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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퓨처 Oct 28. 2023

직장 생활에서 가치 찾기


모임에 갔다가 우연히 대기업에 다니는 후배를 만났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났으니 회포도 풀 겸 저녁을 함께 했다. 후배는 다니는 회사에 대한 자랑을 잔뜩 늘어놓았다. 연봉도 많이 주고 워라밸도 잘 지킬 수 있어 너무 좋다는 것이다. 게다가 보기 드문 유연한 리더십의 상사를 만나 일하기도 편하다고 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소주 몇 잔을 들이켜던 후배는 잠시 고민 끝에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사실 어디에서 직장 생활의 가치를 찾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대기업 성격상 너무 레이어가 많아 의사 결정이 느리며, 따라서 업무 진척도 느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게다가 인사 적체가 심해서 승진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것이다.


당장은 큰 걱정 없이 다니기 괜찮은데 미래를 봤을 때 과연 여기를 계속 다녀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는 것이었다. 어느덧 시니어급이 되었기 때문에 커리어에 걸맞은 성과와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되는데, 별로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돈과 워라밸이 직장 생활에 모든 가치를 부여할 수는 없다고 느껴진다며, 더 늦기 전에 규모는 작더라도 본인의 포부를 펼칠 수 있는 곳으로 옮기고 싶다는 것이다. 회사의 이름값을 따질 때가 아니라, 남은 커리어 기간 실질적인 성과를 경험하고 싶어 했다. 대기업에서 비슷한 경험을 해본 나로서는 후배의 얘기가 구구절절 가슴에 와닿았다.


요즘은 경력직 직원을 뽑을 때 어느 회사에서 근무했는지 보다는 무슨 일을 했고 그것이 우리 회사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더 큰 관심을 둔다. 즉, 어느 회사를 다니고 있는지 보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나는 25년 전 첫 직장에서의 경험이 떠올랐다. IMF 외환위기 직후여서 어렵게 취업도 했고 또 대기업이라는 이름값도 있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다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진정한 가치가 잘 보이지 않았다. 대기업 연구원으로 포장된, 큰 기계의 부속품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냥 편한 현실에 안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고민 끝에 나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옮겼던 기억이 있다.


후배도 언젠가 기회가 왔을 때 자신 있게 본인의 성과를 내세울 수 있기 위해서라면, 지금이라도 본인의 뜻을 펼 수 있고 성과를 낼 수 있는 회사로 이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조언해 주었다. 직장 생활에서의 가치는 현실에 안주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보다는 내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는 기회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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