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견(參見)이란, 자기와 별로 관계없는 일이나 말 따위에 끼어들어 쓸데없이 아는 체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말한다(표준국어대사전). 참견이라는 어감에서 느껴지듯, 남이 나의 일을 참견하는 것을 두고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기성세대가 '나 때는 말이야'라고 말을 시작하면서 조언 또는 참견하는 것을 두고, '라떼는 말이야'라는 유행어가 돌았던 만큼 참견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객관적으로 판단받기를 원한다. 이별의 아픔을 친구에게 털어놓고, 막막한 진로 걱정을 선배에게 털어놓고, 관계에 대한 고민을 부모님에게 털어놓는다. 자발적이지 않은 '참견'에 대해서는 자동적으로 거부 반응이 나오지만, 자발적인 '참견'에 대한 요구는 끊이지 않는 것이다.
그 흐름에 따라 최근 예능에서도 다양한 '참견'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드라마 같은 연애 제보를 진단해주는 KBS JOY의 <연애의 참견>, 엄마의 시선으로 결혼하지 않는 노총각 아들의 일상을 관찰하며 반응하는 SBS의 <미운 우리 새끼>,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상황에 유명인들의 혼자 사는 라이프를 관찰하며 반응하는 MBC의 <나 혼자 산다>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중 특히 '당신의 인생에 참견해드립니다!'는 슬로건을 직접적으로 내걸고 등장한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은 누구보다 스타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매니저가 제보자가 되어 '참견'을 의뢰하는 프로그램이다. 매니저가 제보한 내용인 만큼 스타들의 리얼한 일상을 보여주는 리얼리티가 강하고, 패널들은 이 리얼한 제보에 대해 '참견'한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가장 오랜 시간 참견 대상이 된 커플이 있다. 바로 이영자와 송성호 팀장. 파일럿 1회부터 87회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이영자&송팀장의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이영자에게는 '먹교수', 송성호 팀장에게는 '먹바타', '송영자' 등의 별명이 생겼다. 2018 MBC 방송연예대상에서는 이영자가 대상, 올해의 예능인상을 탔고, 송성호 팀장은 인기상을 탔다. 첫 만남에는 서로를 잘 몰라 어설프고, 서툴렀지만, 패널들의 '참견'으로 회를 거듭하면서 둘은 어느덧 찰떡궁합의 케미를 보여주었다. '참견'의 긍정적인 효과를 몸소 증명한 이들, 이영자&송팀장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1 음...오늘의 추천메뉴는
2017.11.29. 파일럿 1회
"6개월째 함께하고 있는 31번째 매니저, 송성호입니다." 송성호 팀장의 소개에 패널들은 '31번째'라는 숫자에 놀랐다. 하지만 이후 둘의 모습을 보면서 이해를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송성호 팀장의 제보인 "잘해주시는데 이상하게 힘들어요."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영자는 '참견러'였다. 매니저 전용 메뉴판을 들고 다니면서 매니저에게 끼니마다 맛집을 추천해줬다. 매니저를 위해 옷을 사주면서 패션에도 참견했다. 양재웅 박사는 이런 이영자의 모습을 보면서 전형적으로 자수성가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아랫사람이 자신과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참견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또 이영자만의 충청도식 변화구 화법이 있었다. 매니저만큼 패널들 역시 변화구 화법을 들으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칭찬인 듯, 칭찬이 아닌 화법은 끝까지 들어야만 화자의 속내를 파악할 수 있었다.
#2 뭐 드실래요? 그걸(추천 메뉴)로 먹겠습니다.
2018.3.10. 정규편성 1회
방송 이후 이영자도, 매니저도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영자는 메뉴를 추천하기 전, 송팀장에게 한 번 물어보았다. 하지만 추천 메뉴에 대한 섬세한 설명을 곁들여 결국 추천 메뉴를 먹도록 하는 '답정너'의 모습을 보였다.
매니저의 소심한 반항도 전파를 탔다. 이영자가 입으라는 목도리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아니라며 이영자가 없는 자리에서 과감하게 뺐다. 또 이영자가 나누는 떡국 떡은 비닐봉지의 부피를 줄여가며 받아가는 주도면밀함을 보여 이영자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영자는 송팀장에 대해 "좋아하는 거엔 욕망이 있어요."라고 평했고, 양재웅 박사는 매니저의 이러한 소심한 반항이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이고, 그 방식이 이영자&송팀장의 관계를 오래 지속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 영자의 食 페르소나, 먹바타에서 송영자까지
2018.3.24. 3회
둘의 합은 점차 맞아갔다. 매니저는 이영자의 추천 메뉴에 대해 신뢰를 보였다. 이영자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그 순서와 방법을 알려주면, 그대로 따라서 먹었다. 또 빵을 살 때도 자연스럽게 이영자가 집는 빵을 집는 등 먹을 때만큼은 이영자 먹분신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자연스럽게 송팀장에게 '영자의 食 페르소나', '먹바타'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영자의 '참견'도 송팀장에게 '배려'로 다가왔다. 운전을 길게 해야 하는 지방 행사를 돌아오는 길에 이영자는 한 숨도 자지 않고, 송팀장이 졸리지 않게 노래를 부르는 배려를 보였다. 송팀장의 강연 준비에 이영자는 일일 매니저를 자처하며, 강연 꿀팁, 스타일링, 운전을 해주는 세심함이 돋보였다.
