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임원의 경쟁 상대는 직원이 아니다

by 로드퓨처

오랜만에 만난 후배가 하소연을 늘어놨다. 모시고 있는 임원이 자기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보고드릴 때마다, 임원이 자료를 마치 과녁으로 생각하고 지적의 화살 포화를 날린다는 것이다.


이런 분은, 본인의 지식을 총 동원하여 직원의 영혼까지 탈탈 털고는 "역시 내가 나서야 일이 된단 말이야."라고 자위하며 직원을 상대로 자신감을 충전하는 임원이다. 참 어리석고 찌질한 임원이 아닐 수 없다. 심각한 사실은 이와 같은 상황을 정작 본인만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직원의 보고를 접할 때, 토론을 통해 개선 포인트를 발견하고 함께 수정하며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임원의 바람직한 자세다. 그런데, 가끔 직원을 경쟁 상대로 생각하는 임원들이 있다. 직원은 임원의 경쟁 상대가 아니다. 이미 경쟁해서 겨뤄봤고 그 결과 능력을 인정받아 임원으로 선택받은 것이다.


이제부터 임원이 할 일은, 직원들도 잘 성장시켜 본인이 갔던 길로 이끌어주는 것이지, 직원을 상대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게 아니다. 그럼 왜 다운그레이드하려는 임원이 있을까? 그 이유는 스스로 임원으로서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원을 대상으로 자꾸 자신감을 충전하려는 것이다.


그러면 안 된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세상 돌아가는 동향도 파악하면서 자리에 걸맞은 역량을 쌓아야 한다. 임원에게 직원은, 최선을 다해 멘토링하고 성장시켜야 할 자식과도 같은 존재다. 그런 직원을 경쟁 상대로 생각하는 임원은 안타깝지만 아웃 1순위다. 회사에서 임원을 시킨 이유에 전혀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임원의 경쟁 상대는 누구일까? 바로 타 회사에 있는 동종 업계의 임원들이다.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겨 기술과 시장을 확보하고 이를 발판 삼아 없던 파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임원의 역할이다. 이렇게 얻은 파이는 직원에게 나눠주고 본인은 더 큰 물로 진출해야 한다. 즉, 팔로워들의 양성과 본인의 성장을 도모하고, 이것을 회사의 매출로 연결하는 것이 임원의 제1 미션이다.


매일 빠듯한 일정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기 전에, 과연 나의 경쟁 상대는 누구인가부터 알아야 한다. 누구와 싸워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파이팅부터 외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