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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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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원 Sep 24. 2020

살짝 늦은 MBC의 트로트 도전기

장윤정의 최애 멤버들만 쏙쏙 골라 세계 최초 트로트 아이돌을 만들겠다는 MBC의 야심찬 도전이 시작됐다. 아이돌+트로트라는 키워드는 역시나 강력했다. 덕분에 첫 방송은 7.2%의 시청률로 꽤나 성공적인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는 트로트의 세계는 레드오션이다. 오죽하면 필자의 동년배(?)들이 트로트만 보면 채널을 돌리고 싶다고 말할까.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트로트란 바다에서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금세 가라앉고 만다. 이렇듯 의욕 넘친 시작에도 불구하고, 최애 엔터테인먼트는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시청률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과연 최애앤터테인먼트는 치열한 트로트의 세계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최애앤터테인먼트의 사훈 : 진신을 담아, 정신 바짝 차리고, 성공시켜드립니다.




최애엔터테인먼트 과속주의보


장윤정은 최애엔터테인먼트의 대표님이다. 첫 방송부터 대표님은 자신의 아이돌이 되기 위한 기준을 명확히 밝혔다. 춤도, 노래도, 외모도, 인기도 아니다. 바로 ‘착한 사람’이다. 최애앤터테인먼트는 유명 아이돌의 팬덤이나 인지도를 등에 없고 인기를 끌 의도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최애앤터테인먼트는 무엇을 통해 대중들의 인기를 끌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휴먼 드라마다. 하지만 최애엔터테인먼트는 아쉽게도 그 드라마가 부족해 보인다.

문제점은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트로트 신동 출신부터 인기 그룹의 핵심 멤버 등 장장한 5명을 모았지만 정작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 짧은 시간에 아이돌 멤버가 결정되고, ‘다섯장’이라는 그룹이 완성됐기 때문이다. 1주 만에 이미 장윤정 대표의 마음속에 점 찍어둔 옥진욱, 박형석이 뽑혔고, 2주간의 짧은 오디션으로 후이, MJ, 추혁진은 빠르게 선정됐다. 이런 빠른 구성으로 시청자들을 ‘다섯장’에 입덕시키기에는 시간도 각각 멤버들의 이야기도 너무 부족하다. 시청자들이 ‘다섯장’에 대한 스토리와 드라마를 이해하고 공감할 시간을 가지기도 전에 번쩍 그룹은 완성되어 버렸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이 과한 시간 늘리기 편집을 통해 시청자들의 기대감만 부풀리며 몇 주씩 허비하는 기존 구성의 단점을 보완했다지만, 이번 구성은 너무 일사천리식으로 진행된 것 같다. 시간을 두고, 조금만 더 천천히, 멤버들의 스토리를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시청자들이 멤버들과 ‘다섯장’이라는 그룹에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왼쪽부터 추혁진, 후이, MJ, 옥진욱, 박형석. 이들은 고작 3주 만에 그룹으로 결성됐다. 솔직히 3주면 멤버들 이름이 익숙해지기도 힘들다.


또한 ‘다섯장’의 성장 과정이 드라마틱하지 않다. 막상 ‘다섯장’이라는 그룹이 완성된 뒤, 트로트 아이돌이라는 대찬 계획과는 다르게 이미 다른 예능에서 봐왔던 모습과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른 멤버들과 다르게 춤에는 완전히 미숙한 박형석은 우스꽝스러운 춤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하고, 어떻게든 팀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과, 그를 돕는 멤버들과 안무가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보는 사람도 숨 막히는 빠듯한 공연 일정과 음원 발매로 방송 분량을 가득 채웠지만 정작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다. 시청자들은 ‘다섯장’의 피땀 흘리는 노력과 그 결과보다도 그들은 왜 그렇게 노력하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들이 ‘다섯장’이 된 이유와 드라마에 더 재미와 감동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나마 성장의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는 박형석. 하지만 다른 멤버들은 워낙 문제가 없어 보이다보니 박형석만 그룹에서 신경써야하는 동정의 대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급하게 달리다가는 풍경을 놓친다

     

개인적으로 예능은 그 목적지보다,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과정과 방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섯장’이 성공하길 바라지만 그렇다고 실패해도 그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만큼 결과는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큰 요소는 아니다. 다만 트로트 아이돌 다섯장이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조금만 더 천천히 그리고 친절하게 전달됐으면 좋겠다. 빠르게만 달리다 보면 목적지만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걷는다면 주변 풍경이 그제야 눈에 들어올 것이다. 장윤정이 직접 멤버를 물색하고 선정하는 과정을 더 구체적이고 중점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면, 자신의 최애를 뽑아 트로트 아이돌을 만들겠다는 최애앤터테인먼트만의 정체성이 훨씬 부각되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이미 지나간 일이다. 지금이라도 최애앤터테인먼트는 공연과 음원 발매의 속도를 조금만 늦추고 그들의 이야기와, 성장 과정, 드라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섯장! 결국은 잘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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