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코리아2018』(2018)

by 유월

정량적 ‘분석’에 기인한 트렌드 예측

소비 경향을 읽어낸다는 것은 곧 트렌드를 읽어낸다는 말과 직결된다. 지난 12년간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예측한 트렌드들은 이러한 소비 경향을 분석한 결과로서 마땅히 정량적인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그것은 ‘예측’이라기 보단 ‘분석’한 결과에 가까운 키워드들일 것이다. 과거의 키워드를 통해 본 한국의 소비문화는 후루이치 노리토시가 쓴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에 나오는 일본인들의 그것과 비슷해 보인다. 이는 “개인화, 원자화되는 사회구조변화”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젊은이들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경제주체, 트렌드리더, 선거에서의 영향력이 커진 유권자로서 사회의 여러 담론들을 형성하는데 주도하고 있으며 sns와 온라인 공간을 적극 활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책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트렌드 회고” 부분에서는 그것이 얼마나 잘 들어맞았는지를 판단하는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분석된 각각의 키워드들이 사회 속에서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복합적이고 가변적인 사회에 어떤 전략을 구사하여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하는지를 판단하게 해주는 기제로 활용하기에 적절하다.


만족과 행복에 관하여

‘소확행’, ‘나만의 케렌시아’, ‘세상의 주변에서 나를 외치다’, ‘워라밸 세대’와 같은 키워드들은 원자화된 사회에서 현대인들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어떤 소비를 하고 있는지를 분석한 결과들이다. 책에서는 asmr이나 짧은 여행(‘호캉스’,‘위크엔드 겟어위이’), ‘랜선이모’ 등과 같은 패스트 힐링을 예시로 들었지만, 그것이 정말로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주는가에 관한 고찰은 생략되어있다. 이것들은 행복이라기보다는 만족에 가까우며, 일시적인 ‘사회적 처방’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행복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 알랭 바디우(Alain Badiou)는 『행복의 형이상학』에서 “행복은 모든 사람이 각자 만족을 얻는 좋은 사회를 가리키는 추상적 관념이 아니다. 행복, 그것은 세계 속에서 불가능했던 강력하고 창조적인 실존을 향유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 이러한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기보다는, 주말엔 끊임없이 만족을 추구하고 평일엔 자기착취를 감내하게 만드는 사회적 구조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는 “워라밸 세대를 향한 관심 어린 이해”와 “사회적 변화에 적극 동참하는 스스로의 책임”과 더불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되어야 할 필수요소다.


무한한 창조의 공간으로의 온라인

또한, 온라인에서 사람과 제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성’이 강조되는 소비문화가 강세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한다. ‘언택트’, ‘만물의 서비스화’, ‘매력, 자본이 되다’는 사람간의 연결성과 정동을 어떻게 온라인을 통해 상품에 접목시켜야 하는지 기획자의 시선에서 풀어낸 키워드들이다. 반면 ‘미닝아웃’은 sns를 기반으로, 사용자들이 직접 자신의 ‘미닝(meaning)’ 즉 생각과 신념을 표현하는 움직임이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투운동’은 “온라인 세상 밖의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밝힌 저자의 우려를 전복시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피에르 레비(Pierre Levy)가 강조하는 온라인 공간의 힘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가 말한 온라인 공간은 현실의 창조를 위한 공간이며, 현실에 변화 가능성을 부여하는 공간이다. 미투운동은 온라인을 통해 현실에 부조리하게 실재하는 성 관련 범죄와 더 나아가 그 속에 숨은 부당한 힘을 들춰내고 있다. 이러한 아픔과 상처를 통해 “희망의 복원”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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