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읽점#12[카메라와 워커]
시대적 배경이 다른 이야기임에도 공감이 가는 내용에 놀랐다. 공대 가서 기술 배우고 대기업에 취직하면 먹고살기 편할 것이라는 말. 지금도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지 않은가. 안정적인 직장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언젠간 보상이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가시가 되어 나를 콕콕 찔러왔다.
복수라도 하듯 내뱉는 김훈의 말을 똑같이 내뱉었던 때가 있었다. 중학교 때 그림 그리겠다고 떼를 쓰던 나를 온 가족과 담임선생님까지 붙들어 말렸다. 솔직히 그림에 크게 진심이었던 것은 아니기에 가만히 어른들의 말씀에 따라 대학 잘 보낸다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다. 고등학생 시절 공부나 성적으로 힘들 때면 나는 당연하다는 듯 가족에게 스트레스를 풀었고 "어디 엄마 아빠 말대로 잘 되나 보자!"라는 식의 말이나 생각을 되풀이했다.
카메라를 들고 가족들과 나들이를 가는 미래는 김훈의 고모나 할머니에게는 유토피아 같았을지도 모른다. 명문대를 나와서 대기업에 취직해서 안정적으로 사는 삶도 우리 부모님께는 어떠한 유토피아였을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아이가 유토피아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는 유토피아란 없고 이상과 꿈은 남이 꿔주는 것이 아니기에, 카메라를 들려주려 하기보다 워커보다 더 어울리는 신발을 신겨주는 것이 먼저이지 않았을까.
마지막 질문, 당신에게 맞는 신발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