 무순위 청약 예정 뉴스였다.

분양가는 7~9억 원 사이.


지금 돌이켜보면 이들 평수를 무순위로 받는 것도

아주 좋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당첨되기만 했다면.

현재 최근(24.11월.) 매매 시세가 18평형 11억이니 말이다.

매물가는 15~16억에 형성되어 있다.

실제 매물가에 실거래 가격대가 맞춰진다면 분양가의 2배가 되는 것이다.

수익률 100%.


당시 몇 날며칠 고민했다.

아무리 무순위라고 해도 사실상 로또 청약인 셈이었다.


원래 강동으로 이사오면서

이쪽에 집을 매매할 계획이 있었기에

이번 청약에 탈락하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다.

딸아이 중, 고등학교를 이어서 보내려면

최소 6년은 이곳에 정착해야하기 위함도 있었다.


그러던 중 같은 일정으로

(둔촌주공 무순위 신청날)

경기도 별내선 역세권 청약이 있음을 알게 된다.

롯데건설 브랜드아파트 1000세대 이상, 별내선 8호선 역세권. (증편/당시 공사 중)

분양 예정 단지 바로 뒤편에 현대건설에서 2년 전 지은(당시 2023년) 약 630여 세대 신축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었는데,

해당 단지의 비슷한 소형 평형(ex.18평)이 청약 예정 아파트의 분양가보다 2억~2억 5천만 원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예를 들면, 18평의 현대건설 아파트의 매매가는 5억~5억 5천 사이, 전세는 2억 5천~3억 2천.

분양예정 단지 16평의 분양가는 2억 9천9백(약 3억, 추후 확장비와 취득세 포함하면 약 3억 2천)이었다.

16평 소형평수를 분양받는다면, 일단 안전마진 2~2.5억을 예상할 수 있었다.

분양가가 추후 전세가와 큰 차이가 없으리라는 추측도 할 수 있다.

물론, 서울의 둔촌주공(이후 올림픽파크포레온) 정도의 수익률은 기대할 수 없었다.



안전마진 2~3억 원.

둔촌주공의 사례를 참고해 보니,

소형 평수에서 미달이 날 가능성이 높았다.


입지로 보나 뭐로 보나 둔촌주공(현 올림픽파크포레온)을

따라갈 수는 없는 경기권 작은 단지였지만,

그만큼 낮은 점수대로 노려볼만했다.

청약에 당첨될 가능성은 둔촌주공보다는 높아 보였다.


심지어 두 곳의 청약일정이 같으니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둔촌주공 쪽으로 몰려 꽤 빠져나가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해봤다.

(구리시와 강동구는 한강을 사이에 둔 인접지역)


만약 청약에 당첨이 된다면 분양가가 서울보다 저렴한 편이라

소형 평수(18평 또는 22평)의 경우

이미 보유한 1주택을 팔 필요도,

추가 대출을 받을 이유도 없었다.

위험부담 역시 (추가 대출이 필요했던) 둔촌주공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전세가 = 분양가였으니...)

소형 평수를 타게팅하기로 했다.

22평? 18평?

22평은 방 2개 구조로 18평보다 여러모로

선호되는 구조였지만, 청약점수 33점인 나에게까지 기회가 올 진 미지수였다.

신혼부부나 3인 가족 이상이라면, 당연히 22평을 좋아할 것 같았다.

둔촌주공의 경우에는 18평과 22평 모두

방 2개 동일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그럼에도 22평이 인기가 더 높았다.

구리의 경우에 16평은 방1개, 22평은 방2개로 22평 구조가 더 좋았다.

22평을 넣으면 떨어질 것 같았다.

가장 작은 16평형(방 1, 화장실 1)을 신청해 보기로 한다.

(내 감을 믿어 보기로)


<사진 설명> 청약 신청한 아파트 구조도
<사진 설명> 바로 뒷단지 동일평수 거래 그래프



결과는 예비번호 33번.

33이란 숫자와 무슨 연이 닿았는지

청약 당첨자 가운데 10명이 포기하면서

10개 호실을 예비자들 간 경쟁해야 했다.


예비번호 10개씩 3바퀴 돌고도 3번째까지 와야 내 차례가 된다.

이러나저러나 인기 높은 단지에 당첨되고자 한다면,

일반적인 청약점수는

84점 만점에

무주택기간과 4~5인가족 정도 되어야

당첨률이 괜찮다고 할 수 있는

60~70점대는 되어야 안정권 근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2025년 강남 주요 당첨 가능 점수는 최소 70점 이상으로

점쳐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청약 관련 유튜브를 찾아봤다.

보통, 일반적으로 10개 호실정도 나오면

예비번호 13~15번 정도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수도권(심지어 역세권) 청약은 아무리 입지가 떨어져도 포기자가 별로 없다고 했다.

예비번호 10번을 넘기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단 한 사람!

신혼부부 특공으로 도전 3년 만에 최근 어렵게 청약에 당첨됐다는 짠순이 버전 직장여성 유튜버는 조금 다른 얘기를 들려줬다.


"정말 사람일은 아무도 모르는 게

주변에서 절대 안 될 예비번호라고 했는데

그래도 혹시나 해서 ,

구경이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간 거였어요.

근데 그날 제 앞에서 층수 뽑은 사람들이

전부 1~3층 저층을 뽑은 거예요.

전부 당첨포기하고 돌아가는 바람에 저한테까지 기회가 온 거죠.

근데 정말 하늘이 도왔는지, 제가 딱 로열호수를 뽑은 거예요.

수년간 아끼며 산 보람을 그때 느꼈어요!"


