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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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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원 Jun 23. 2020

태호의 세계

무한도전과 놀면 뭐하니,  두 프로그램의 은밀한 외도.


무한도전을 연출했던 김태호 PD와 무한도전의 메인 MC 유재석이 손잡고 MBC의 새로운 예능 ‘놀면 뭐하니’로 돌아왔다. 두 사람 모두 무한도전하면 떠오르는 대표 간판이라 그런지 대중들은 무한도전을 잇는 정신적 후속작이 아니냐는 기대감 섞인 질문을 던졌지만, 제작진은 단호하게 ‘No’라고 대답하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놀면 뭐하니에는 무한도전의 냄새가 은밀하게 남아있다. 놀면 뭐하니와 무한도전과의 비밀스러운 외도를 파헤쳐보자.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이 쉬는 날마다 김태호 PD에게 전화해서 자주 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화려한 조명

보이지 않는 곳까지 비추는 예능의 힘

      

‘놀면 뭐하니’의 가장 큰 특징은 확장이다.  

        

등장만으로도 화면이 꽉 차게 되는 맛있는 녀석들. 이 사람들이 왜 MBC에..? 놀면 뭐하니는 프로그램 간은 물론 방송국 간의 콜라보도 마다하지 않으며 확장해나간다.


유재석이란 주인공은 여러 가지 부캐로 변신해서 놀면 뭐하니를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시켜 나간다. 트로트 신동 유산슬, 드러머 유고스타, 하프 영재 유르페우스는 다양한 뮤지션, 아티스트들과 소통하고 작업하면서 그들의 음악 세계를 재조명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오케스트라나 밴드, 그리고 트로트에 쉽게 빠져들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놀면 뭐하니는 시청자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뮤지션들을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었다.        

  

시청자들에게 인지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각 분야에서만큼은 최고인 아티스트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으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다.덕분에 많이 알아갑니다~


이런 비주류로의 확장은 무한도전과도 맞닿아있다. 무한도전이 평소에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비주류에 관해 화두를 던진 콘텐츠는 많다. 무한도전 공개수배 편에서는 실제 경찰들과 함께 촬영하며 범인들을 추적하고 체포하는 과정의 고됨과 시민들의 협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대중들에게 전달했고, 극한알바 편에서는 음지에서 누구보다 힘들게 일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회 속 다양한 직업군의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특집은 무한도전 달력배달 특집이었는데, 겉으로는 시청자들에게 달력을 배달하는 특집이지만 배달 한 건마다 500원을 지급하고 식사와 유류비는 모두 자기 보수 안에서 해결하라는 미션의 내용은 택배기사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 뿐만 아니라 배달의 무도 편에서는 독일에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 일본의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같은 대중들이 미쳐 관심 가지지 못한 소수의 이야기를 전하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했다. 이처럼 놀면 뭐하니와 무한도전 모두 콘텐츠가 가진 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두 프로그램은 세상에 울리는 우렁찬 소리보다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였고 비주류의 콘텐츠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두 프로그램이 가진 따뜻하고 화려한 조명은 음지에 있던 비주류들을 감싸며 그들을 위로했고 다시금 세상에 재조명시켰다.   


 

가끔은 작은 목소리 속에 더 깊은 이야기가 담겨있기도 한다.무한도전과 놀면 뭐하니는 그 소리에 시청자들을 집중시켰다.콘텐츠의 힘은 대단하다.




무한’ 도전

무한도전보다 더 무한한 도전이 가능해진 놀면 뭐하니     


무한도전이란 포맷 속에서 무한도전 멤버들은 말 그대로 무한한 도전이 가능했고 무한도전 멤버들은 대부분의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그들은 가요제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 장충체육관에서 몸을 던진 프로레슬러, 강물을 가르는 조정선수, 무한상사의 회사원이 되기도 하며 수많은 콘텐츠와 도전을 시도했다. 이와 같은 자유롭고 넓은 콘텐츠의 선택 폭은 무한도전의 큰 강점이었다. 하지만 김태호 PD는 이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고정 출연자들이 여러 명 있게 되면 각자의 캐릭터성에 맞게 되는 콘텐츠를 생각해야 했고 결국에는 끼워 맞추기식 콘텐츠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유재석이라는 단 하나의 고정 MC를 출연자로 두고 그때그때 콘텐츠에 따라 필요한 출연자를 섭외하는 방식을 놀면 뭐하니를 통해 제시했다.     


레전드. 이 조합의 댄스 그룹에 다른 수식어는 필요없다.  이런 레전드 조합을 매번 기대할 수 있는 이유는 콘텐츠와 게스트의 자유로운 선택에 있다.

     

놀면 뭐하니를 유재석의 원맨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간혹 있는데,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의 혼자만의 예능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유재석은 항상 콘텐츠에 따라 그 누구도 될 수 있는 불특정 게스트들과 ‘함께’ 놀면 뭐하니를 만들어간다. 유재석이라는 단 하나의 고정 MC와 누구나가 될 수 있는 게스트가 함께 무한도전보다 더 ‘무한’한 그리고 자유로운 콘텐츠를 시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덕분에 유재석은 트로트 가수, 치킨 라면 사장님, 댄스 가수 등 많은 콘텐츠를 도전할 수 있었다. 

         

무한도전이 끝나도 유재석의 도전은 끝나지 않는다.이쯤 되면 정말 유재석은 김태호 PD의 심즈가 아닐까..?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나는 개인적으로 무한도전을 정말 좋아했다. 그래서 무한도전이 종영했을 때는 많이 아쉽기도 했다. 그런 중에 놀면 뭐하니에서 간간히 무한도전 멤버들이 출연하고 무한도전의 마스코트인 궁서체 자막과 해골마크가 나타날 때면 기쁘기도, 괜히 무한도전이 그립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여 살 수는 없는 법.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혀진다고 무한도전도 놀면 뭐하니로 잊어보겠다. 시청자들이 무한도전을 그리워하게 되기보다는 다음 화를 기대하게 되는 놀면 뭐하니가 되기를 바란다! 

     

언제 봐도 반가운 해골마크.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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