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손에 쥐어지는 것들

수필

by 박진우

[빈 손에 쥐어지는 것들]

우리 안에는 변화의 씨앗이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그 씨앗을 꺼내 심는 사람이 드물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유는 단순하다. 무섭기 때문이다.

변화한다는 건, 결국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빠져나온다는 말이다. 매일 밥을 같이 먹던 사람, 말없이 옆에 앉아 있어도 불편하지 않던 사람. 그 사이를 벌리고 나오는 일이다. 그게 얼마나 서늘한 일인지는 해본 사람만 안다.

그래서 대부분은 머문다. 나도 오래 머물렀다.

그런데 결국 걸어 나왔다. 걸어 나와보니 한동안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쥘 것이 없으니 손이 허전하고, 들을 것이 없으니 밤이 길었다.

그 긴 밤을 몇 번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 있다. 빈 손에 쥐어지는 것들이 있다는 걸. 텅 빈 길 위에서 건네지는 목소리가 있다는 걸. 그것들은 내가 머물렀더라면 영영 만나지 못했을 것들이었다.

태양을 등지면 그림자가 앞을 가린다. 돌아서서 태양을 보면 그림자는 뒤로 간다. 별것 아닌 이치인데, 돌아서는 데 반평생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