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신 최초 접종자가 흑인 여성인 이유

by 박재석

2020년 12월 8일 영국에 이어 14일 미국에서도 첫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됐습니다. 이미 국가적 재난을 넘어 전지국적 재난이 된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위대한 출발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첫 접종자가 영국은 고령의 백인 할머니였는데, 미국은 젊은 흑인 여성 간호사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16일 제가 일하고 있는 미주리 대학병원에서도 첫 접종자는 흑인 여성 의사였습니다. 왜 그럴까?


짐작하시겠지만, 미국이 가지고 있는 흑백 인종 갈등의 흑역사와 이 새로운 mRNA 백신이 가임기 여성과 임산부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의구심들이 팽배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 글에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첫날 화이자 백신을 맞고 나서 동료 여간호사에게 조금 욱신 거릴 뿐 여느 독감백신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동료 간호사가 이런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그녀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이번 백신이 기존 독감백신과는 전혀 다른 유전자과 관련이 있는 RNA 계열 백신이라서 임신과 관련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겁니다. 많은 여성 간호사들이 접종을 두려 하는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걱정이고, 주저함이라고 봅니다.


이런 일선의 분위기를 병원도 알고 있었겠지요. 그래서 젊은 여성 의사를 첫 접종자로 선택했을 겁니다. 그리고, 18일 열린 저희 병원 내부 타운 홀 미팅에서도 코로나 방역 최고 책임을 맡은 의사로부터 다시 한번 임산부에 대한 접종의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젊은 여간호사들은 접종에 신중한 모습을 보일 것 같네요.


둘째로 왜 흑인이냐는 부분에는 미국 보건당국의 흑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이미 일부 언론과 블로그를 통해 내용을 접하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제가 히스토리 전문 사이트에서 참고한 기록들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1932년 미국 보건당국은 당시 유럽 등지에서 보건 문제로 떠오른 매독균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일환으로 매독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전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이른바 ‘터스키기 실험’을 실행합니다.


터스키기는 미국 앨라배마 주 매 이콘 카운티의 작은 도시입니다. 당시는 면화 농장이 번성했는데요 그곳의 흑인 소작인 600명이 이 실험에 이용됩니다. 물론, 이들은 당시에 의사를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분들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힘없고 무지한 사람들을 공중보건이라는 미명 아래 실험 도구로 사용한 사건입니다. 당시 흑인들이 사회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 사건은 1972년 언론에 알려져 강제로 중단되기까지 무려 40년간 계속됐다고 하네요. 더 충격적인 것은 1947년에 기적의 항생제 페니실린이 보급된 뒤에도 터스키기의 소작인들은 치료를 받기는커녕 실험에 계속 이용됐다고 합니다. 40년 간 연구에서, 매독균으로 숨진 사람은 28명이고, 다른 합병증으로 사망은 사람은 100명, 더 가슴 아픈 일은 적어도 40명의 여성에게 전염돼 이들이 출산한 아이들 19명에게도 전염됐다고 합니다.


결국, 1973년 미국 의회는 청문회를 통해 사건의 실체가 확인하고, 사망자 등 피해자 가족들에게 천만 달러를 지급하는 결정을 합니다. 이 사건은 미국 흑인들에게는 미국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에 대한 불신뿐 아니라 뿌리 깊은 흑백 인종갈등의 흑역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인들과 히스패닉, 아시아인들이 코로나 백신을 맞아야 할 이유는 충분히 있습니다. 방역전문가들에 따르면, 집단면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구의 70~80 %가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합니다.


지난해 미국 인구비율은 대략 백인이 60 %, 히스패닉 18%, 흑인 13% 아시안 6%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니, 백인들만 백신을 맞는다면 집단면역에 성공할 가능성이 다른 인종들이 함께 할 때에 비하면 훨씬 떨어지는 것이 자명한 일입니다.


결론적으로 백신의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점차적으로 백신 접종률은 높아질 것입니다. 왜냐면, 이미 코로나 19는 창궐했으며 이런 답답하고 안타까운 상황에서는 ‘백신이 안전하다’는 믿음만 있다면 피부색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고: 히스토리채널, https://www.history.com/news/the-infamous-40-year-tuskegee-stu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