이러한 배려에 송팀장도 적극적인 모습으로 화답했다.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말하는 등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고, 지방 행사를 갔을 때 그 근처의 좋은 빵집을 먼저 추천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영자의 기분에 맞춰 차 안 음악까지 선곡하는 센스를 보여 'DJ송'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특히 이영자 조카가 일일 매니저 체험으로 왔을 때, 송팀장이 나서서 맛 표현을 요구하는 경지를 보여 패널들의 웃음을 샀다. 이전의 '먹바타'를 넘어 이영자의 모습이 체화된 '송영자(송팀장+이영자)'였다.
#4 "송성호 팀장님은 제 최고의 매니저입니다."
2019.1.12. 36회
2018 MBC 방송연예대상의 대상 수상 소감으로 이영자는 말했다. "송성호 팀장님은 제 최고의 매니저입니다." 이름이 호명되기 전, 이영자와 송성호 팀장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모든 순간을 함께했던 매니저와 연예인의 진심이 시청자에게도 느껴졌다. 대상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룬 36회 2부는 수도권 가구 시청률, 2049 시청률 기준 토요일 예능 프로그램 1위를 기록했다.
*"'전지적 참견 시점' 이영자의 대상 품격..시청률 11.1% 기록", MK스포츠, 2019.1.13.
임송 매니저의 추천으로 가게 된 대학 강의에서 송팀장의 진심도 전해졌다. 매니저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매니저는 내 연기자가 무대에서, 카메라 앞에서 모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해야 한다. 내 연기자가 무대에서 가장 빛날 때, 매니저도 함께 빛날 수 있다."라고 말한다.
#5 이제는 송라떼, 송 실장으로
2020.1.18. 87회
87회에는 송팀장이 송 실장으로 승진해 이전과는 다른 노련한 모습의 그가 나왔다. 서투른 새내기 팀장의 모습이 아닌 어떤 일정도 소화해내고, 후배 매니저에게 조언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다만, 후배에게 추억을 이야기하고, '자네'와 같은 남다른 언어를 선택해 패널들이 '송라떼'로 변했다며 웃었다.
한편, 송 실장의 진급에 이영자와 송 실장의 직접적인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는 끝이 났다. 서로의 빈자리를 느끼는 모습이 화면에 나와 시청자들 역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짠하고, 뭉클하고, 울컥하고, 보는 제 마음이 이상하네요...', '그냥 두 분 함께 다니면 좋겠다~'는 댓글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영자는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만 드물게 간다는 식당에서 송 실장을 대접하는 자리를 가졌다. 자리에서도 사람들을 많이 만날 송 실장을 위해 핸드크림과 송 실장이 원하는 물건을 사라고 백화점 상품권을 선물로 준비해 송 실장이 감동받은 모습이 전파를 탔다. 패널들 또한 "세심하다"라고 반응했다.
'참견'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각자 살기도 바쁜 세상에 참견을 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참견이 필요하지 않은 때에 받는 '참견'은 더더욱 싫다. 하지만 진심이 통한 참견은 관심으로 치환되고, 삶에 플러스로 다가온다. 이영자&송팀장의 티키타카는 처음부터 이루어지지 않았다. 매니저의 제보로 쏘아 올린 공이 패널들의, 시청자들의 '참견'을 불러왔고, 이영자를, 매니저를 점차 변화시켰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관계를 할 때 서로를 배려하기 시작했다. 물론 변하지 않은 모습도 있었다. 이영자의 음식 추천, 패션 추천은 계속됐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매니저는 회를 거듭할수록 이영자의 진심을 알아차리고,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로고
<전지적 참견 시점>의 로고에 '개'가 그려져 있다. '참견'을 듣는 사람 입장에서 "이게 무슨 개소리야?"라는 말을 할 때가 많으니, 참견의 '견'에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참견'이 개소리가 되는 것도, 삶의 플러스가 되는 것도 한 끗 차이다. 확실한 건 참견 대상 1호인 이영자&송팀장이 변화하는 모습은 개소리가 되지 않고, '참견'이 삶의 플러스로 나아가길 바라는 프로그램의 취지에 부합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영자&송팀장에 이은 참견 대상 2호가 나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