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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보기 Dec 10. 2024

어빙 고프먼의 <자아 연출의 사회학>으로 본 '관종'

- 고프먼의 '자아 연출의 사회학', 임홍택의 '90년대생이 온다'읽고

 “타인에게 주목받고 싶어하는 정도가 심해 사람들의 관심을 과도하게 끄는 병폐”를 일컫는 신조어

 <관종:관심종자>는 의미 그대로 부정적이며 공식적인 의학 용어는 아니지만

다소 병적인 증세가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다.

때로 ‘연극성 성격장애’라는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에 대한

비공식적인 정신병명을 만들어 줄 정도로 최근 한국사회 ‘관종’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이에 “고의든 아니든 개인은 스스로를 표현하는 행동을 하게 마련이고

다른 사람들도 그가 표현한 인상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이헤이세르의 말을 빌려

일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우리 인간의 연기와도 같은 표현을 풀어낸

 어빙 고프먼의 관점으로 <관종>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오늘의 한국사회의 자기 표현방식의 변화와 개개인의 개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떻게 변화되어 왔을까?


  2010년부터 10대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이 단어 ‘관종’은 인터넷 신조어로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 개방형 사전 우리말샘과

한국어판 위키피디아인 위키백과에서 언급하고 있다.

이들에서 서술하고 있는 것과 같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으며 누군가를 비하할 때 주로 사용되던 단어다.

하지만 2017년 무렵부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의 SNS활성화로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사진 설명> 어빙 고프먼의 '자아 연출의 사회학' + 임홍택의 '90년생이 온다' 표지 (출처 : 예스24 홈페이지)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이 최근 낸

「관종의 조건:관심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한 사람들의 법칙」이나

김곡의 「관종의 시대」는 오히려 ‘관종’이 되지 않으면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성공할 수 없다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한국 사회 최근의 ‘관종’에 대한 의식 변화를

어빙 고프먼의「자기 연출의 사회학」의 시선으로

일상 속 자신을 연출하는 개인의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했다.


<사진 설명> 어빙 고프먼(잘생겼다!, 출처 : 구글이미지)


본캐와 부캐 사이에서

 고프먼은  “개인이 남들 앞에서 보이는 행동이 다른 사람들의

 상황 정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로지 남들이 자기가 원하는 반응을 보이도록 개인은

철저하게 계산된 인상으로 자기를 표현할 때가 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 개인은

이른바 본캐(본캐릭터)와 다른 부캐(부캐릭터)를 가지고 꾸며진 모습으로 일상을 살아간다.

어빙 고프먼은 「자기 연출의 사회학」에서 귀족 청년의 덕목을 예로 들며

 그들이 자신의 계급과 지위를 지키고 지배구조를 확고히 하기 위해

끊임없는 자기 연출을 해 보인다고 설명한다.


 “자기가 얼마나 관찰당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성향에 호감을 보이는지 의식하기 때문에
별로 대수롭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유와 고귀함이 저절로 베어 나오게 행동한다
그가 풍기는 분위기, 몸가짐, 품행 모두 그의 탁월함과
우아하고 고상한 감각을 보여주는 징표로서
 열등한 지위에 잇는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지닐 수 없는 소양”  - 고프먼


  이들은 자신들이 끊임없이 관찰 당함을 알고 있다.

그들이 관찰 당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위치,

조상들에게서 물려받은 특별한 계급지위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에 빗대어 ‘관종’을 들여다보자.


 ‘관종’의 특성을 확연히 볼 수 있는 SNS상에서

인기 유튜버와 같은 인플루언서들을 예로 들어보겠다.

이들은 자신들의 일상을 자발적으로 노출시키며 관찰 당하고자 한다.


더 많은 관찰과 관심을 얻기 위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매력을 발산하려 노력한다.

이를 통해 자신들을 지켜보는 구독자 수가 늘면 늘수록

이들의 자본 소득은 높아진다.

이는 임홍택이 쓴「관종의 조건:관심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한 사람들의 법칙 (이하 관종의 조건), 2020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이제 우리는 ‘관종’이 되어야 돈을 버는 세상’에 살고 있으며,

관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거두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할 때라고 이야기한다.


  사실 요즘 인스타나 유튜브로 소통하는 SNS시대에 “나는 관종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어느 정도는 누군가의 관심 속에 ‘인싸’ 로의 삶을 기대하기도 한다.