<사진 설명> 강가에서 , 음영 연습 드로잉 (25.1.23.)


그녀의 말을 믿어보고 싶었다.

심지어 지금은 하락기 공포장.

사람들은 한강 너머 서울 인기지역으로 몰려갈 테고

33점 33번 기대해 보자


짠순이 유튜버 그녀는

"예비번호가 100번을 넘어가도 꼭 추첨현장에 가보시길 추천할게요.

오라는 문자가 오지 않아도, 일정과 시간 확인하셔서 가시면 됩니다.

당연히 안 될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만약 당첨이 안되더라도, 활기 넘치는 추첨 현장에서

보고 듣고 배우는 것이 있답니다.

다음 청약을 미리 예행연습한다고 생각하셔도 좋아요."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의 피셜을 남겼다)



내겐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렸다.

예비청약 추첨일


입장하는 과정에서

관계자는 내 예비번호를 물었다.

"3번이요? 13번이요?

예에? 33번이라고요?"


' 네가 왜 여기서 나와 ~~ '

아무리 공포장이라지만

33번인 네가 낄자리는 아닌데라는 눈빛.

느껴졌다.


조금 민망했지만

추첨 대기자들 사이에 조심스레 끼어봤다.

속으론

'집도 가까운데 끝나고 구리시 구경이나 해보자,

이따 롯데백화점 아이쇼핑해야지.

청약 추첨 현장도 구경하고

좋은 경험이야~ 그럼 그럼~

아무렴 어때~

여튼 나 예비번호 받은 사람이라 구우~ '

.

"자, 27번~

포기하시겠습니까? 계약하시겠습니까?"


어느덧 27번까지 진행되고 있었다.

이게 웬일,

나의 예측치가 맞아떨어진 걸까?


"자 이제 2개 호실 남았습니다.

예비번호 30번 고객이임~"


둘러싸인 사람들로 앞이 잘 안 보였다.

추첨박스에 다시 넣어지는 동호수표.

30번은 저층을 뽑은 모양이었다.


"계약하시겠습니까?

네~

예비번호 33번~ 계약하십니다.

6동 24층, 좋은 층 뽑으셨네요..."


부지불식간이었다.

머리가 팽팽 돌고 어지러웠다.

적잖이 예상을 해보기도 했지만,

계약금 3천만 원을 준비해 가긴 했지만

진짜 될 거라고는...


계약금은 그 자리에서 1시간 내 입금해야

청약 당첨이 확정되는 구조였다.

그런데 이체하려는 순간,

이체한도를 넘었다는 메시지가 떴다.

설마설마하고 이체한도를 늘리는 걸

깜박하고 방문했던 거다.

은행 지점에 가서 직접 방문처리 해야 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청약추첨 중

외출은 불가했다.


<사진 설명> 강가에서 2 , 음영 연습 드로잉 (25.2.10.)


사정을 얘기하고

외출증을 끊어

부탁의 부탁을 하고

빠져나와 은행으로 향하는 길 -

남편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다.

(첨엔 믿지 않았던 남편이니임)

그리곤,

은행에 가서 바로 계약금을 이체시켰다.


"어머, 롯데캐슬 당첨되신 거예요?

축하드려요~ 여기 동네에서 꽤나 인기 있는 곳이에요. 이 동네 신축이 없어서

이런 대단지는 처음일 걸요?

정말 좋으시겠어요~"

은행원 분께 축하 인사를 들을 줄이야.

(이후 다른 은행에서 청약통장 새로 가입하면서도

축하인사를 들어야 했다.

요즘 청약 당첨이 어려워 통장 해지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람일 모르는 거라는 어쩌고저쩌고 얘기해 주시던 은행원 분이,

당첨 소식 얘기하자마자

'진짜 잘됐다!' , '수도권 어디든 되기만 하면 복권이죠~'.. 하시며 축해해 주심)


' 우와,

당첨된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살짝 불안하고 두렵기도 한데

(정말 잘한 걸까? 하는 잠깐의 번뇌)

막 설레고 기쁜, '


기분이 정말 좋았다.

3천만 원으로 안전마진 2억 원 확보하다니!

입주 시기까지 기존 주택은 어떻게 할지,

추후 전월세를 줄지 잠깐이라도 실거주할지...

불안과 걱정은 잠시 잊기로.


그렇게 '어쩌다 다주택자'가 된 나는

오늘도 다 팔고 똘똘한 1주택으로 갈지,

두 채 다 쭈욱 끌고 갈지 고민 중.

(일시적 1가구 1주택을 활용해

3년 안에 이전 주택을 처분하면

양도세 면제이기에)


집에 대한 고민은

사는 동안 끝이 없다.

주택을 자산의 개념으로 보면 볼수록 그러하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도 한몫한딘.

더 갖고 싶은 본능.

하지만 어쩌면 그 욕망, 본능 덕에

하루하루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는 걸지도.

내 집 마련을 위해 어쩌다 부동산 거래를 하며

크게 깨달았던 건

욕망의 발현을 긍정개념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1. 절대 다수가 몰려가는 욕망을 뒤쫓으면

실패하거나 좌절하기 쉽다는 사실.

2. 나의 욕망을 조절할 줄 알아야 후회할 일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메타인지)


'균형감각'.

본능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려는

노력은 아이를 키울 때도,

내집을 매매할 때도,

필수 덕목 아닐까?


<사진 설명> 최근 가장 행복했던 공간의 기억을 꼽으라면, 태백시 작은 숙소 공간에서 가족들이 복작댔던 이 방이다. 4평 남짓? 하지만 왜 또 인간은 더 큰 공간을 욕망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