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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퓨처 Aug 15. 2022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내 취향이 아니다. 나는 자기 계발서와 리더십, 소통 그리고 심리학 에세이를 주로 읽는다. 전공과 다른 분야를 접함으로써 조금이라도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나의 독서 철학을 완전히 다시 짜게 해 준 차원이 다른 혜안을 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자연에 부여된 질서가 단 한 번의 발견으로 리셋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현상이 과학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해 준 책이다. 질서와 이를 있게 한 과학, 이 모두가 허상일 수 있다는 다소 무서운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공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받고 밥벌이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공감을 넘어 경외감을 느낄 수 있었다.


대략의 줄거리를 보자.


과학 기자인 룰루 밀러는 혼돈 속에 잃어버린 자아를 찾기 위해, 선각자이자 어류학자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대기를 읽는다. 그러나, 애초의 기대와 달리 더 깊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며 결국 예상치 못한 사실을 알게 되며, 이는 차원이 다른 통찰로 이어진다.


약 160페이지 정도까지는 다소 지루하기도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엄청난 반전과 함께 블랙홀에 빠지듯 책 속으로 빠져든다. 그러나, 등장인물도 많고 다소 생소한 생물 이론도 등장하기 때문에 마냥 쉬운 책은 아니다. 바이오를 전공한 나도 하나하나 줄까지 그으며 읽었을 정도이니...


상세 줄거리는 스포 방지를 위해 생략한다. 이것이 완독 하려는 독자분들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하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브런치를 통해 서머리를 얻고자 하셨다면 죄송하다.


읽다가 닥치고 밑줄 그었던 문장들을 소개해 본다.




"타인의 삶에서 안내를 받고 싶어 하는 길 잃은 저널리스트에게는 <한 남자의 나날들 The Days of a Man>이라는 절판된 회고록이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좋았다."


"인간은 자기가 속한 유형 중 가장 낮은 위치까지 가라앉을 수도 있고, 영적인 높이로 올라갈 수도 있다."


"우리가 이름을 붙여주지 않으면 숫자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오? 파이를 품고 있지 않은 원이 있다면 어디 한번 내게 보여주시오."


"바로 이때 이 경이로운 작자는 바늘을 꺼내 우리 지배자의 목구멍을 향해 찔러 넣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 "넌 구려!"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네 말이 맞아"라고 말하고 다시 덮개 밑으로 들어가 버릴 것이다. 그런 모욕을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반격하는 귀찮음을 감수할 만큼 자신에 대한 믿음이 충분한 이들은 이미 자존감이 두둑한 이들이다."


"그는 인류의 지배자 인종을 선별할 수 있도록 그 힘을 조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것은 자연 속에 사다리가 내재해 있다는 믿음이었다. 자연의 사다리. 박테리아에서 시작해 인간에까지 이르는, 객관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하는 신성한 계층구조."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그가 명료히 보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그 범주는 결코,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차라리 코로나가 쉽게 느껴질 정도의 엄청난 폭염에 유 없는 폭우까지 들이닥쳐 우울할 수 있는 지금, 한 편의 기괴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강력히 추천한다. 한잔의 청량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을 소개해주시고 선물해주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덕분에 나의 독서 취향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편식을 넘어 잡식으로. 앞으로 내가 접할 나의 독서 취향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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