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노멀 - 비대면 만남
2020년 5월 6일,
한국은 한바탕 코로나 전쟁을 치르고 생활 속 방역이라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사는 미국은 아직 코로나 방역에 대한 변화가 더딥니다. 오히려, 비증상 감염이 지역사회에서 우려됨에 따라 병원에서도 모든 의사와 간호사 등 직원들이 이날부터 마스크를 계속 쓰도록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자영업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영업을 다시 시작하는 분위깁니다. 경제적 위협과 거의 두 달째 접어들고 있는 '자택격리' 정책의 피로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도 생명은 태어나고 죽습니다. 특히, 코로나 19 환자의 가족들은 환자가 숨질 때 가장 괴롭습니다. 직접 만나 손을 잡거나 입을 맞추거나 마지막 포옹을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병실 밖에서 마스크를 쓰고 창문 너머의 죽어가는 남편이나 아내, 가족들을 바라보고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눠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검사로 음성이 확인된 다른 중환자의 가족들은 그나마 마스크를 쓰고 병실에서 임종을 맞이 할 수 있습니다.
전날 저녁과 이날 새벽 상반된 두 가정을 곁에서 돌보며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제가 일하는 미주리대학병원 중환자실 코로나 병실에는 다행히 뉴욕처럼 환자가 넘쳐나지는 않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10명 아래에서 나가고 들어 오는 것이 관리가 되고 있습니다. 2주 전에 중환자실에 들어온 40대 남성이 최근 위독해서 환자 가족들이 방문했습니다. 가족들이 스페인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통역사가 필요했습니다.
환자의 아내는 의사로부터 왜 위독한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내는 나중에 도착한 환자의 누나와 함께 다시 코로나 중환자실로 들어가자고 했습니다. 함께 기도를 드리를 원했습니다. 병실로 들어가기 앞서 제가 뭐가 제일 힘드냐고 묻자, 환자의 아내는 남편이 죽어가는데 곁에 있지도 못하고 심지어 손을 얹고 기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정말 괴롭다고 말했습니다. 어느새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습니다. 저도 같은 심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처음 겪어 봐서 곁에서 지켜보는 것도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윽고, 환자의 여동생이 도착해 함께 병실로 갔습니다. 그런데, 함께 해 달라고 부탁했던 통역사가 무슨 이유인지 들어오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각자 언어로 기도하며 간구했습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이지만 환자가 다시 회복돼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말이죠.
2020년 5월 6일 새벽, 삐삐가 울렸습니다. 심장 중환자실, CICU에서 40대 환자가 위독하다며 환자 가족들이 채플린을 찾는다고 했습니다. 20분쯤 뒤, 병원에 도착해 병실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한 여성이 마스크를 쓴 채 환자 곁에 기대어 눈물을 흘리고 있고, 간호사와 의료진들은 약물을 투여하느라 분주해 보였습니다.
심장수술 뒤 회복이 안돼서 위독한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아내가 자신과 남편이 독실한 침례 교인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은 되지만, 당장의 슬픔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병원 채플린들이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 이야기를 최대한 절제하는 이유입니다.
"하늘에서 더 행복하실 겁니다" "하나님이 너무나 사랑하셔서 먼저 데리고 하신 것 같아요" "하나님이 다 계획이 있으실 거예요".... 이런 류의 말들은 고통 가운데 있는 분들에게는 위로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슬픔에 빠진 가족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5 분 정도를 지켜보며 곁을 지키다가 조심스럽게 환자 아내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힘드시겠지만, 지금 머릿속에 계속 생각나거나 가장 힘들게 하는 생각이 있습니까?" 환자의 아내가 눈물을 닦으며 입을 열었습니다.
"16년 전에 재혼해서 함께 살아왔습니다. 제일 힘든 것은 남편이 죽으면 그의 아이들 셋과 제 아이들 셋을 어떻게 할 키울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걱정입니다." 연신 눈물을 흘리며 환자의 손을 만지며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넸습니다. 함께 기도해하며 하늘의 위로를 간구했습니다.
40대 환자는 이날 오전에 숨을 거뒀습니다.
코로나 감염병으로 인해 병원에서 일하는 채플린의 일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마스크를 상시로 착용하고 아이패드를 들고 환자를 보고 싶어 하는 가족들을 위해 영상 만남을 주선합니다. 이른바 '원거리 돌봄 서비스 tele-chaplaincy'가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임종의 순간을 화면이나 창밖에서만 볼 수 있는 현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애통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감염병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부서진 마음을 하나하나 모아 온전하게 하시는 주님을 의지합니다.
"애통해하는 자는 복이 있다 그들은 정녕 위로를 받을 것입니다 Blessed are those who mourn, for they shall be comfor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