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주는 위로와 결단
1월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주제의 책을 연달아 읽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욕심, 고집이 늘어간다.
꽉 쥔 주먹을 펼치는 일이 이렇게 어려웠나?
《스토너》는 가난한 농가의 외아들로 태어나 농사에 도움이 될 지식을 배워오라는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영문학교수로 평생을 살게 된 스토너의 삶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가 그어놓은 성공의 잣대로 보자면 그리 성공한 삶은 아니다. 대학의 영문학 교수였지만 꼿꼿한 성격이 주변의 질타를 만들어내고 불륜도 저지르고 아내와의 관계도 그리 좋지는 않다. 결국 그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자신의 삶에서 무엇을 기대했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는 70대 후반의 오시 하나가 다른 노인들처럼 편안한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자신을 가꾸고 꾸미며 나이보다 더 젊게 살아간다.
꾸미지 않는 주변을 보며 그것은 게으름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으로 삶의 의지를 잃어가던 중 남편의 유언장을 발견하고 남편이 바람을 피웠고 혼외자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나이가 들어도 자신을 꾸미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렇고 그런 노인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한심하게 생각하지만 주변 동창들의 죽음을 맞닥뜨리며 오시 하나는 삶의 되돌아본다.
그리고 진정한 내면의 아름다움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임을 보여준다.
《에브리맨》은 한 남자의 장례식에서 시작된다
어려서는 아파서 수술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광고쟁이로 평생을 살면서 이혼과 재혼을 반복한다
그리고 건강하고 유복하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형과 자신을 비교한다
은퇴를 하고 노년이 되고 병으로 수술을 하게 되고 미술을 가르치던 제자인 여성의 자살 등을 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나이가 먹는다는 것은 쇠퇴의 길로 가는 것이다.
스토너, 오시 하나, 장례식의 주인공 '그'
세 사람은 모두 노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휘황찬란한 성공의 삶이 아닌 보통 사람의 삶이다. 실패도 하고 자녀들이 남들 보기에 성공한 것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 순리대로 나이를 먹으면서 쇠퇴해 가는 노년. 그리고 죽음.
이 세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얻기 위해 아웅다웅 살아왔나 싶어 헛웃음이 나왔다.
나도 그리 적지 않은 나이다.
편안한 게 좋아 꾸미지 않는 참 게으른 축에 드는 사람이다
겉모습이 중요하지 않다 해도 기본적으로 나를 존중하는 자세로 가꿀 필요가 있다.
나잇값을 한다는 것은 고집과 아집이 아닌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어디 가나 가장 나이가 많은 쪽이다 보니 가끔 내 철없는 행동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굳이 타인의 말에 상처받을 필요도 없다.
웃으면서 괜찮아하니 괜찮아진다.
1~2년을 인간관계로 감정 소비가 심했다.
그런데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 나를 돌보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팽개쳐둔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남들이 보기에 성공하는 삶이 좋을까? 그런 줄 알고 내 것이 될 리 없던 그 보이지 않는 성공에 손을 뻗었던 내가 현실을 마주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나의 신념을 지키며 소중한 이들과 함께하는 것.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
손에 움켜쥔 아무 의미 없던 욕심을 내려놓고 자유로워지는 것.
2026년 첫 달을 보내며 깨달았다.
2월에는 어떤 책을 만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