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엄마에서 스승까지, 신의 이동

by 바루다

인간은 처음부터 신을 아는가. 아니다.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신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대부분,

부모다. 아이는 태어나면서 아무것도 모른다. 무엇이 맞는지, 무엇이 위험한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판단에 의존한다. 그 대상이 부모다. 부모는 단순한 보호자가 아니다. 아이에게는 기준이다.


무엇이 옳은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모든 것이 부모를 통해 결정된다. 이 시기의 아이에게 부모는 거의 절대적인 존재다. 설명하지 않아도 받아들이고, 의심하지 않고 따르며, 그 기준 안에서 움직인다. 이것이 첫 번째 ‘신’이다. 물론 우리는 이것을 신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러나 구조는 동일하다.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가, 이해하고 있는 존재를 절대 기준으로 삼는 것. 이것이 신의 시작이다. 그러나 이 상태는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아이는 성장한다. 그리고 부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순간을 만나기 시작한다. 그때 새로운 기준이 등장한다. 선생님, 스승, 혹은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누군가. 이 존재들은 부모와 다른 역할을 한다.


더 넓은 세계를 설명하고, 더 복잡한 문제를 풀어주며, 이전에는 알 수 없었던 것을 이해하게 만든다. 그래서 기준이 이동한다. 부모에서, 스승으로. 이 변화는 단순한 관계의 변화가 아니다. 신의 이동이다. 이전까지 절대적이었던 기준이 약해지고, 새로운 기준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 과정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인간은 계속해서 새로운 기준을 만난다.


어떤 사람은 책을 통해, 어떤 사람은 경험을 통해, 어떤 사람은 특정한 인물을 통해. 그때마다 기준은 다시 이동한다. 그래서 신은 고정되지 않는다. 항상 움직인다. 이 이동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하나의 기준에 머무르게 된다. 부모의 기준, 종교의 기준, 혹은 과거에 받아들였던 어떤 기준. 그 기준이 언제나 옳다고 믿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상황이 바뀌면, 이해도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이 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 인간은 성장한다.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고, 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며,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된다. 반대로 이 이동이 멈추면, 인간은 머문다. 같은 기준 안에서 반복하고, 같은 방식으로 판단하며, 같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는가가 아니다. 그 기준이 움직이고 있는가다. 이제 우리는 알 수 있다. 신은 하나가 아니다.


하나의 존재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성장에 따라 계속해서 바뀌는 기준이다. 이 사실을 이해하는 순간, 신을 대하는 태도도 바뀐다. 붙잡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지나가야 할 단계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또 하나의 질문이 등장한다. 이 이동은 왜 특정한 관계에서만 일어나는가. 왜 어떤 만남은 지나가고, 어떤 만남은 삶을 바꾸는가. 그 답은, 우연이 아니다.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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