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괜찮을 거야

나는 혼자가 아니다

by 박재석



2020년 11월 14일,


미국 코로나 19 사망자가 24만 명을 넘었습니다. 미주리대학병원에도 중환자들이 다시 늘고 사망자도 거의 매일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65세 이상 노령자들입니다. 참 우울하고 슬픕니다. 그래서, 더욱 희망을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날 만난 50대 남성 환자가 들려준 회심 이야기입니다. 신비한 음성을 듣고 회심하게 된 존처럼 코로나 때문에 지치고 우울한 우리 마음에 조금이나마 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존은 공사 현장에서 발목을 심하게 다쳤습니다. 제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반갑게 맞이합니다. 코비드 환자가 다시 폭증해 병원에서 환자 보호자 방문을 전면 중단한 탓에 혼자 병실에 누워있습니다. 존은 농장 펜스 공사를 하다 발목 골절을 당했는데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트럭을 몰고 동료들이 있는 곳까지 와서 도움을 요청했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침착할 수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존은 패닉에 빠지지 않은 것은 주님의 은혜라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트럭을 몰고 동료들에게 왔을 때 존의 왼발 상태를 보고 오히려 동료들이 패닉에 빠졌다고 했습니다. 이후 곧장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처치를 받고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존은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사 현장을 다니다 보면 이보다 심한 일도 겪어요. 오늘 사고도 작은 일은 아니지만, 몇 년 전에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오늘 이 불행도 감사합니다."


'불행이 감사하다니 무슨 말일까?'

좀 더 깊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서 존이 있는 침대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존, 오늘 같은 불행이 감사하다니 어떤 뜻입니까, 좀 더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존은 담담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이전에 트럭 혼자 몰다가 언덕 아래로 굴러서 거의 죽을 뻔했습니다. 그 트럭이 여러 번 굴러갈 때 저는 주님께 살려 달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저는 제 귀로 음성을 들었습니다.


"존, 우리 괜찮을 거야! (Hey John, We will be alright)"


존은 그 순간 확신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왜냐면, 그 음성이 자신만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우리'라고 말한 것에 깊은 감명을 받은 것입니다. 마치, 자신 안에 함께 머무시는 주님이 자신과 함께 고통을 겪고 계시고 그분이 자신을 보호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강하게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번에 또 사고를 당했지만, 두렵지 않았고 오히려 삶 속에서 조금 잊힌 주님의 임재 사건, 그 은혜를 다시 상기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잠시 존과 함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병실을 나왔습니다.


인생의 고통은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옵니다. 파도 하나를 지나면 또 다른 파도가 계속해서 밀려옵니다. 때로는 그 파도를 잘 넘어서 물을 먹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형 고무튜브를 타는 재미를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튜브를 놓쳐서 낭패를 보게 되기도 합니다.


살다 보면 존이 겪은 신비한 영적 체험은 계속 밀려드는 인생의 고통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됩니다. 하지만, 그 신비한 체험이 일상적인 삶 속에서 감사와 정직과 성실, 겸손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바다에서 고무튜브가 뒤집힐 때처럼 더 깊은 영적 우울과 무기력감에 시달리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3월 이후 무려 8개월간 코로나19 환자들을 만나면서 느끼지 못했던 무기력감과 피로감을 지난 한 달간 꽤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있는 미주리대학병원도 한 달 전보다 코로나 중환자수가 두배로 늘었습니다. 거의 매일 고령의 코로나 환자가 생을 마감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존이 들었다는 그 음성을 정말로 제가 듣고 싶습니다. 정말 우리는 괜찮을까요?


이런 생각을 하며 일반 중환자실로 걸어가다가 우연히 환자를 이송하는 동료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제가 먼저 그 환자 침대를 추월해 중환자실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귀에 익은 소리가 들립니다.


"채플린 제이, 기도해 주시겠어요. 저 지금 수술실로 갑니다."


다름 아닌 존이었습니다.


잠시 존의 어깨에 손을 얹고 기도했습니다.


"주님, 존의 수술 과정에 함께 해 주시고, 의료진들에게 지혜와 능력을 덧입혀 주옵소서. 아멘"


그리고, 수술 실로 들어가는 존과 일행에게 제가 들었고, 또, 개인적으로 듣고 싶은 말로 응원했습니다.


"존, 우리 괜찮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