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나의 힘

곁에 있어 좋아요

by 박재석

여러분은 힘들 때 어디서 희망을 찾으십니까? 많은 분들은 하나님이 소망의 원천이라고 말하고, 어떤 분들은 그래도 돈이 최고라고 말합니다. 제가 병원에서 만난 많은 분들은 가족이라고 말하더군요. 코로나 때문에 힘든 시절이라 그런지 병원에 계신 분들은 가족을 제대로 만날 수 없어서 더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2020년 4월 15일, 수술 병동에서 만난 한 분은 큰 뇌수술을 마치고 혼자 힘겹게 회복 중이셨어요. 그런데, 이 날이 환자 아내의 생일이었나 봅니다. 그 아내 분이 간호사에게 연락을 해서 화상전화로라도 남편과 만나고 싶다고 하셨나 봐요. 그래서 제가 병원 시스템을 이용해 화상 만남을 준비했는데, 그 아내 분이 컴퓨터가 잘 안된다며 다른 방법을 찾아 달라고 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제 개인 폰을 통해 그 환자의 아내와 연결을 했습니다.


남편은 뇌수술 뒤 회복 중이어서 간단한 대화만이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아직 눈조차 스스로 뜰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쪽 눈을 뜨게 도와드렸더니 화면 속에 아내를 보시고 울컥하십니다. 그리고, 어눌한 목소리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시는 거예요. 정말 알아듣기 조차 힘든 소리였지만, 아내는 "지금까지 들었던 어떤 생일 축하노래보다 훌륭한 노래"라고 반색을 하며 사랑한다고 연거푸 말하시더군요. 곁에 있던 저는 순간, 그곳이 마치 천국 같아 보였습니다.


곧이어, 코로나 환자들이 있는 중환자실에서 의료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다가 한 환자가 그의 회복돼 재활훈련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환자의 간호사를 통해 전화 방문을 요청했습니다. 그 코로나 환자는 흔쾌히 제안을 받아 드렸습니다. 전화를 통해 그에게 제 소개를 하고 지금 어떤 것이 제일 먼저 생각나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가족들이라고 했습니다. "방금 전에도 집에 있는 가족들과 통화를 했다"며 "아픈 것은 괜찮은데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 참 힘든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세 아이들을 다시 건강하게 만날 생각에 열심히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제가 하는 일에도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예전에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일들이 이제는 전혀 자연스럽지 않게 되었고, 그것 때문에 제일 힘든 것은 제가 하는 일이 병원에서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제 자신에게 이렇게 주문합니다. 코로나가 모든 것을 바꾸고 내 일상을 앗아간다고 해도, 하나님이 주신 소명,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라'는 '함께 하는 정신' 만큼은 바꿀 수 없다고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지난 10년 간의 미국 생활을 돌아보면서 정말로 고통 가운데 내게 희망을 주었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분명히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지만, 때때로 길을 잃고 방황할 때, 하나님이 직접적인 임재나 체험이 없을 때에도 저에게 견딜 힘을 준 것은 바로 제 가족입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또 다른 은혜의 방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