실제로 임홍택은 요즘 청소년들이 ‘인싸 관종’이라는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

 ‘관종’을 ‘인싸’로 가는 과정으로 보고 다소 과장된 행동도 용인하는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관종질’은 이제 더 이상 특이하거나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관종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요구되는 자질, 능력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저주를 뒤집으면 행복이 보인다.
남들의 관심과 인정을 받으면 행복해질 수 있고,
때때로 관심은 돈과 권력이 된다.
광고주가 스타를 섭외하고 정당이 유명인을 접촉하는 까닭이 이해된다”
 “유명인의 자녀에게 관심이 가는 건 당연지사,
부모의 유명세를 상속받은 자녀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관심자본은 모든 이에게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는다”

-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혐오의 관종자본가와 팬덤’ 칼럼 중


앞서 어빙 고프만이 예로 들었던 귀족 청년만이 가진 특권과 같은 것이다.

물려받은 지위과 계급을 통해 얻은 관심자본이

이제는 유명인의 자녀, 즉,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지위과 권력을

획득한 새롭게 떠오른 상위 계급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 모든 계급논리의 중심에는 ‘관심’이 존재한다.

  전상진 교수도 같은 글에서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덧붙여 우리는 관심이 돈이나 권력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까지 말하며, 이제는 존재의 부재 또는 몰인정,

그것이 지금 시대의 저주라고 표현한다.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가?

하지만 이는 우리가 속한 거대한 현대 사회, 조직 내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일상이다.


  이 때문에 우리가 속한 조직차원에서 개인은 자신의 매력 자본은 발현한다.

 개인의 매력 자본은 무엇인가? 임홍택은「관종의 조건」에서 매력 자본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1순위는 ‘아름다운 외모’,  2위 ‘유머’,  3순위 ‘나만의 전문적 특기’ , ‘인간적 매력’ 등이라고 꼽는다.

유리한 위치를 점한 개인은 승진에서도 이점으로 적용받아

어느 팀에서든 환영을 받는다고도 한다.

하지만 직장 생활에서는 아름다운 외모가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외모가 오히려 성과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것이다.

외모와 유머, 특기 등 개인이 가진 매력 자본이 분명 관심을 받는

주요한 요인들이기도 하지만, 이는 경우에 따라 사례에 따라 다르게 적용받는다.

때문에 모든 경우에서 개인이 가진 매력이 관심을 끄는

가장 좋은 요인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관종의 조건'은 '일상 속에'

   오프라인 일상보다 더욱 중요해진 또 하나의 삶이 된 디지털 일상 속에서

 ‘관심을 획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다수의 마케팅‧홍보전문가들은

 ‘나만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겨레21「우리는 모두 관종, 그것을 이용하는 관심경제 (2020.7.24.)」에서

도우리 작가가 취재한 황봄님 이사(마케팅 전문가)는

 “오랫동안 마케팅 업계에 몸담으며 얻은 결론

 역시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마케팅 흐름이 톱다운(Top to Down·하향식)에서

다운톱(Down to Top·상향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자기만의 이야기가 필요하고,

몇 십억 원 들이는 광고 기획보다 몇 십만 명의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가

훨씬 중요해졌다고 강조한다. 지금의 모든 사회 현상이 그렇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개인이 갖춘 매력과 개인의 이야기가 담긴 일상은 차이를 갖는다.

‘진짜’와 ‘가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상에서의 진정성이 ‘가짜’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20년 8월 ‘유명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의 LED마스크 과대광고 논란’,

쯔양‧도티 등  의  ‘뒷광고 논란’ 등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속

인플루언서들의 진정성 문제가 이슈화되기도 했었다.

이와 같은 디지털 일상 속 진정성 문제에 대해

강보라 전문연구원(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은

 ‘<일간 이슬아>의 진정성’(<한편 2호-인플루언서>)에서

 “(인플루언서들의) 진정성을 형성하는 데

거리가 어느 정도 확보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며

 “배우로서 내가 계속 슬픈 생각을 하고

슬픈 표정을 짓는 것만으로 관객에게 슬픔이 전달될 수 있을까?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에게 다가갈 수 있는 거리,

그 인물이 슬픔을 느끼는 상황에 들어갈 수 있는 거리가 관객에게 주어질 때

비로소 배우 혼자 슬픈 것이 아니라, 관객 또한 함께 슬픔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중략)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진정성의 기술’을 구사하는 이들은

스스로 처한 상황과 자신을 떼어놓고 볼 수 있는 성찰에

능숙한 이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 유투버 등 인플루언서는 한명의 배우이고

이들을 지켜보는 대중인 관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어빙 고프먼의「자기 연출의 사회학」에서

개인을 행동 유형을 ‘배역’ 또는 ‘배역 연기’라 칭하고

타인을 동일한 관객으로 보며 일상을 ‘관객층에 보여주는 연기’라고

표현했던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고프만이 한 소설에 나오는 장면을 예로 들며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보면

