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터널에서 빛을 보다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후기

by 박재석

코러나 팬데믹 사태 속에서 나와 가족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습니다.


2020년 12월 16일 오후 2시,
화이자에서 만든 코로나 백신 첫 회분을 맞았습니다. 주사 맞을 때는 여느 독감 백신 맞을 때처럼 주삿바늘 들어가는 느낌도 없었습니다. 주사 맞은 뒤 30분 정도 목안 가려움이나 안면마비, 어지럼증 등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지 체크했지만 다행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3시간이 지나 퇴근 한 뒤 평소보다 일찍 잠에 들었습니다. 잠들 당시 접종을 한 외쪽 어깨 부위가 조금 묵직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 외에는 열이나 기침, 오한 등 이미 예고된 위험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든 탓인지 이튿날, 오전 4시가 조금 넘어 일어났습니다. 침대에서 조금 뒤척이고 있는데 왼쪽에 주사를 맞은 부위가 조금 욱신거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침 7시 반쯤 병원으로 출근해 오전 동안은 왼쪽 어깨 부분을 만지면 조금 욱신거리는 정도의 통증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오후가 되자, 그러니까 24시간 정도 지났을 때, 저는 더 이상 어떤 통증이나 몸에 이상한 반응은 없었습니다. 오는 1월 6일 2차 접종을 기다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화이자 백신이 기존 독감 백신처럼 살아 있은 바이러스를 반쯤 죽여 넣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미국에서 2만 명 조금 넘게 시험 접종했는데 작은 부작용은 나타났지만 치명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화이자는 임상 시험자들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백인들 외에 히스패닉과 흑인을 포함해 아시안들도 시험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밝혀 조금 안심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백신의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저는 동의합니다. 그러니, 백신 맞은 날 나눠준 6 쪽짜리 문서 (Fact Sheet)에서도 미국 식약청의 승인을 받지 않은 백신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현재로서 미 식약청 승인을 받은 백신은 없죠. 다만 전문가들이 모임 회의를 통해 긴급 사용 허락(EUA, Emergency Use Authorization)을 받은 것뿐입니다. 미 식약청 자체로 승인을 위한 실험이나 임상 검증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만큼 미국 상황이 급박하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병원에서도 코로나 환자들을 돌보는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들과 저처럼 의료인은 아지만 코로나 병동에서 일하는 채플린, 물리치료사, 환자운송팀, 식당, 환경미화 인력들에게 접종 기회를 먼저 주었습니다만, 독감백신처럼 의무사항은 아닙니다. 지난 16일 1차 접종 마치고 다음 날 아침 병원에 출근해 주변에 물어보니 아직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 이더군요.


친하게 지내는 호흡기 치료사는 농반진반으로 “난 음모론을 믿기 때문에 아직 맞을 생각이 없다”라고 말하 더하 고요. 하지만, 저희 원목실 채플린들은 다음 주 모두 접종 예약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한 결혼을 앞둔 동료 간호사는 mRNA 방식의 새로운 백신이 임신과 임산부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선뜻 백신을 맞기가 꺼려진다고 솔직히 말해 줬습니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제가 맞은 화이자 백신도 그렇고, 18일 긴급사용승인(EUA)이 난 모더나 백신도 최소한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3상 임상시험이 마무리된 정도로 아직 18세 이하의 연령대 등에 대한 임상이 계속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화이자 백신 홈페이지 자료에서도 12세 이상 16세 이하 연령대에 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어쨌든 저는 제게 온 기회를 위험을 감수하면서 잡았고, 다행히 아직은 큰 부작용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게는 정서적이고 영적인 효과가 더 큰 것 같습니다. 사실 지난 3월부터 코러나 중환자실을 하루 4시간 이상 씩 출입하며 환자들과 가족, 병원 스태프들을 영적으로 정서적으로 돌보는 일을 했습니다. 지난 10월부터는 제가 일하는 미 중부 지역도 코로나 환자가 급증해 중환실 병실도 두배로 늘어났죠.


거의 매일 한 명 이상씩 코러나 환자와 일반 중환자들이 주검으로 나가는 일을 지켜보고 가족들을 돌보는 일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어는 순간 죽어가는 사람들과 가족들에 대해 공감보다는 그들이 숫자로 보이기 시작하면서 제 상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백신 긴급 사용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뭔가 희미하지만 작은 희망의 빛 같은 것이 어두워진 마음속 한 구석에서 비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동시에 새로운 변화의 출발을 위해 이번 접종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코로나 백신이 성공하고 안전성이 속히 입증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2021년 1월 6일도 기다려집니다. 벌써 병원에서는 루머가 돌고 있습니다. 첫 번째 접종 때보다 더 심각한 통증을 겪게 될 거랍니다. 기존 임상에서 2차 접종 뒤 통증이 더 심했다는 보고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미국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동료 채플린들의 증언을 들어 보면 그 통증이 아이브 프로펜이나 타이레놀을 먹으면 이길 수 있는 정도라고 하니 저도 별 걱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만, 생명에 지장에 있는 알레르기 반응이나 이전 임상시험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다른 부작용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건강하신 분들은 기회가 오면 꼭 자발적으로 접종에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아이들과 가족들이 더 안전한 백신을 더 빨리 맞을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