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경제학』(2017)

by 유월

『걸그룹 경제학』은 중앙일보 유성운 기자와 다음소프트에서 데이터 엔지니어로 활동 중인 김주영 씨가 각각 글쓰기와 데이터 분석이라는 자신의 직업적 특색을 살려, ‘아이돌 덕후’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한 책이다. 그러면서 아이돌 산업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현상들을 전통적인 사회학·경제학 이론에 대입시켜 읽기 쉽게 풀어쓴 것이 특징이다. 특히 본문의 24장에서 언급한 “이케아 효과”와 그다음 25장에 곧바로 이어지는 “크라우드 소싱”에 관한 부분에서 빅 데이터를 활용한 흥미로운 논의를 펼치며 유의미한 결과들을 도출해 냈다. 이케아 효과란, 자신이 직접 제작과정에 참여한 생산물들(가구) 혹은 사람들(대선후보, 연예인)등에 애착을 가지며 오래도록 지지한다는 이론이다. 이것이 <프로듀스101>에서 시청자가 직접 프로듀서가 되어 걸그룹 멤버를 뽑는 과정에서 작용되었다고 본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시청자 참여가 크라우드 소싱이라는 집단지성의 결과물로 나타나며 이를 통해 만들어진 걸그룹이 가장 인기 있는 멤버들만 모아 놓은 ‘드림팀’이긴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역할분배를 하는 ‘베스트팀’은 될 수 없다고 역설한다. 이는 집단지성이 언제나 효과적인 결과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책에서 이러한 논의의 결과는 언제나 빅 데이터의 분석을 통한 최종점검으로 귀결되거나 반대로 빅 데이터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통해 저자의 주장이 도출된다. 그러나 정량적 데이터들로부터 기인된 주장이나 결론은, 숫자가 포함할 수 없는 사회의 다양성을 충분히 고찰하지 못한다는 필연적인 약점을 가진다. 그래서 12장에서 주장한 ‘걸그룹 별 CF에서의 경쟁력’과 같은 지표들은 성공한 CF들을 단순히 업종별로 나열하여 특정 걸그룹의 이미지가 어떤 제품과 어울리는지를 분류하지만, 이 제품들이 성공한 이유가 걸그룹의 CF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한다. 일례로, 아이돌이 가지는 특유의 “밝고 명량한” 이미지 때문에 소주 광고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은, 수지의 ‘처음처럼’, 아이유의 ‘참이슬’ 광고의 성공을 설명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들을 분류하는 작업이 적절하지 못한 점은, 다분히 남성중심의 시각에서 외적인 이미지들로만 아이돌을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걸그룹의 이미지 경쟁력(p.144)”이라는 그래프 자료에서(뿐만 아니라 본문의 여러 자료에서) 사용되는 “예쁜/귀여운/섹시한/청순한/몸매 좋은…”등의 지표들을 보고 경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돌의 사회적 가치가 배제된 채 외적인 이미지로만 표상된다면, 아이돌에 관한 건강한 사회적 시선을 제시하지 못하고 기존의 소비적인 이미지만을 공고히 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은 아이돌을 진심으로 아끼는 ‘덕후’ 저자가 취한 입장이라고 보기에는 진정성이 떨어져 보인다.


『걸그룹 경제학』으로부터 전통적인 경제학이론이 현재의 미디어 현상을 설명하는데 여전히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각의 미디어 사례에서 차이점은 있지만 큰 틀은 모두 선점 효과, 파레토 법칙, 메기효과, 나비효과 등과 같은 전통적인 법칙 안에서 변용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아이돌 산업’이라는 미디어 장은 끊임없는 갈등과 경쟁을 통해 그야말로 적자생존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31개의 법칙들은 이러한 ‘카오스’적인 미디어분야에서 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는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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