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가 전하는 미소
아침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 동네는 전철역이 걸어가기는 좀 멀고 버스 타기는 좀 애매한 동네다 그럼에도 버스를 타야 빨리 갈 수 있다
하지만 버스라는 놈은 내가 필요할 때 짠하고 나타나주지 않는다 한번 놓치면 걸어가는 편이 나을 정도로 배차간격이 길다
아침에 학교 수업하러 가는 길, 세상의 편리함을 새삼 느끼게 하는 버스도착정보 덕분에 늦지 않게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수 있다
바쁘게 준비해서 나오는 날은 확인을 못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오늘은 준비가 빨리 끝나 시간 확인하고 여유롭게 나섰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모두 전철역으로 가는 사람들.
나는 다른 버스를 기다리니 그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
사람들이 우르르 버스에 오르고 문은 곧 닫히려고 한다
그때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는 사람이 보인다.
문이 닫히려 할 때 나도 모르게
"저기 사람이 와요."
기사님은 닫히던 문을 다시 열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버스에 탔고 살짝 미소를 던졌다
고맙다는 마음이 담긴 것 같다
뚜벅이인 나는 대중교통이 일상이다
버스를 코 앞에서 놓친 적도 많다
그때마다 허탈하고, 아쉽고 좀 기다려주지. 하고 투덜거린다
누군가 "잠시만요. 저기 사람이 와요" 한마디 해줬다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나름 누군가에게 친절하고 배려하는 행동이 나 자신을 뿌듯하게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조금 늦게 달려오는 사람이나, 택배기사님을 위해 문을 열어주는 작은 친절이 배려다.
내가 타인에게 베푼 배려가 내게도 돌아온다
삭막하다는 세상이지만 사소한 작은 행동으로 살만한 세상임을 느끼게 한다.
남들 일에 과하게 선을 넘으면 그것은 친절, 배려가 아닌 오지랖이 된다.
아가들을 데리고 산책할 때 딸들이라면 아들 하나 더 낳으라는 훈수가 대표적인 오지랖이 아닐까?
마음에 여유가 있다면 웃으면서 흘려들을 수 있는 말도 거슬리는 오지랖으로 느껴진다.
딱 일 년 전에,
나의 행동을 불편하다고 진지하게 말한 사람이 있었다.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내던 사이였기에 그 말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싫으면 싫다 표현하는 스타일이고 나는 거절이나 부정적인 말을 못 하는 스타일이다 다른 성향이기에 불편해도 감수하며 넘어간 점이 나도 많았다 그런데 타이밍이 절묘했기에 나는 너무 상처받았다
일 년 동안 그의 말로 내 감정을 갉아먹었다
자신감도 잃고 좋아하던 일도 잠시 멈추며 나를 학대했다
이제 조금씩 나를 되찾아가고 있다.
작은 배려가 쌓이면서 행복한 세상이 되지만 배려가 과하면 상대는 불편하고 오지랖으로 느낄 수도 있겠지.
그와는 처음과 같은 관계는 맺을 수 없다
나도 그에게는 더 이상의 친절과 배려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가 불편하다고 거절했으니 안 하면 된다.
적당한 거리를 지키기로 했다
배려와 오지랖은 결국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그 선을 지키지 못하고 다 좋은 줄 알았던 내 미숙함도 한몫했다
한파에 버스를 기다리며 싸늘했던 내 마음의 한구석을 날려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