개인은 무의식중에도 남들 앞에서 보이는 행동이 자기가 원하는 반응을 보이도록

철저하게 계산된 인상으로 자기를 표현할 때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어쨌든 그는 누구의 시선도 끌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무엇보다도 먼저, 휴일의 벗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기한테는 어떤 관심도 보이지 말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했다.
그는 시선을 허공에 둔 채 사람들을, 그 주변을, 그 너머를 훑어보았다.
해변이 미었을지도 모르니까.
그는 우연히 발치에 공이라도 굴러오면 놀란 척했다.
그는 해변에 있는 사람들을 아찔하다는 듯 둘러보며 사람들을 향해서가 아니라
 제 스스로에게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상냥한 프리디) 공을 되차 주고는 태연하고
무심하게 공간 탐색을 계속했다”
자기한테는 어떤 관심도 보이지 말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했다.
그는 시선을 허공에 둔 채 사람들을, 그 주변을, 그 너머를 훑어보았다.
 해변이 미었을지도 모르니까.
그는 우연히 발치에 공이라도 굴러오면 놀란 척했다.
그는 해변에 있는 사람들을 아찔하다는 듯 둘러보며 사람들을 향해서가 아니라
제 스스로에게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상냥한 프리디) 공을 되차 주고는
태연하고 무심하게 공간 탐색을 계속했다”

여기서 프리디는

스스로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는 인상이 실은,

옳든 그르든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통하는 종류의 인상이라며,

고프만은 프리디의 의도이든 아니든 그것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에 대한 어떤 인상을

받도록 한다는 점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중에도 일상에서 펼치는

자신의 역할을 일상이라는 무대에서 보이며 살아가는 개인들.

이들 중에서도 보다 강화된 ‘연출’을 보이는 이들이 ‘관종’이라 칭해질 수 있을 것이며,

다수의 타인들에게 매력적으로 표현되며 이러한 매력자본을

화폐가치로 전환시키는 경우가 임홍택 작가나 전상진 교수가 앞으로

더욱 각광받을 인물로 말하고 있는 ‘긍정적 의미의 매력적 관종’이라 할 것이다.

더 축약해 표현하자면 ‘자기 연출을 아주 매력적이고

 자연스럽게 표현해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유능한 배우’와 같은 개인들이

긍정적 개념의 ‘관종’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획득에 우월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역할을 통해 서로를 안다' 는 것

  어빙 고프먼은 사회적 삶 자체를 하나의 연극에 비유했다.

사람이라는 단어의 첫 번째 뜻이 가면이라는 게 역사적 우연만은 아닐 것이며

“사람들은 저마다 언제 어디서나 다소 의식적으로 역할을 연기한다는 인식을 가리킨다”며 “우리는 역할을 통해 서로를 안다. 우리 스스로를 아는 것도 역할을 통해서”라고 말한다.

2010년대 이후 등장한 신조어 ‘관종’도

 ‘병적일 정도로 지나치게 관심을 얻기 위한 노력’ 즉 자신의 원래 모습을 두고

다른 가면 속 나를 연기하며 대중에 노출하는 연출의 일상이라 설명할 수 있겠다.

이들 가면은 모두 일상이라는 연극 무대에서 남들에게 보다 돋보이고 잘 보임으로써

새로운 자본을 획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자본을 가져다주는 관심을 위해 새로운 가면을 쓰는데 서슴지 않는 개인들의 모습 안에서

어떤 것이 본질인지는 중요치 않다. 무대 뒤 나도 나이고 무대 위 나도 나이며,

이 모든 나를 통해 나의 역할과 본질, 매력과 자본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종’은 현대인들의 새로운 ‘역할 가면’으로  

인터넷과 SNS활동 등 초연결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이

창조한 새로운 역할 모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개인들의 다양한 매력을 발산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개개인이 자신을 상품화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종’을 부정적 의미로 사용하며 타인을 비하했던 과거에서

진일보해 긍정의 개념으로 차용함으로써 일상 속 다양성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개념으로 널리 사용된다면

코로나19로 급속히 변화한 온라인‧비대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개인들에게 보다

풍부하고 유연한 사고와 세상을 열어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참고문헌

어빙 고프먼 (2016).「자기 연출의 사회학」

임홍택      (2020).  관종의 조건:관심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한 사람들의 법칙

김예란      (2015).  디지털 창의 노동

전상진 (2019.7.7.)    혐오의 관종자본가와 팬덤  <한겨레 세상읽기>

김미향 (2020.7.18.)  “조직 부적응자도 돈 벌기 좋은 시대, 신사임당은 말씀하셨어” <한겨레>

도우리 (2020.7.24.) “우리는 모두 관종, 그것을 이용하는 관심경제”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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